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여론보고 진씨 돈 전달"

검찰, 김은성 씨 진술 확보... '진게이트' 수사 급물살

등록 2002.05.01 10:37수정 2002.05.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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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지검에 출두한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5월1일 낮 2시30분> "최규선 여론 보고하면서 진 씨 돈 전달"

"권노갑 씨에게 최규선에 대해 보고하러가는 길에 진승현 씨의 돈을 전달했다."

'진승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 1부(부장검사 박영관)가 현재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성 국정원 전 2차장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이다. 검찰은 권 전 고문이 소환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차장이 지난 2000년 7월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집 앞에까지 진승현과 함께 갔고, (권 고문의) 집에는 혼자 들어가 금감원 조사무마를 부탁하면서 현금 5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차장이 권노갑 씨에게 사적으로 현안 보고해왔다

결국 김 전 차장은 당시 권 고문에게 최규선 씨에 대한 세간의 좋지 않은 여론을 보고했고, 권 고문도 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이 사실은 인정했다. 따라서 금품 수수 여부와 관계없이 국정원 간부가 권 전 고문에게 사적 채널 형식으로 보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사유화와 비선정치의 극명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차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정원 2차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 있는 김 씨가 자기 선에서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고문을 끌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국정원 2차장 선에서 금감원 조사에 개입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권 전 고문에게 흘러들어간 돈이 5천만원 뿐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권 씨에게 5천만원을 주는 것으로 모든 일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기 보다는 (진승현 씨) 자신의 발을 넓히려는 차원으로 본다"며 "그 뒤 진 씨가 도피에 들어가 더 이상 접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전 차장 보고내용에 홍걸 씨 부분도 들어있었을 듯

더불어 김 전 차장이 권 씨에게 보고한 내용, 즉 '최규선 씨에 대한 안좋은 여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최 씨의 행동에 대해 보고했다면 김홍걸 씨와 관련된 부분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 핵심부가 당시부터 최규선 씨와 홍걸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지하고도 수수방관했다고 비난받을 소지도 있다. 이미 김 전 차장이 최규선 씨와 홍걸 씨에 관련 사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질책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또 진승현 씨가 로비스트였던 최택곤 씨에게 권노갑 전 의원에게 전달하라며 현금 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오전 7시에 최 씨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최 씨를 소환해 돈 전달 여부와 명목, 그리고 또 다른 인사에게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 집중 조사하고 있다.

최 씨가 진승현 사건과 관련돼 구속될 때 문제됐던 돈과 이번에 불거진 5천만원은 별개의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현재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권 전 위원에 대한 조사는 특수 1, 2부와 공안 1부 등 3개 부서가 맡는다. 진승현 씨로부터의 자금 수수에 대한 부분은 특수 1부가, 최규선 씨에 대한 부분은 특수 2부, 정치자금 수수와 지원에 대해서는 공안 1부가 수사를 진행한다.

한편, 검찰은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타이거풀스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제 송재빈 대표를 비롯해 회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으며, 현재까지도 송 대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어제(29일)는 타이거풀스와 그 계열사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신:5월1일 오전 10시30분>권노갑 검찰 출두, '진 게이트' 수사 급물살

5월 1일 오전 9시55분경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을 태운 검은색 에쿠우스 차량 등 3대의 자가용이 서울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각종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권 전 고문의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날 다른 두 대의 차에는 박양수, 윤철상, 이훈평, 조재환 의원과 조승형 변호사가 타고 있었다.

이외에도 권노갑측 인사들로 보이는 5-6명의 사람들이 미리 현관에 대기하고 있었다.

권 전 고문은 회색양복을 입고 포토라인에 서서 "진승현 게이트 등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며 "진승현 일당이 허위조작한 것"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권 전 고문은 또 "이번에 명백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5분정도 말을 이어갔다.

▲서울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언론에 많은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는 데 나는 언론에서 말하는 게이트 등에 관여한 일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게다가 진승현 게이트는 전혀 알지 못한다. 진승현은 만나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국정원 2차장(김은성 씨)이 금감원 조사명목으로 나한테 얘기를 했다는 보도가 있는 데, 그 자체가 불법적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는 내가 그걸 알고 동조할 사람이 아니다. 불법적인 일에 관여한 일 없다. 이번에 명백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이제껏 살아온 내 인생과 명예를 걸고 국민 여러분께 맹세한다. 허위 날조조작임을 믿는다. 진승현 일당이 허위조작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진실이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

한편 권 전 고문 출두에 앞서 검찰의 관계자는 "진승현 씨가 권노갑 씨에게 전달하라고 로비해서 구속됐던 최택곤 씨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잡았다"면서 "이에 따라 검찰은 보석으로 석방된 최택곤을 오늘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 최택곤 씨로부터도 진승현 씨 돈을 받았다는 데.
"대통령 선거 뒤에 최택곤을 만난 일이 없다. 최택곤은 내가 만나지 않기 위해 피한 사람이다."

- 김근태 의원에게 돈을 준 것은 맞나.
"그것은 사실이다."

-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준 것은 없는가.
"없다."

- 김은성이나 최택곤에게 다른 명목으로라도 돈을 받은 일은 없는가.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돈을 받을 리가 있나."

- 김은성을 만난 일도 없나.
"김은성이 정보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냈고, 국정원 2차장도 했다.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날짜에 나에게 보고한 일이 있다."

- 국정원 차장이 당 상임고문에게 보고하는가.
"나와 관여된 일은 보고한다. 김은성이 나에게 최규선 이야기를 보고했다."

이 말을 마친 뒤 권 전 고문은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을 뿌리치고 함께 온 의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특수1부장실로 향했다. 권 전고문은 특수1부장실에서 20여분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

권 전 고문에 대한 심문은 특수 1부 홍만표 부부장이 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권 전 고문은 부장실에서도 '억울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도 "김은성이 전달했다는 현금 5000만원 부분은 확실한 것 같은데 추가로 전달받았다는 부분은 말하기 애매하지만 전달과정이 복잡해서 배달사고 가능성도 있는 것같다"고 전했다.

▲권노갑 전 고문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자들 사이를 뚫고 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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