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할테니 기다려! 말한적 없다"
"그럼 우리가 귀신한테 들었는가"

소령·중령-대령에 이어, 소령·중령-준장의 '진실게임'

등록 2002.09.12 10:41수정 2002.09.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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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현역 육군장성이 지난 10일 민주당 한 의원실에 다음과 같은 문귀로 시작되는 A4용지 2쪽 분량의 '해명서'를 보내왔다.

"군 법무관의 최선임자로서 참으로 참담한 심정입니다. 먼저 오마이뉴스의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여기서 한 현역 장성이 문제삼은 <오마이뉴스>의 보도는 지난 9월3일자(18호) <주간 오마이뉴스> 4면에 "현역 장성의 국회 '위증 강요', 야! 조치할테니까 기다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던 내용(별도 박스기사 참조)이다.

<주간 오마이뉴스>는 지난 8월 28일 밤 11시경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문제와 관련, 법사위의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육군 준장)이 함께 증인석에 앉았던 유관석 소령, 이명현 중령의 국회 증언과 관련 "야! 조치할테니까, 기다려"라고 말한 것을 기사화했다.

이날 법사위에서 이명현 중령, 유관석 소령은 "98-99년 병역비리 수사 당시 고석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당사자인 고석 대령은 이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주간 오마이뉴스>는 당시 김 법무관리관이 이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표현하듯 두 부하 장교에게 '엄포'를 놓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창해 법무관리관이 민주당의 한 의원실에 보내온 해명서는 이날 발언에 대한 김 준장의 입장인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김 법무관리관의 발언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실에서 김 법무관리관의 해명서를 입수했다.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이 민주당 한 의원실에 보낸 '해명서'.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이 민주당 한 의원실에 보낸 '해명서'.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명현 중령.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명현 중령.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시 <주간 오마이뉴스>의 기사 내용은 1) 김창해 법무관리관이 이명현 중령과 유관석 소령에게 그렇게 말했다는 것과 이는 국회에서의 '위증 강요'로도 볼 수 있다. 2) 김 준장은 이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 지난 8월13일에도 이명현 중령을 불러 "서울지검에 출석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 김 준장은 이에 앞서 "(이정연씨 병역비리와 관련) 검찰수사에 자료협조를 포함한 어떠한 협조도 하지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이다.


김 준장은 해명서에서 2), 3)과 관련, "이 중령에게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었고, 본인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분명히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다.

김 준장이 해명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1)번 내용, 즉 지난 8월28일 법사위가 끝난 뒤 행한 발언에 대해서다.


"당사자인 이 중령과 유 소령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 중령의 진술이 제 진술과 상치된 관계로 제가 굉장히 화가난 상태로 증인석에서 일어나면서 바로 이 중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조치할꺼야'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고, 이는 제 앞에 있던 고석 대령이나 제 바로 뒤에 있던 감찰단장(김영석 대령)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김 준장은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이 중령이 제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을 이야기하였다고 하여 제가 기분 나빠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고석 대령과 검찰단장도 역시 이같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준장은 이어 "이 중령과 유 소령의 진술 내용도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도표>로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다.

이 중령 유 소령

조치한다는 이야기만 했음. ("기다려"라는 이야기는 못들었음.)

"야 조치할테니까 기다려"라는 말을 했음.

이 중령을 보면서 이야기했다.(유 소령은 들었을 것이다.)

유 소령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도표>를 보면 이명현 중령과 유관석 소령의 주장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김 준장이 당시 '조치' 운운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김 준장은 당시 자신의 발언이 <주간 오마이뉴스>에 보도되자 9월4일 오후 4시에 이 중령을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불러 2시간여 동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중령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법무관리관은 나를 불러 '우리들(이 중령과 유 소령)에게 '조치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분명히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또 "그 자리에서 김 법무관리관은 재차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나는 '유 소령과 그 얘기를 함께 듣고 기분이 나빠져서 밤 늦게까지 술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귀가 먹었습니까. 귀신한테 들은 이야기입니까'라고 되물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관석 소령.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관석 소령.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중령은 "나중에는 김 법무관리관이 '내가 설령 그런 말을 했더라도 본심이 아니니 유관석 소령을 설득해달라'고도 말했다"면서 "김 법무관리관은 9월6일 한 법무관의 변호사 개업식에 찾아가 유 소령을 만나 30여분 동안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설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중령은 또 "'김 법무관리관이 황의돈 국방부 대변인과 함께 우리들의 징계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황 대변인이 만류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모 언론사의 한 국방부 출입기자도 "황의돈 대변인이 29일 기자실에 들러 이 사안에 대한 자체조사가 끝나면 징계할 것이라는 투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김 법무관리관은 <주간 오마이뉴스>보도 이후 이 중령과 유 소령을 만나 "조치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국방부에서 이와 관련된 징계 등의 '조치'를 고려했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지난 98-99년 병역비리 수사 방해 의혹을 둘러싸고 소령(유관석)-중령(이명현)-대령(고석)의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소령(유관석)-중령(이명현)-준장(김창해)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서 한 쪽은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상하관계를 떠나 '진실'을 앞에 두고 군법무관들이 벌이는 일대 공방에 세인의 눈과 귀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GUDOC@
"야! 조치할테니까, 기다려!"
한 현역 장성의 국회 '위증 강요'?

다음은 <주간 오마이뉴스> 18호에 실린 관련 기사 전문이다.

지난 28일 밤 11시경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혐의가 기록돼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도술 자필진술서'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끝난 뒤 증인석에 앉았던 유관석 소령, 이명현 중령은 국회 법사위 회의실 문을 나서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야! 조치할테니, 기다려!"

이날 증인석에 나란히 앉았던 김창해 준장(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엄포'였다.

이날 두명의 장교는 지난 99년 병역비리 수사 당시 2차 수사팀장이었던 고석 대령과의 갈등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또 고 대령이 1차 수사팀장의 캐비닛을 부숴 그 안에 남아있었던 자료들을 가지고 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석 대령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날 두명의 부하 장교에 대한 김 준장의 '힐책'은 소령, 중령, 대령이 국회 증언대 위에서 벌인 진실게임과 관련이 있는듯하다. 문제는 김 준장이 두명의 부하 장교에게 말하는 예고된 '조치'가 의미하는 바다.

두 장교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병무비리 수사를 둘러싼 군 내부의 불협화음을 공개적으로 증언한 것에 대한 불편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두 장교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국회에서 증언해 군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상사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데 두명의 장교가 이에 '항명'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두 장교가 '허위 증언'을 했다면 군 내부 수사를 통해 두 장교를 문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장교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김 준장의 발언은 군의 허물을 덮기 위한 '입막음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이 한 마디는 국회에서의 위증을 강요하기 위한 '압박'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군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국회에서 다같이 진실만을 증언할 것이라고 선서해놓고, 계급상 하급자인 사람들에게 이처럼 발언하는 것은 사실상 '협박'과 다를 바 없다"면서 "김 준장은 더군다나 두 장교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 준장은 이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 지난 8월13일에도 이명현 중령을 불러 "서울지검에 출석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준장은 이에 앞서 "(이정연씨 병역비리와 관련) 검찰수사에 자료협조를 포함한 어떠한 협조도 하지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이 제기되고, 지난 98-99년 병역비리 수사의 난맥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지금, 누구보다도 진실을 밝혀 군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할 위치에 있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이같은 언행의 배경이 의심스럽다. / 김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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