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테러방지법 입법예고

인권침해 우려 속, 연내 국회통과로 돌진

등록 2001.11.15 10:03수정 2001.11.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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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예방을 명분으로 사실상 국정원의 수사권과 권한을 대폭 확대·강화하는 '가칭 '대테러방지법'제정(안)'이 12일 국가정보원에 의해 입법예고됐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불고지죄, 허위사실 신고죄, 참고인 구인·유치, 구속기간 연장 등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조항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규차장 권두섭 변호사는 "테러의 규정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한 것이 테러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정치적·종교적·이념적·민족적·사회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행하는 불법행위"로 '테러'를 정의하고, 국가중요시설의 점거 및 다중이용시설의 방화·폭파 등을 테러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어떤 공공노조가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한다면 이것도 테러로 규정되어 공격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또 형사소송의 특례 조항으로 열거되어 있는 △정보자료의 증거능력 △참고인의 구인·유치 △구속기간의 연장 등을 인권침해 조항으로 문제삼았다. 특히 외국의 정보·수사기관에서 작성·제공한 정보자료의 증거능력 조항에 대해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테러방지법은 그간 인권침해 시비의 핵심에 있어온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대테러대책회의를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 대책회의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국정원장이 맡도록 했다. 또 국가정보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대테러센터의 장은 국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대테러활동의 주요 요직은 사실상 국정원이 독점하는 셈이다.

또한 대테러센터 공무원과 대테러 활동 담당 경찰관이 외국인에 대한 불심검문 및 체류동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테러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해당외국인에 대한 출국권고 또는 명령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권두섭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테러행위라는 것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현행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며,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어 "조직이란 것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행위하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과 같이 무리한 수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얼핏 보기에는 강하게 보이지만 적용 범위가 아주 축소되어 있다"며 "테러방지법이 논란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내년 5월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청회 등 의견수렴절차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러방지법의 입법예고 기간도 오는 21일까지 10일간만 하기로 공지됐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입법예고기간은 통상 20일 이상이다.

국정원의 말대로 된다면 11월 12일 입법 예고된 이 법안은 12월 8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국정원의 수사권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며, 인권침해를 부를 법안이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한 달도 채 못되는 기간에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셈이다. 인권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11월 15일자 (제1977호)

덧붙이는 글 인권하루소식 11월 15일자 (제1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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