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치는 현해탄

방민호의 <문화칼럼>

등록 2001.10.15 11:26수정 2001.10.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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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면 한국은 꼭 섬과 같다. 위로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가로막고 있고 바깥으로는 일본 열도가 남북으로 길게 반도를 감싸고 있다. 큰 나라들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고독하다. 어디선가 한반도는 동아시아 지중해상의 섬과 같다고 쓴 적이 있다. 그것은 한반도의 고립을 표현한 말이었다.


한반도는 고독하다.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와 돈을 맞바꾸는 거래를 트는 동안 한국의 꽁치잡이 어선들은 갈 곳을 잃었다. 부시와 고이즈미가 아프가니스탄과 자위대를 맞바꾸는 동안 동맹국인 한국에서는 이산가족 재회의 기약을 잃었다.

우리는 고립되어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안보를 위한 경제적 댓가와 희생을 요구한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월드컵을 앞두고도 우리 어민들의 생계를 빼앗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달러와 일본의 엔이 다급한 나머지 이 작은 나라의 문제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선을 서쪽으로 돌려야 한다. 지금 중국은 왼손으로는 북한에 오른손으로는 남한에 손을 내밀며 옛 '종주국'의 위치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잠재적 위험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 손을 뻗어 미-일-러의 타락한 결탁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생로가 없다.

또한 시선을 더욱더 서쪽으로 밀고가 유럽적 양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의 여러 예들에서 보듯이 미영과 유럽은 같지만은 않다. 식민주의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역시 문화의 고토이다.

미-일-러를 버리고 중국과 유럽만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각도에서 그들과의 관계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중해상의 고립성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감각과 시대감각, 정치적 감각과 문화적 감각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불청객 고이즈미가 슬며시 왔다 서둘러 돌아갔으나 현해탄의 파고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반도 생존의 항상적 조건이다. 북한도 이 어려운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권력이나 보전하려는 추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이 협력하고 중국과 연결하여 유럽으로 나아간다면 미-일-러의 일방주의적 압력을 덜고 그들의 힘을 우리를 위해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방략이 되어야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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