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한 관계자가 화투판이 벌어진 경위를 묻고 있다.김용한
<오마이뉴스>의 확인 결과 이날 화투판을 벌이고 있던 이들 중 3명은 중앙일간지인 A일보의 J 기자, B일보의 M 기자, C언론사의 Y 기자 등 언론사 시청 출입기자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과 함께 화투판을 벌이던 나머지 한 인물은 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국장급 공무원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자 대구참여연대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공적인 공간인 기자실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아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기자실의 폐쇄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언론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기이며, 언론인 또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익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이번 사건은 작은 실수 또는 관행이었다는 해명만으로 처리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박성철 회장도 "기자실에서 고스톱을 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사실을 확인한 바는 없었다"면서 "기자실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그곳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의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지금은 을지훈련 기간이고 공공기관이 비상사태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관공서 내에서 고스톱을 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사건이 확대되자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당사자 M기자는 "일을 끝내고 퇴근하기 전에 '맥주나 한 잔'하자는 말이 나와, 그러면 '화투치고 그 돈으로 술을 먹자'고 해서 화투를 치게 됐다"고 말하고 "우리도 기자실의 (잘못된) 분위기를 바꾸자는 이야기도 하지만 이날 일은 좀 가볍게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J기자의 경우도 "그날 모인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들이라 (화투치는 것을)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시청 기자실은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문제가 없는 곳이라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들과 함께 화투를 쳤던 공무원 L씨도 "전직 공보관으로 일을 했던 적이 있어 인간적으로 기자들을 대하다 보니 자리를 함께 했다"면서 "기자들이 전화가 와서 기자실로 내려가 화투를 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무상 자주 화투판을 벌일 수는 없지 않겠냐"고 주장하며 "어떤 변명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대구시청 기자실의 경우 화투판이 빈번히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자실을 출입하는 다른 한 기자에 따르면 "다른 관청의 기자실의 경우도 화투판이 벌어지는 일이 빈번히 있지만 대구시청의 경우 한 주에 5일 동안 '장'(화투판)이 열린다고 해서 '5일장'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기자실 '화투판'에 대한 제보들이 빈번히 접수되고 있기도 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들에 따르면 "판돈으로 나온 돈들이 잔돈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만 원짜리 지폐가 수두룩해보였다"고 말해 '도박성이 전혀 없었다'는 당사자들의 말도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가 파문을 빚자 시청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논의돼 오고 있었던 "중앙지 기자실과 지방지 기자실을 통합, 브리핑룸 전환 등을 조속하게 마무리 짓자"는 의견들이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찬반양론이 빚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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