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인천에서 시작해 여수에 이르기까지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지역이 환황해권의 중심이라며 개발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그 바닷길은 열려 있었다. 열려있던 바닷길을 닫은 사람들이 누구던가. '바다가 육지라면', '저 바다가 없었다면'이란 노래처럼 그들은 바다를 쓸모없는 '걸림돌' 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제 그들이 바다가 희망이며 섬을 중국으로 뻗어나갈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다.
바다는 분명 희망이다. 요즘 하는 말로 '블루오션'이다. 그렇지만 열린 바닷길을 닫고, 물길을 막고, '바다가 육지라면'을 강요했던 이들에게 바다와 섬을 맡길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와 갯살림은 육지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수많은 세월 동안 섬과 바다를 지켜온 이들을 몰아내고 걸림돌을 제거하고 디딤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내 쫓는 격이다. 이 바닷길은 어민들에게는 삶의 길이다. 철철이 나는 생선들, 질퍽한 갯벌에서 나는 낙지, 운저리, 칠게들. 여름철 시꺼멓게 그을린 사내들이 하얀 소금밭에서 대패질(소금을 긁는 것)을 하는 것도 이 바닷길이 있어 가능했다.
흑산도까지 가는 바닷길 양쪽으로 작은 섬들이 박혀있다. 추석이 지나면 조간대 끝자락에 물길 따라 섬 따라 김발들이 자리를 잡는다. 마치 섬들이 추워서 검정색 목도리를 하는 모양이다.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물때에는 설치작가들이 바다에 작품을 만들어 놓은 마냥 아름답다. 이 작품은 어민들이 매년 겨울이면 설치하는 것들이다. 물길 따라 춤을 추기도 하고, 물속에 잠겨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해가 뜰 때는 황금빛에 눈이 부셔 고개를 돌리지만 해가 질 무렵에는 노을을 받아 검붉은 색으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이놈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어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이었지만 모두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섬을 둘러쳐진 김발들이 물길을 막아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시설물들이 깨끗하게 철거되지 않아 바다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