"봉사 다단계에 빠져, 가을이와 만났지요"

[찜! e시민기자] '유기견 입양기' 연재하는 박혜림 시민기자

등록 2013.06.01 11:34수정 2013.06.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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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바둑아, 니 엄마 왔다."

2002년, 스물 두 살이었던 난 '개엄마'가 됐다. 친척집에서 잠시만 맡아달라고 부탁해 데려온 강아지에게 덜컥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너무 작아 계단 한 칸을 스스로 못 내려왔던 귀여운 강아지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기력이 많이 떨어져 '노견'이 되었고, 개가 아닌 가족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박혜림 기자의 첫 기사를 볼 때 한쪽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아, 이렇게 안 좋은 환경에서 지내는 개들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박혜림 기자는 참 대단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유기견 입양'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한 선배도 유기견을 입양했는데, 안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고민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 속 박혜림 기자는 꿋꿋했고 원칙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가 더 궁금해졌다. 기사에 담지 못하는 어려움은 없는지, 혹시 애완견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댓글이나 쪽지로 테러를 하는 건 아닌지 등등. 다음은 그와 한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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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시민기자.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제 기사를 읽어온 한 선배가 어느 날 '근데 너, 일은 하냐?'고 묻더군요. 평일엔 가을이 보고 주말엔 봉사 가는 삶으로 보였나 봐요. 그러면 참 좋겠지만 저도 일을 한답니다. 스피치 강사예요. 매일 같이 하는 얘기가 '여러분, 자기소개는 어렵지 않아요'인데 여태 거짓말을 해왔네요... 어떻게 제 소개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유기견 입양기'의 주인공, 가을이는 잘 지내나요? 건강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가요?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얀 털은 보들보들, 눈망울은 초롱초롱, 까만 코가 맨드르르. 점점 아름답고 건강한 가을이로 거듭나고 있답니다. 6월까진 안정을 취하고 심장사상충 재검사를 해야 해요."

- 유기견 입양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얼마나 고민하다가 결정하신 건가요.
"2012년 6월에 봉사를 시작했고 12월부터 입양을 고민하다 2013년 2월에 입양했어요. 처음엔 가는데 의의를 뒀고, 다음엔 한 달 한 번 방문 약속을 지키는데 목표를 뒀지요. 그런데 (강아지들이)한여름과 한겨울을 얼마나 힘겹게 겪는지 보고 나니 단 한 마리라도 돕자는 생각이 절실해졌어요. 사실 전 작은 원룸에 혼자 살아서 반려동물을 들이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갑갑하고, 외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평 남짓한 견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나와의 삶이 더 낫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물론 입양과 동시에 여행, 오랜 시간 외출, 늦잠은 제 삶에서 빠지지만 가을이가 그에 상응하는 행복을 주리라는 건 자명했습니다."

"입양의 가장 어려운 점은 강아지와의 소통이죠"

- 유기견 입양에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혹시 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셨는지.
"이미 독립을 했으니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습니다만 우려는 컸습니다. 특히 동물을 사랑 할수록, 봉사를 해본 분일수록 신중을 기하라고 했지요. 평생을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과 (명을 다해)떠나보낼 때의 아픔을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거예요. 또 무슨 일이든, 안 좋은 점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잖아요. 그런 우려들 속에서 이 한 마디면 대부분 설득이 됐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요?'"

