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웃이 연쇄살인범이라면?

[리뷰] 마에카와 유타카 <크리피>

등록 2016.04.18 16:59수정 2016.04.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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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크리피> 겉표지

<크리피> 겉표지 ⓒ 창해

평소에 특별히 바쁘게 지내지는 않더라도, 그냥 일상적인 생활에 파묻혀 있다 보면 자신의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할 수 있다.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아파트에 산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더라도 그냥 지나쳐갈 경우가 많다. 흔한 눈인사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심지어는 옆집이 어디로 이사를 가거나, 누가 옆집으로 이사 오더라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한 집에 오래 살다보면 이웃집 사람들의 얼굴이야 알게 되겠지만, 그 이상 가까워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연히 마주쳐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그 집의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자식들은 몇이나 되고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세대주는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지 등을 알게 되고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을 수 있다. 우리 옆집에는 진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밤이면 윗 층에서 층간소음이 들려오는데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아래층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고 소음을 만들어내는지 등.

친절하지만 이상하게 보이는 옆집 남자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의문을 극단적으로 끌고 간다면 '이웃집에 범죄자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평소에는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겉모습만 봐서는 범죄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

마에카와 유타카의 2012년 작품 <크리피>를 읽다보면 자신의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은 다카쿠라라는 이름의 중년 대학교수다. 아내와 둘이 한적한 주택가에서 살며 학교에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전공과 관련해서 방송출연도 여러 차례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유명인사다.


다카쿠라의 앞집에는 나이 많은 자매가 살고 있고 옆집에는 중년 부부가 아들,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옆집의 가장처럼 보이는 니시노는 평소에 다카쿠라를 보면 다정하게 인사하고 말을 붙이지만 간혹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자신의 딸을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기도 한다.

이에 의문을 품은 다카쿠라의 아내는 우연한 기회에 니시노의 딸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니시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 딸은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을 한다.


모르는 사람과 한 지붕 밑에서 가족처럼 살고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옆집에 살면서 그런 사실을 여지껏 모르고 지내왔다는 것도 민망하게 느껴진다. 이 일을 전후로 해서 다카쿠라의 주변에서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생겨난다.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서 사람이 죽는가 하면,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옆집의 그 남자와 연관있는 것일까?

고립된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사실 자신의 이웃 중에 범죄자가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범죄자는 멀리 있지 않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두려움을 가져다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에 살인범이 있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이코>의 실제 모델이었던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도 평소에는 '평범하고 소탈한 사람'이었다고 그의 이웃들이 증언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의심한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가 아니라, '네 이웃을 의심하라'는 말이 보다 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웃에 어떤 사람들이 살더라?'라고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작품의 제목인 '(크리피)Creepy'는 '오싹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살인도 독자를 오싹하게 만들지만, 그보다 우리 주변에 살인범이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싹해질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2016


#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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