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정합의안 폐기결정
발전노조 파업 '다시 원점으로'

지도부, 사태 책임지고 전원사퇴 결정

등록 2002.04.03 19:02수정 2002.04.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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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38일만에 끝난 발전노조 파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 투쟁본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지난 2일 정부와 타결한 노정 합의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에 대해 총연맹 지도부와 발전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연맹 집행부 등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원사퇴하기로 결정해 파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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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오는 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전원사퇴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며 정부가 발전소 매각을 강행하거나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 이어질 경우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발전노조 합의안 체결에 대한 조합 내부의 논란이 일고 있으며 지도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했다"면서 "지도부가 사퇴함에 따라 노정 합의안 역시 폐기됐으며 (사퇴) 최종 결정은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공공연맹 집행간부 등이 총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6일로 예정된 발전노조 조합원의 현업 복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히 민주노총이 노정 합의안을 폐기함에 따라 파업을 철회한 발전노조 지도부의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오후 6시 현재 민주노총 중앙집행부 간부들은 향후 방향에 대한 긴급 대표자회의에 들어갔으며 명동성당의 발전노조 집행부 역시 향후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부 한 간부는 "집행 간부 총사퇴와 함께 합의안이 폐기돼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결론이 난 것은 없으며 회의가 끝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한편 발전노조 합의안에 대한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내고 "잠정합의안에는 '이번' 교섭에만 민영화 관련 논의가 제외됐을 뿐"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민영화 관련 합의는 근거가 전혀 없는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도 논평을 통해 "민주노총이 오전 기자회견에서 '발전소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갖가지 수사와 논리로 변명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민영화 문제 논의 불가 입장에 최종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발전노조 파업 후폭풍으로 민주노총 흔들

발전노조 파업 종료 후 불어닥친 후폭풍으로 민주노총이 흔들리고 있다.

4월 2일 노정합의안이 발표되자 발전노조 지부장들은 "도대체 민주노총이 협상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도대체 이 안으로 어떻게 조합원들을 설득하느냐"며 허탈해했다. 심지어 발전회사와 정보기관 관계자들 조차도 "한달 파업하면서 도대체 얻은 게 뭐냐"면서 발전노조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안이라고 의아해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책임론이 대두됐고, 4월 3일 열린 투쟁본부 대표자 회의에서 결국 잠정합의안 폐기와 함께 지도부 총사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

4월 3일 열린 민주노총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는 임원 대부분이 참석했고, 이홍우 사무총장은 4월 전날 협상과정을 대표자들에게 세세하게 공개했다.

만약 4월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가 결정될 경우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합의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이번 합의안을 두고 민주노총 내부의 제세력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도 있다.

민주노총의 한 산별 연맹 위원장은 "잘못은 분명하게 물어야 겠지만 지금 상황을 추스리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지도부 사퇴 이후의 계획을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 가능 시급한 과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노동부는 민주노총의 노정합의문 폐기에 대해 "이미 3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는 중재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를 이어온 민주노총이 이번 위기를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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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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