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은 현대판 노예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마녀사냥... 몽둥이 찜질은 '예사'

등록 2002.09.15 02:20수정 2002.09.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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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몽둥이 찜질은 제발 그만.."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2천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산업연수제도 철폐와 외국인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결사 저지를 위한 투쟁대회'에서 이주노동자 아산(네팔)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다. 그리고 흐느낌이 이어졌다.

그날 집회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몸서리치는 절규에 한없는 연민을 느껴야 했다. 깔축없는 세월은 흘러 외국인 연수제도 도입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들에게 가해지는 일부 한국인의 인권유린만행은 10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현실에 또 한번 절망을 해야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현행 산업연수제의 철폐와 노동허가제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현행 산업연수제의 철폐와 노동허가제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석희열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최로 14일 오전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비두, 꼬빌 석방과 공문서 위조 출입국관리소 규탄 투쟁 서울노동자 결의 집중집회'가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학생연대회의, 전학협, 서울집배원협의회(준) 소속 회원 등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집회를 준비한 평등노조 임미령 위원장은 "평일 낮에 집회가 열리면 외국인 노동자는 한 명도 참가할 수 없어 한국인들로만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한산한 집회현장을 지켜보며 씁쓸히 웃었다.

검은 정복을 입은 경찰(black police)이 서울출입국관리소 정문을 지키고 있다
검은 정복을 입은 경찰(black police)이 서울출입국관리소 정문을 지키고 있다석희열
임미령 위원장은 첫 머리발언을 통해 "이 땅의 노동자는 하나,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이 더러운 자본의 힘에 짓밟혀서야 되겠느냐"며 "이주노동자 그들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이 땅에 왔을 것"이라면서 "노동해방 그날까지 우리 끝까지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투쟁발언을 한 김석민씨(서울대·4)는 "우리가 사랑하는 평화는 전쟁없는 상태가 아니라 피부색이 다르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탄압받고 단속추방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와 같은 민중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런 평화일 것"이라며 "우리 청년학생들이 앞장 서 피부색, 성별,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인권이 보장되는 평등세상을 위해 견결한 투쟁을 만들어내자"고 강조했다.


평등노조 서선영 조직국장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국정원, 경찰의 합동 집중단속기간이었다"며 "이 기간에만 전국에서 926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였다"고 한 출입국관리소의 공식 발표내용을 소개하고 "자진 신고자를 포함하여 연수생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속추방 박살내고 노동비자 쟁취하자!"..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단속추방 박살내고 노동비자 쟁취하자!"..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석희열
그는 또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꼬빌과 비두는 단속에 저항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표적단속을 한 것"이라며 "이것은 분명 정치적 탄압이 분명하다"고 진단하고 "단속추방을 박살내고 노동비자와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17일 정부는 내년 3월까지 28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모두 내보내고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는 산업연수생제도를 그대로 둔 채 연수생 정원을 현재 8만명에서 14만5천명으로 오히려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는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추방정책에 들어갔다.

지난 91년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완화하고 네팔 등 14개 개발도상국에 대한 산업기술협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는 그 동안 저임금의 노동착취와 임금체불, 장시간노동 강요 등으로 일부 부도덕한 사업자의 배만을 불려왔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연수생들을 필연적으로 불법체류자로 만들어왔던 불합리한 제도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도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정부의 개선안에서 연수제도의 업종도 섬유, 기계, 전기, 전자 등 기존 제조업에서 농축산업, 연근해어업, 건설업 등으로 확대하고 연수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수생들에게 기술연수는 없이 단순노동에 종사하게 하여 심각한 노동력 착취와 인권유린만을 야기시킨다면 연수제도라고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투쟁발언을 통해 잇따라 단속추방 중지와 산업연수제의 철폐를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투쟁발언을 통해 잇따라 단속추방 중지와 산업연수제의 철폐를 주장했다석희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 지난 8월 마석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꼬빌과 비두를 40여 명의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새벽 6시에 잡아갔다"며 "최근에는 안산에서, 성수에서, 군포에서, 구로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추방의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고 분노했다.

참가자들은 또 "정부는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손쉬운 단속추방의 칼날만 들이댄다"면서 "기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산업연수제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동허가제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종묘공원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보건의료노조 병원파업 공권력 투입 및 노동운동 탄압 규탄대회에 참가했다.

덧붙이는 글 |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016-272-4528, 017-209-4822, 016-709-9334

덧붙이는 글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016-272-4528, 017-209-4822, 016-709-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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