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의한 두 건의 한국인 폭행사건 후 또 다시 미군 장교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경찰서인 대구 남부경찰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한미군 등에 의한 한국인 폭행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결국 소파규정 등으로 미군범죄에 대한 처벌이 극히 미미해, 미군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캠프워커, 캠프헨리(미20지원단) 등 주한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대구 남구지역에서 이틀 동안 연이은 미군과 자녀들의 한국인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진열대 기대지 마라" 요구에 주먹세례
첫 번째 폭행사건은 지난달 31일 남구 봉덕동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 15분쯤, 슈퍼마켓 주인인 방아무개(32)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미군 '손님'들을 맞았다. 당시 방씨의 가게를 찾은 미군은 총 4명. 두 명의 미군은 방씨의 가게 안에 들어와 물건을 사고 있었고, 나머지 미군 2명은 방씨 가게 앞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가게 밖에 있던 미군들의 행동에서 비롯됐다. 방씨의 증언에 따르면, "밖에 기다리고 있던 미군들이 포도를 진열하기 위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놓은 진열대 위에 기대어 있기에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씨의 요구가 끝나기가 무섭게 날아온 미군의 화답은 '사과'가 아니라 '주먹'이었다. 정확히 방씨의 얼굴을 가격한 미군 병사의 주먹세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머지 병사도 동료의 한국인 폭행에 가담했고 가게 안에 있던 병사들은 이를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결국 방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 후 방씨는 인근 영남대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방씨는 눈 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뇌 손상이 있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병원에서 MRI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방씨는 "요즘 들어 안 그래도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번 사건이 오히려 한미관계에 해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인들 폭행이야 물고 넘어지기라도 하겠지만 미군들은 별 처벌도 안 받고 미군부대로 다시 들어가면 끝나지 않겠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방씨는 "아예 (폭행한 미군의) 사과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미군 병사는 타일러 로버트(26) 병장. 타일러 병장은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1일 경찰에 의해 검거됐지만, 곧 미군 헌병대에 신병이 인계됐다. 타일러 병장과 함께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병사는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술 취해 소란 피우다, "조용해 달라"는 요구에 집단폭행
봉덕동에서 일어난 방씨 구타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폭행사건이 있었다. 이번에는 주한미군 자녀들이 문제가 됐다.
30일 오후 9시쯤 남구 이천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당시 하워드 니콜라스(20)씨 등 주한미군 자녀 3명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 이들의 소란이 계속 이어지자 인근 주민들은 하워드씨 등에게 '조용히 하라'고 항의를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항의하던 동네 주민 박아무개(27)씨 등 주민 3명을 '집단폭행'하고 인근 가게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 역시 다음날인 31일 남부경찰서는 하워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붙잡았지만, 간단한 조사만을 마친 채 미군 측에 신병을 인도해야 했다.
이번 한국인 폭행사건에 대해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배종진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소파규정에 문제가 있으며 미군 관련자들이 폭행사건이 일으켜도 처벌이 미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미군들이 경각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군들의 자질 문제도 원인"이라면서 "이는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두 명의 여중생이 죽었음에도 한국인을 바라보는 주한미군들의 인식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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