- 병원비나 사료, 미용 등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입양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인 부담보다는 강아지와의 소통입니다. 한 번 버려졌던 기억은 아이에게 치명적이라 마음을 열기에 시간이 걸리거든요. 티 없이 나고 자란 강아지들과는 확연히 다르죠. 열악한 환경에서 단체 생활을 해 온 터라 건강상의 문제도 없진 않지만 첫째는 견주와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바심도 나고 배신감도 들어서 입양은 힘들다는 말이 나온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목록과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보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큰 병을 앓는 경우를 제하곤 요모조모 절약할 방법도 무궁무진하고요. 예를 들면, 미용사에게 맡기지 않고 견주가 미용기술 익히기, 가공된 영양 간식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이기, 산책을 꾸준히 해서 건강 유지하기 등 말입니다. 예,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긴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입이 적은 사람보다는 부양가족이 많거나 퇴근이 늦는 분들에게 입양을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 유기견 관련 모임에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봉사활동을 간다고 하면 우선 '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고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측은한 마음 못지않게 반갑고 기쁜 마음도 든답니다. 봉사자들은 이것을 '힐링 체험'이라고 해요. 아이들은 우리의 눈빛을 읽는 것 같아요. 어서 오라고, 왜 이제 왔냐고 네 발과 꼬리로 반겨주거든요. 여러분 모두 그 즐거움을 꼭 겪어보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점차 '응가 치우러 간다'가 아니라 '애들 보러 간다'로 바뀝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품에 폭 안기는 녀석, 하염없이 손을 내미는 녀석, 뽀뽀를 멈추지 않는 녀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자꾸 떠올리고, 선물을 챙겨가는 '사랑'의 과정이죠.

아, 질문이 이게 아니죠? 할 일은 쌓여있습니다! 주로 청소, 밥 챙겨주기, 울타리 보수하기, 육안으로 봤을 때 아파 보이는 아이 병원 데려가기 등입니다. 후원물품이 들어와도 나눠줄 일손이 부족하다면 이해가 빠르시려나. 400여 마리를 골고루 챙기기가 쉽지 않답니다."  

"허락만 하신다면... 동물인터뷰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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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시민기자.

- 첫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첫 기사인데도, 문장이나 흐름 등 편집할 게 거의 없어서였는데요. 혹시 나만의 '글쓰기 비결'이 있으신가요?

"첫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편집부에서 '편집'을 하실 줄 알고 하고픈 얘기를 왁! 쏟았거든요. 글깨나 쓴다는 지인들에게 한소리 들었어요. 너무 감정에 호소했고 지루하다고요. 굳이 대답을 드리자면 '많이 읽기'입니다. 실은 많이 써야한다지요? 그런데 읽기가 더 쉽고 재미있어서 아직 이 수준이랍니다. 허허."

- 어떤 계기로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자, 봉사의 시작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 좋아하는 친구와 개 이야기로 킬킬 거리다가 실천에 옮기게 됐습니다. 봉사 콜? 콜! 그리고 둘이 가기 뭐하니 인원을 늘려보자 해서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뻗게 된 거예요. 일명 봉사 다단계입니다. 그렇게 오로지 봉사가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던 친구가 <오마이뉴스>의 기자입니다. 늠름하고 잘 생긴 그 친구(이현진 기자)가 제가 전 기사에 썼던, 가을이와 한 방 썼던 '아름이(현재 '밤비')'의 새 가족이에요."

- 유기견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그리 눈에 띄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처음 기사 올리실 때 망설이진 않으셨나요?
"그래서 더 누군가 써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인연이 되었고, 제 주제에 '기사'를 어찌 쓰나 싶어 망설였지요. 소수의 몇 분이라도 '봉사'나 '입양'을 멀게만 생각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여건상 못할 수도 있지만 어떤 과정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데에 일조한다 생각해요. 저 조차도 매번 새로이 알게 되는 게 참 많거든요. 기사를 읽고 관련 질문을 해주실 때는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작은 관심, 입소문, 한 번의 참여 같은 소소한 시작으로 어떤 이는 도움 받고 어떤 이는 '힐링'합니다. 한 걸음 더 다가와 주시길 부탁드려요."

- 독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쪽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세상은 냉온탕이 혼재한 곳이에요. 현재 저는 온탕에 들어와 있고요. 사람이 참 간사하지요? 난생 처음 이런 성원을 받으니 부끄럽게도 제 입에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가을이가 어서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어요. 경험에 빗대어 조언을 주신 분들도 있고, 눈물이 났다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계셨습니다. 소식이 뜸하던 친구가 원고료로 응원을 보내주기도 하고, 무려 출판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갚고 싶어요."

