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과 복지'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이유는?

[서평] 박윤희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잡기>

등록 2013.11.14 09:33수정 2013.1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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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북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윤희 고양시의장이 책을 출간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를 의식하고 앞다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집을 출간한다. 박 의장이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잡기>는 박윤희 의장의 자서전이 아니다. 고양시의원으로 연속 3번 당선돼 고양시의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의정활동의 소회 같은 것은 한 줄도 실려 있지 않다.

그가 관심을 갖고 집중해서 다룬 내용은 우리 시대의 '화두'인 복지다. 박 의장은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잡기>에서 복지와 더불어 전혀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이는 '고용' 문제를 함께 풀어냈다.

박 의장은 복지와 고용이 다른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맞물려서 돌아가야 하는 두 개의 톱니바퀴이며, 한 쌍의 토끼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함께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을 이제는 복지의 관점에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서도 쉽게 풀지 못해 많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복지와 고용 문제를 같이 다루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래도 박 의장은 이 '두 마리 토끼' 이야기를 복지관이나 복지시설 등의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풀어냈다.

그렇지만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잡기>는 재미있거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는 아니다. 아무래도 분야가 분야이다 보니 전문적인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복지에 관해 관심이 있고, 진지하게 복지문제에 접근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복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채울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우리나라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저는 이 책에서 이러한 관심 사안들을 복지를 중심으로 해서 복지와 고용의 관계에 대해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물음에 대한 답은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차선이라도 찾아내야 합니다. 함께 풀어가기로 하지요.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이야기로 따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쟁점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요?" - 작가 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복지' 문제가 크게 부상하게 된 계기는 1997년에 발생한 IMF. 급격한 경제위기는 복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의 요건'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복지는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화두이자 중심 키워드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 보편적 복지와 관련, 가장 큰 논쟁을 불러왔던 것은 아직도 논란에서 비껴가지 않은 '무상급식'일 것이다.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주는 건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무상급식'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이 문제가 됐다.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공약 내용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결국 정부는 차등지급이나 다른 방안을 강구하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게 되었다.

1인당 20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노인들에게 균등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결국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현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결국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복지' 공약을 앞다퉈 내걸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와 관련, 박 의장은 선별적 복지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닌 같은 뿌리를 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보편적 복지의 대립 개념으로 알고 있는 선별적 복지는 원래 서로 대립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좀체 없는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보편적 복지가 원래 선별적 복지를 포함하는, 정확히는 서로 보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 본문 268쪽에서

아직 복지국가의 초입에 서 있다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어려운 경제상황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왔지만, 성장은 둔화되고 오히려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국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것은 국민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가난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산층이 실직으로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일이 IMF금융위기 때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는데, 그런 일이 다시금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 사회적 안전망이 튼실하다면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재기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과연 그러한가? 그렇다고 믿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실직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박윤희 의장의 <고용과 복지 두 마리 토끼잡기>는 이 시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일종의 자기 성찰일 수도 있다.

"고성장이라는 말은 꿈속의 꿈이 되어버린 시기입니다. 세계 경제도 그렇거니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자체가 고성장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몸집이 커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고성장을 포기하고 나면 국가의 성장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그 답이 바로 전국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입니다." - 283쪽에서

유혜준
저자는 특히 우리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라도 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낮은 복지는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게 만들고,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다.

노인들은 나이드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경제력 상실로 인한 빈곤 상황으로 내몰릴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두려움은 노인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퇴직 위기에 몰린 50~60대의 장년층도 느끼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연금제도나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수명연장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몫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기초노령연금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지국가 초입에 서 있는 대한민국. 복지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윤희 의장의 '복지와 고용'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박윤희 #고양시의장 #고용 #복지 #고령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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