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회의서 "홍걸이 빼자" 논의

대통령의 3남, 검찰 도마 위에 오르나

등록 2002.04.16 18:06수정 2002.04.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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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대체:17일 낮 1시> 검찰, 알선수재혐의로 최규선 씨 긴급체포

최규선 씨가 어제(16일) 저녁 11시 30분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오늘 오전 한 검찰 관계자는 "어제 저녁 11시 30분에 최 씨를 천호영 씨의 고발사실에 대해 '알선수재혐의'로 긴급 체포했다"며 "최 씨는 언론에서 밝힌 대로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최 씨의 사무실 3곳과 주거지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오늘 김홍걸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모 건설사 손아무개 사장 등 4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최 씨, 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에서 홍걸이는 빼자"…국정원장에게도 구명 전화

한편 최규선 씨는 검찰 출두에 앞서 지난 11일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검찰수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는 제외시켜야 한다'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예상된다.

최 씨는 또 이 자리에서 신건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구명을 부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CBS는 오늘 아침 7시에 방송된 '뉴스레이더'에서 최규선 씨가 지난 11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오크랜드 프리미어 호텔에서 "이번 사건에서 홍걸 씨만큼은 제외시켜야 하며 우리 선에서 모든 걸 끝내 더 이상의 사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참석자들이 동의의 뜻을 표시해 홍걸 씨는 끼우지 말자는 쪽으로 대책회의의 가닥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CBS는 최 씨가 이 자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중 한 대를 이용, 자신을 일종의 암호명인 '김 이사'로 소개하면서 신건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구명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이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체 대표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건 원장은 최 씨와의 통화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규선이 자신의 구명사실을 부탁하길래 그 건 나와 상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으며, 여기저기 전화하지 말고 나에게도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최 씨에게 전화가 왔다길래 받을지 말지 생각했지만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문제여서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 씨와 신건 원장은 97년 대선 뒤 구성된 정권인수위원회에서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검찰 소환을 앞둔 최 씨가 국정원 최고책임자인 신건 원장에게 암호명을 이용해 전화하는 등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곳에 구명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최 씨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

최 씨가 대책회의를 가진 11일은 검찰이 최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이다. 따라서 최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가진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12일 한 차례를 포함해 10일, 11일 등 총 3차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책회의에는 최 전 과장, 김 전 부시장, 송재빈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와 이들의 비서관 등 7∼8명이 참석했다고 보도됐으나 송재빈 대표는 참석사실을 부인했다.

<2신:16일 오후 7시10분>최규선 씨, 6시47분 검찰 출두

▲ 서울지검에 출두한 뒤 조사실로 올라가기 위해 승강기를 탄 최규선 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규선 씨가 16일 오후 6시47분 검찰에 출두했다. 그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왼쪽 팔에 끼고 들어왔다. 짙은 감색양복차림의 최 씨는 포토라인에 잠깐 머문 뒤 아무 말 없이 엘레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곁에는 변호사와 함께 덩치가 우람하고 머리를 짧게 깎은 건장한 남자 3명이 경호하듯 붙어다녔다.

최 씨 주변에 30여 명의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한마디하고 들어가라' '10억 원 받은 적 있는가'라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그는 침묵했다.

기자들도 최 씨가 계속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엘레베이터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문을 연 채 최 씨를 둘러싸고 10여 분간 질문 공세와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다.

결국 최 씨는 7시경 다음과 같이 한마디하고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언론은 소설을 썼고,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일 뿐이다. 진실과 허구는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다."

<1신:16일 오후 6시20분>홍걸 씨 대리인, 아니면 호가호위?

스포츠 복권 사업자 선정과정을 비롯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43세)가 오늘 저녁 7시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차동민)에 소환된다.

검찰은 최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강호성 변호사를 통해 "의혹이 계속 커져가고 있는데 소환을 피하면서 언론을 상대로 해명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출두를 설득했다.

[관련기사] 한나라당, "김대통령도 조사 받아야 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왼쪽 팔에 낀 최규선 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 씨는 자신의 운전기사이자 비서였던 천호영 씨를 맞고소한 상태여서, 검찰에는 피고소인이자 고소인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다.

최 씨는 그간 검찰소환에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2일 강남의 모 호텔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5∼6명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 뒤 최 총경은 검찰수사를 피해 14일 오전 홍콩으로 출국했으며, 오늘(16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검찰은 최 총경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출국사실을 확인했다.

최 씨는 또 "김홍걸 씨에게 '대가없이' 7만달러를 줬다"고 밝힌 지난 9일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기자회견 사실을 알리면서 구명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최 씨가 청와대를 '협박'한 게 아니냐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씨와 홍걸 씨와의 관계가 사실상의 수사핵심

최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와의 관계다. 최 씨가 단순히 홍걸 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인지 아니면 홍걸 씨의 대리인 또는 하수인으로 움직인 것인지가 이번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홍걸 씨와의 관계 및 금품거래 여부, 스포츠 토토 사업권 선정에 개입해 10억원을 받았는지 여부, 100억원대 비자금의 조성경위, 차명계좌의 실 소유주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경실련 게시판에 최 씨에 대한 의혹사실을 공개해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천호영 씨는 검찰에서 "최 씨가 홍걸 씨를 등에 업고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에 개입한 대가로 현금 10억과 주식을 받았으며 최 씨가 차명으로 관리해온 주식에는 홍걸 씨 소유분도 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이에 대해 전면 부인했으나, 천 씨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선 최 씨는 타이거풀스의 주식 수만 주를 헐값에 매입해 자신의 회사직원 5명의 명의로 관리해온 것이 확인됐다.