- 기사를 쓸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늘 어렵습니다. 기사가 '가을 예찬'으로만 빚어지면 안 되는데 기본도 없이 들이대다 보니 턱 턱 막힙니다. 일기와 예술이 아닌 다음에야 봐 줄 누군가를 고려하며 작업하잖아요. 불특정 다수가 읽어 줄 만한 기사를 써야한다는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기자님, 혹시 나만의 '글쓰기 비결'이 있으신가요?"

- 가을이 이야기 말고, 다른 주제로 기사를 쓸 계획은 없으신가요. 생각해본 소재가 있으시면 살짝 소개해주세요.
"기회가 되면 저도 기자님처럼 인터뷰를 써보고 싶어요. 세상엔 재미있고 특이하고 착한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허락만 하신다면 동물 인터뷰도 하고 싶습니다. 무한 묘사의 장이 되겠지만 동물애호가들은 흥미로워할 걸요. 껄껄."

- 가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생각은 없으신가요.
"현재는 없습니다. 모든 개의 외모가 다르듯 성격도 다 달라요. 가을이를 지켜본 바로는 타인에 대한 경계가 무척 심합니다. 산책을 하다가도 흠칫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엔 질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친구의 냄새를 맡는 경지로 발전하긴 했지만, 자신의 보금자리에 다른 존재가 있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자주 방문하는 가족조차도 수차례 기다려줘야 아주 서서히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가을이의 애교는 아무도 없을 때 저 혼자만 볼 수 있어요. 자랑하고 싶은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급 정색하고요..."

"심장사상충 판정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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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시민기자.


- 가을이와 함께 하면서 생긴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가끔 속상할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가을이의 심장사상충 판정이요. 하늘이 무너져 내렸어요. 조금 더 빨리 데려오지 못한 후회도 밀려들었고요. 또 병원비 절약한다고 경기도 안성까지 데려간 것도 엄청난 후회가 됐습니다. 가을이의 예후를 전화로만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근처 병원에 데려갔더니 전처치, 후처치는 치료 병원을 따라야한다는 말에 별 도움이 안 됐거든요. 수의학과를 나오지 않은 천추의 한이 맺힐 지경이었답니다. 같은 맥락으로, 가을이의 이야기를 읽지 못하는 것도 속상합니다. 지금 아픈 건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줘야하는지... 주치의라도 모셔야하나? 신이시여, 제게 초능력을 주소서! 외치게 된다니까요. 반려동물이나 어린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할 겁니다."

-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당부가 있다면요.
"아기 엄마, 아빠들에게 고충을 물으면 한 바가지 쏟아 놓고, 즉시 우리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세 바가지는 풀어놓을 거예요. 생명은 사람에게 그런 존재인가 봐요. 끊임없이 눈과 손이 가야하지만 우리를 살게 만드는 존재. 울고 웃고 함께 사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많이 찾고 공부하세요. 저도 이번에 전문가의 블로그, 책 등을 섭렵하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고 나니 가을이를 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고 다른 동물들을 대할 때도 편해요.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물어요. 원장님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여러 곳을 참고하시면 더 좋아요. 점점 동물병원이나 관련 홈페이지가 늘어나고 있지요. 그만큼 도움을 얻을 곳은 많답니다."

- 혹시 부득이하게 반려견을 버린 이들에게 권해줄 책이나 영화가 있으신가요?
"반려동물에 대한 아픈 기억은 누구나 한 가지씩 있을 거예요. 모두 나름의 사정도 있고요. 저 부터도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요법이나 '카더라 통신'이 아닌 전문가의 조언으로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말만 못할 뿐 귀한 생명이고, 내가 보호자가 되는 만큼 정신 차리고 책임져야지요.

책 두 권을 추천합니다. 패트리샤 맥코넬의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잰 페넬의 <개가 행복해지는 긍정교육>. 동물학자 마다 의견 차이가 있으니 맹목적이면 안돼요. 수많은 책들 중에서 강압적이거나 물리력을 쓰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책입니다. 동물 관련 영화는 잘 안 봐요. 찍는 과정이 어떤 식으로든 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됐을 거라는 저만의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인터뷰하느라 가을이 이야기가 늦어지고 있어요. 기다려주세요. 굽실굽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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