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시 LA, 그들의 자동차문화

<미국여행기 4> 통행자 보호 원칙은 철저하게 적용

등록 2002.01.10 07:39수정 2002.01.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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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 LA

지난 5일부터 LA컨벤션센타에서 'LA AUTO SHOW'가 한창이다. 13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오토쇼에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출품된 수백 종의 차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지난 6일(일)에는 전시관 세 곳에 자동차를 구경하러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형차 출시와 미래형 컨셉트카 전시를 통해 자사제품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3사들도 각각 전시부스를 마련해놓고 새차 구입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첨단기술의 경연장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LA AUTO SHOW'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도시 LA의 자동차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천사와 여왕의 거리,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는 1781년에 멕시코에서 건너온 11가족이 이곳에 살기 위해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 멕시코인들이 지금의 LA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후, 자신들이 정착한 땅을 가르켜 '천사와 여왕의 거리'로 불렀다는 데서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그 후 지금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1848년에 이르러 이른바 '골드 러쉬'가 이루어지면서 동부와 중서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근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재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의 군(郡)은 인구 1200백만 명에 크기가 서울시의 10배에 달한다.


이는 20세기 중반 이후 이번에는 '캘리포니아 드림 러쉬'로 일컬어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태평양 건너 미국의 첫 관문 로스앤젤레스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도시가 커다랗게 발전해감에 따라 자연히 자동차의 급증을 가져왔으며, 새로운 도심외곽으로 생활영역은 급속히 팽창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위한 배려, 낮은 유지비용


LA는 도심형 스모그의 전형적인 모델로 고등학교 지리 수업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런던형 스모그가 굴뚝산업과 잦은 안개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인 데 반해, 사막형 기후를 가지고 있는 건조한 LA 스모그의 주범은 바로 자동차다. LA에서 자동차는 커다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없어서 안되는 필수품이면서 대기오염을 일으켜 눈·코·기도 점막자극 등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폐암에 걸리는 정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도 제출된 바 있다. 특히 1980년에 나타났던 광화학 스모그는 그 심각성을 보여주었는데, 1980년 10월 첫째 주와 두 번째 주에 걸쳐 발생하였던 스모그로 LA에서는 시민들의 조깅이 금지되었고 어린아이와 노약자는 외출을 삼갈 것을 권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대기오염의 심각성보다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한 편안함을 더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한 집에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해도 세금부담이 없고 휘발유 가격이 1갤런(3.76L)에 1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등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비용에 별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1.5L의 생수를 사는데 드는 비용이 8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물 값보다 싼 것이 바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다. 중동의 석유시장이 불안정해지면 미국이 왜 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석유수급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이 엄청난 유류 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람을 위한 배려, 교통문화

그렇다고 자동차를 위한 배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가다 보면 참 신기한 일들을 목격하곤 한다. 주변에 차들이 일시에 정지해 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둘 중에 하나라고 한다.

첫 번째는, 도로에서 스쿨버스가 정차하여 학생들이 타고 내릴 때다.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주변의 모든 차들은 등·하교길에 스쿨버스가 오른쪽 깜박이를 넣고 정차하면, 그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버스를 추월해 지나갈 수 없다.

두 번째는 경찰 및 소방차 등이 사이렌소리를 내면서 지나갈 때다. 경찰 및 소방차가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게 사이렌소리를 내며 지나게 되므로, 주변차들은 그들의 공무를 위해 그 자리에 멈춰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통제도들이 너무나 생소했다. 또한 이런 교통규정을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은 조금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다.

특히 스쿨버스가 등·하교 길에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을 내릴 때, 멈춰서지 않고 주행했을 때 그 운전자에게 주어지는 벌금은 첫 회 위반 시에도 무려 400~500달러나 된다. 또 다시 적발되면 500~10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는 미국내 교통위반과 관련된 벌금 가운데 음주운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액수이다.

스쿨버스를 위법으로 통과하는 운전자를 고발할 수 있는 권한도 스쿨버스 운전사에게 주어 위반자들을 즉각 처벌할 수 있게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학교 앞 천천히'라는 표지판만 달랑 붙어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면 너무나 과격한(?) 정부통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LA근교는 한국처럼 교통체증이 그리 심한 것이 아니어서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없는 학교 뒤 한적한 골목길에서라도 일시정지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이런 현실이 부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최소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등·하교 길에 발생할지 모르는 교통사교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으니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공통의 합의를 지키는 내에서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라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공통의 합의를 국가가 도출해 내느냐 아니면 그 사회 구성원이 내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호응이 달라지게 되겠지만, 일단 규칙이 정해지면 조금은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원칙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유'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가 그들만의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촉매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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