홍걸 씨 동서도 주식 보유

홍걸 씨의 동서인 황인돈 씨도 자신의 회사직원 3명의 명의로 1만주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호영 씨는 황 씨가 자신이 직접 전달한 것을 비롯해 최 씨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최 씨는 천 씨가 주장한 '10억원 수표'에 대해 "10억짜리 수표는 본 일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지난해 4월 타이거풀스의 송재빈 회장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타이거풀스 측은 1억달러의 외자유치 도입과 관련한 컨설팅 대가로 돈을 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성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사례금으로는 너무 많은 액수라는 의문점이 남아 있다. 검찰 수사결과 홍걸 씨가 최 씨를 통해 10억 중의 일부와 주식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홍걸 씨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또 최 씨가 밝힌 대로 홍걸 씨가 최 씨에 대한 경찰조사에 개입했는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자신이 98년 8월 마이클 잭슨 초청과 관련해 공연계약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청 특수조사과(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을 때 홍걸 씨가 김 대통령에게 "모함이니 진상을 정확히 가려달라고 부탁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힌 것.

당시 최 씨에 대한 영장은 서울지검 특수3부에서 "마이클 잭슨의 서울공연에 대한 의향서가 작성됐고 이전에도 마이클 잭슨 공연을 성사시킨 적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으며, 같은 해 11월 다시 같은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지만 99년 6월 검찰은 최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 씨는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천호영 씨는 검찰에 최 씨가 자신(최 씨)의 부인 명의로 40억원의 차명계좌를 운영한 것을 포함해 회사직원 및 가족명의 계좌 5개에 모두 100억원 대의 자금을 관리해 왔다며 그 증거로 통장출금내역 사본을 제출했다.

이 밖에도 최 씨가 김동신 국방장관을 통해 F-X사업에 개입했으며 경찰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해소돼야 할 사항이다.

최규선 누구인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남 나주 출신인 최규선 씨는 전남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했다. 지난 97년 때 DJ의 대외담당 보좌역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으며 대선 뒤 정권인수위원회에 비서실 멤버로 참여했다. 김 대통령 취임 뒤 청와대 비서실로 옮기려 했으나 당시 김중권 비서실장이 비서실 멤버 중 유일하게 제외했다.

최 씨는 자신이 대학졸업 뒤 미국에 유학, 위스콘신 주립대를 나와 버클리대에서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스칼라피노 교수의 수제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 씨가 밝힌 이력이 정권 인수위의 신원조회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최 씨가 정권의 고위인사들의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얘기가 많아 본인의 강력한 희망과 달리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최 씨가 DJ의 국제담당 보좌역을 맡은 과정도 의문이 남는다. 최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에 있던 94년 역시 미국 남가주대에서 유학 중이던 홍걸 씨와 만났고 그 뒤 친분이 깊어져 의형제 사이로 발전했다. 홍걸 씨와의 인연으로 DJ의 보좌역이 될 수 있었음을 추측케하는 대목이다.

최 씨는 97년 대선 직전 조지 소로스 미국 퀀텀펀드 회장과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의 화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선거참모인 조지 스테파노플라스의 자서선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외자유치가 국가적 관심이던 98년 초, 조지 소로스와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의 내한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는 있어도 능력은 있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비서실 진입이 좌절되고, 98년 경찰조사를 겪은 뒤 최 씨는 "정치에 염증을 느껴 동경으로 건너가 2000년 1월 동경대 연구원이 됐다"고 밝혔다. 최 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 자신의 대학선배이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으로 성공한 이호덕 씨(인도네시아 교민회장)를 만나게 됐고 그 뒤 이 씨와 함께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래환경연대'를 설립했다고 한다.

최 씨는 문제가 되고 있는 차명계좌는 이 씨가 만든 것이며 자신은 전혀 모른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최 씨는 권노갑 전 위원이 일본 외유 뒤 정치를 재개한 2000년 초 권 전 위원 밑에서 비서로 일했다. 권 전 위원의 미국 방문 중 안내를 맡았던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최 씨는 권 전 위원의 특보라는 명함을 갖고 다녔으며 이때부터 권력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권과 청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 씨가 '권 전 위원의 아들을 자신이 미국기업에 취직시켰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등 최 씨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돌면서 권 전 위원이 그를 내보냈다.

또 최 씨는 지난해 초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김대중 정권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이 즈음부터 한나라당 핵심부에도 관계를 만들었다.

그는 이회창 총재가 지난 1월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행정부와 공화당 고위인사들과 이 총재 간의 면담 성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규선 씨는 올초부터 서울시장 출마준비를 하고 있던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을 '비선'에서 도왔다.

또 최 씨는 3월말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쪽에도 접근을 시도했다. 최씨는 "내가 노무현 후보를 도와줄 일이 있다"면서 노 후보측 핵심인사에게 접근을 시도했으나 이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규선 씨는 영어를 한국말보다 잘할 정도여서 미국 인사들과 많은 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한 대기업이 베이커 전 미국무장관을 초청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해결사'로 나서 3일만에 초청승락을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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