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화재 사건과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의 상관성

등록 2002.02.10 23:00수정 2002.02.11 13: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태안 성당 김종기 신부님께 죄송함을 무릅쓰고, 10일(연중 제5주일) 미사에서 우리 신부님께서 하신 강론 중에서 내 뇌리에 깊이 새겨진 대목들을 기록해 보고 싶군요.


우리 신부님의 오늘의 강론 주제는 복음 말씀에 부합하는 '빛과 소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강론 가운데 이런 말씀이 나왔습니다.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 사건에 관하여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사망했던 그 참극으로부터 불과 1년 5개월 만인 2002년 1월 29일, 대명동의 그 화재 참사 현장으로부터 500여 미터(5분 거리) 떨어진 개복동 윤락가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하여 무려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을 여러분은 알고 계시는지요? 대낮에 발생한 화재임에도 이처럼 많은 이들(여성 13명,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은 까닭을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2월 8일 아침 9시, 군산시 개복동의 성매매업소인 '대가'의 불탄 자리 앞에서 치러진 '합동장례식'에서는 지난 2000년 9월 대명동 윤락가 화재 때 사망한 한 여성의 일기장에 기록된 한 대목이 낭독되기도 했지요.

우리 신부님은 눈물겨운 그 대목을 읽었습니다. 감기 기운으로 간간이 기침을 하며 그 글을 읽으시는 신부님의 목소리는 비탄에 젖어 있었고,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듯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나라의 연간 매매춘 매출액이 무려 4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과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이 1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해 주었습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에 대하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 앞에 '전쟁광'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입니다. 그는 최근의 연두 교서에서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과 테러 집단들에 무기를 판매하는 나라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무기 수출국'으로 따지자면 미국이 단연 세계 1위입니다. 미국의 무기 수출 규모에 비한다면 북한은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1988년에는 무기 수출액이 연간 8억 5천만 달러에 이르렀지만, 1998년 이후부터는 1억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미국은 연간 무기 수출 규모가 5백억 달러를 넘고 있습니다. 북한보다 5백 배나 많은 거지요. 해군력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하고 해군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의 해군력을 다 합해도 미국의 해군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무기 수출로 따진다면 미국이야 말로 '악의 축'이 아니겠는지요. 미국의 참으로 방만하고 무분별한 무기 수출의 결과로, 최근에 미국으로부터 테러 보복 공격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군과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보유한 무기의 대부분이 미제였다는 사실은 너무도 뼈아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1994년에 한반도에 전쟁의 참화가 일어날 뻔했던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북한의 핵 사찰 문제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려고 했던 사실을 말입니다. 당시에 미국은 본토에 북한의 영변을 비롯한 주요 군사 기지들에 대한 세밀한 모형을 만들어놓고 오랫동안 완벽할 정도의 공습 훈련을 감행했었지요.

낌새를 눈치챈 한국의 일부 '냄비'들은 생필품 '사재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다행히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가 평양을 방문하는 등 평화를 위해 크게 노력한 덕에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우리 한반도는 언제라도 초강대국 미국의 의지와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조건 속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것에서도 미국의 패권주의의 내음을 맡게 됩니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우리 나라의 국회의원 다섯 명이 미국 대사관을 항의 방문하였는데 한 의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여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 남한은 북한과 싸워야 할지 미국과 싸워야 할지 중대한 판단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내용의 말이었지요. 우리가 참으로 깊이 음미해 봐야 할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구조악과 빛과 소금

우리는 지금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거대한 구조악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군산 개복동 윤락가 화재 참사 사건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국내와 국제의 거대한 구조악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구조악 앞에서 우리는 왜소하고도 미약한 개인의 한계를 뼈저리게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방관과 체념, 무감각과 무관심의 늪 속에 깊이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 우리는 이미 포기의 나락 속에서 온갖 크고 작은 구조악들을 방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포기하고 사는 가장 확실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후 김종기 신부님은 빛과 소금의 역할과 관련하여 좀더 많은 얘기를 한 끝에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의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했습니다.

꽃 피는 말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 하는 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신부님의 강론을 정신 차려 들었지만 메모를 하지 않고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존하여 적는 것이므로 박노해 시인의 시를 정확히 옮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우리 신부님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의 의미 깊은 강론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나는 미사 후에 신부님의 강론 내용을 곰곰이 되새겨보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최근의 미국 방문 언행과 사대주의의 화신 조선일보의 행투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회창 총재에게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일본에 봉사했듯이 이회창 총재는 미국의 눈치에 더욱 열중할 것이 거의 분명하지 싶습니다. 미국에 그렇게 아첨하고 아부를 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회창 총재와 반민족지인 조선일보는 오늘날 사대주의의 탈을 쓰고 여전히 상부상조를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화뇌동과 상부상조, 의기투합이 오늘에는 공생이 될지 모르지만 내일에는 공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믿는 것만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