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말리기 위해 마늘창고에 걸쳐놓은 햇마늘매매를 기다리고 있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답답한 마음은 군청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농민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이들로서도 불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어 보인다. 의성군청 산업과 한 관계자는 우선 "정부 비축분이 거의 방출된 상태인데다 내년이 돼야 세이프가드가 소멸돼 올해 당장 마늘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만에 하나 다른 요인으로 인해 90년대 말의 마늘파동이 재현된다면 마늘농사를 지어서 벼농사며 과수농사를 짓는 의성 지역의 농가에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성지역 마늘 농가는 대략 7000호로, 그 재배면적은 1640헥타르(ha)에 이른다. 또 이곳에서 생산되는 마늘량은 매년 14500톤 규모가 달한다. 난지형 마늘(외래종)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어 마늘 생산량은 5%대(한지형 마늘 생산지역 중 22%차지)에 그치지만 재배규모로 따진다면 전국에서 6번째로 넓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의성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마늘재배가 한 해 농가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20∼25% 정도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마늘농사로 벌어들인 돈을 다른 경작물에 투자해야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늘농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80%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본 결과,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조치가 해제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아직은 마늘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9년 중국산 마늘 수입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 1kg당 1000원 내외로 급격히 떨어졌던 것에서 2000년 긴급관세가 부과된 이후 차츰 마늘 가격이 회복세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한지형 마늘(난지형에 비해 단가가 다소 높음)은 상(上)품 기준 3000원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졌고, 올해에는 3500원에서 3600원까지도 거래가 되는 등 99년 마늘파동 이전의 가격세가 회복되고 있었다. 또 현지 도매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마늘사태 이후에도 마늘가격은 다소 주춤거려 500원 정도의 하락세를 보였을 뿐 '큰' 폭 하락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예년과는 달리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가격하락을 기대하는 소비심리가 형성되면서 도소매 상인들이 매입을 주저하고 있어 마늘 값 하락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현지 큰 폭 하락은 없지만, "상인들이 찾질 않는다"
치선2리 마늘농민 강승구(42)씨는 4000평 정도의 땅에 마늘농사만 20년 넘게 지어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한창 출하기인 시기에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뜸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는 "문제는 매매가 아예 안 된다는 기라. 예년에는 장에 나갈 필요도 없었어. 마늘농사 짓고 나면 서울에서, 대구에서 트럭 몰고 와서는 싣고 가기 바빴제. 상인들이 들어오면 판매하는 건 수월했다고. 근데 올해는 찾는 사람이 없어. 그러니깐 가격이 얼마 떨어졌는지는 사실 모르는 겨."
매매가 불안하다는 마음은 중간상인들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3일 의성읍내에 있는 '의성마늘시장'에는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마늘시장에서 30년째 마늘 매매를 하고 있다는 '익화상회' 장태진(53) 사장은 농민들보다 더 원성을 높였다.
장 사장은 "중간상인들은 한창 출하기에 접어들면 1년 내내 팔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 저온 저장해 놓는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불안한 가운데 누가 선뜻 마늘 매입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장 사장은 "게다가 투자해서 구입해놓은 마늘도 손해를 안 보려면 지금에라도 내다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또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옆에 있다 마늘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장 사장의 아내는 손사래를 치고는 "메스컴에서 계속해서 마늘 값 떨어진다고 하니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공짜로 가져갈 생각밖에 안한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