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촌지·선물 돌려주기 실천' 화제

경남도민일보 기자회 내역·처리 결과 공개

등록 2002.02.14 22:23수정 2002.02.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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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는 물론 '1만 원 이상 선물 거부'를 결의한 한 지방 신문사 기자들이 지난 설날 동안 받은 선물을 되돌려 주거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설날은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이 '1만 원 이상 선물 거부' 등의 내용을 담은 '기자 실천 강령'을 채택한 이후 처음으로 맞은 명절이었다. 이 신문사 기자들은 설날 연휴 동안 취재 이외에 '명절이라고 보내온 선물'을 처리하느라 골치를 앓았다.

이 신문사 기자회는 8일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선물 내역과 함께 처리 결과를 공개했다.

기자회는 "촌지뿐만 아니라 1만 원 이하 기념품류를 제외하고는 선물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자실천요강을 제정, 공표하여 언론계 안팎에서 큰 관심과 격려를 받기도 했다"면서, "이미 독자 여러분께 약속 드린 대로 이번 설 명절을 기해 촌지거부와 선물 안받기 운동을 전개하여 그 결과를 공개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기자회는 촌지를 전달하려 한 사례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아직도 일부 출입처와 정치인들이 기자에게 촌지를 전달하려 한 사례가 보고되었다"며, 이는 "모두 정중하게 취지를 말씀 드리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 '상품권은 돈이 아니지 않느냐'며 상품권을 전달하려 했고, 이 또한 '일체의 유가증권은 거부한다'는 방침에 따라 거절하거나 돌려주었다.

그리고 1만 원 문화상품권을 전달해 해당 기자가 차마 거절하지 못해 가져온 사례가 있었는데, 이 또한 지역의 한 복지관에 기탁했다.


또 "사과 2상자, 쇠고기 정육세트 1상자, 주류 1병이 배달되어 왔으나 불가피하게 돌려주지 못해 지역 복지관에 기탁했다"고 기자회는 밝혔다.

한 정치인은 기자 집으로 상품권 우송하기도


설날 연휴를 지낸 14일에도 선물이나 촌지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했다. 한 정치인이 기자의 집으로 10만 원권 상품권을 우송했고, 이 신문사 사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근 식당에서도 인사치레로 양말을 보내왔으며, 한 출입처에서는 기자의 집으로 선물을 택배로 배달한 일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기자회는 이들 선물에 대해서도 일단 되돌려주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할 예정이다.

경남도민일보 기자회 김주완 회장은 "선물을 사양하고 돌려드리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일부 취재원과 출입처를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이해를 구하고 싶다. 앞으로도 신문사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촌지와 선물 안받기 운동에 협조해주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명절 때면 언론사와 기자 개인 앞으로 선물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 경남도민일보가 기자실천강령을 채택하여 작은 선물이라도 돌려주거나 받아서 불우시설에 전달한 것은 지역 언론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다른 언론사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 실천 강령 2월 4일 채택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기자회(회장 김주완)는 2월 4일 총회를 열고, 기존 사원윤리강령보다 구체화한 '기자 실천 강령'을 채택했다.

이 강령에는 '촌지 거부뿐 아니라 기념품류를 제외한 선물도 일절 안받겠다', '기자단에 가입하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기자단 탈퇴선언', '부당한 상관의 지시에 불응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도민일보 기자회는 주요기관과 단체에 실천강령을 홍보하고, '선물 안 받기 운동' 협조를 당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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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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