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내 장기간 기름유출 흔적

골프장 공사 중 발견돼...수십 년 전 유출 후 은폐 가능성도

등록 2002.08.24 19:14수정 2002.08.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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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1월 다목적 항공유가 다량 유출돼 환경오염 논란을 빚었던 미군기지 '캠프워커'(대구 남구 봉덕동 소재)에서 또 다시 기름이 유출된 흔적이 발견됐다.

기름에 의한 토양오염 흔적이 발견된 지역 - 이곳은 최근 골프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기름에 의한 토양오염 흔적이 발견된 지역 - 이곳은 최근 골프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대구남구청 제공
특히 미군부대에서는 이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40일이 넘도록 공식적인 서면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소파규정마저 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 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캠프워커 내 골프장 연못굴착 공사 중 토양오염 징후가 발견됐다. 미군 측의 토양오염도 검사결과, 현재까지 3개 지점에서 '우려' 기준치인 2000ppm을 훨씬 넘는 2500, 5500, 5900ppm으로 조사됐으며, 오염된 토양의 양은 5000㎥(입방미터)로 대략 1500평 규모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미군부대 내 골프장 공사, 토양오염 징후 발견

현재까지 확실한 유출 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남구청에서는 20여년 전 이 지대에 기름송유관이 매설돼 있다는 주장에 따라 그 당시 유출됐던 유류 흔적으로 보고 장기간 이 일대 토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미군측은 오염된 토양을 캠프캐롤(경북 왜관 소재)로 옮긴 후 토양미생물 처리와 농토처리를 한 후 복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지난 2000년 12월에 남구청과 보건환경연구원 등 한국측 관계자들과 미군이 공동으로 참가했다가 현재는 잠정 중단한 '한미 환경재난실무운영팀'을 재가동해 사태해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년 전 같은 부대 내에서 기름유출이 확인된 이후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빚어지자 지역 시민단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미시모)는 23일 성명을 내고 "캠프워커 내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에 대한 미군 측의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완전복원을 촉구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군기지나 시설 내에 많은 환경오염 사건이 오랫동안 진행돼 왔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피해유형과 범위 등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모의 한 관계자는 "캠프워커 내에는 과거부터 지하에 기름 송유관이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미군 측에서 자세한 내용과 조사를 밝히고 있지 않아 피해 사례가 속출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워커에서는 지난 2000년 11월에도 부대 내에서 군용기 연료 및 난방유로 쓰이는 다목적 항공유(JP-8)가 4000갈론(1만5천리터) 이상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군은 당시 유출을 확인한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22일이 아닌 하루가 지난 시점에 해당 관청으로 제보해 비난을 샀다.

2000년 이어 또 다시 늑장 신고...'48시간 내 서면 통보' 지키지 않아

이번의 경우에 미군은 특히 지난 2001년 4월 SOFA(소파.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이후 "환경사고 발생시 통보 절차 수립에 의해 환경사고 발생시 우선 전화로 사고 발생을 통보한 후 48시간 내에 서면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공식적인 서면 통보를 40여일을 미뤄 소파 규정을 무색케 하고 있다.

또한 원상복구 계획과 관련해 미군 측은 처리작업과 비용이 적게 드는 토양미생물처리와 농토처리로 정화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완전 정화에 가까운 대토 작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기관 등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름유출 후 골프장 공사로 흔적 덮었다" 의혹도

담당공무원과 미군측 관계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담당공무원과 미군측 관계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대구남구청 제공
이번 기름유출 흔적이 있었던 지점에서 "20여 년 전에 이미 기름이 채취됐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과 현재 골프장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과거 골프장 공사를 시행할 당시 송유관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름유출이 있었고, 정화작업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름 유출을 감추고 공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미시모 배종진 사무국장은 "현재까지 발견되고 있는 오염토양의 규모보다 더 많은 규모의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하고 "앞으로 정확한 피해조사와 함께 토양의 완전 복원, 그리고 소파의 환경조항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주한미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늘(24일) 한국측 환경재난실무팀이 향후 대책에 대한 회의를 가졌고 오는 26일 한미 공동으로 실무운영팀 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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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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