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교회에 눌린 한 주민의 꿈

김혜란씨, 대전순복음교회에 보상 요구 '홀로 싸움' 1년째

등록 2002.10.26 08:27수정 2002.10.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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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대전 순복음 교회 앞. 김혜란씨가 1년여 동안 시위를 벌이고 있다.
25일 오후 대전 순복음 교회 앞. 김혜란씨가 1년여 동안 시위를 벌이고 있다.심규상
대전순복음교회(담임목사 김석산. 대전시 서구 용문동). 1만 3천여명의 신도들은 매주 금요일 철야예배를 비롯해 주말예배, 평일 예배를 보고 있다. 이 교회와 주변주민들간 민원의 시작은 지난 해말 교회증축공사(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5000평)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교회 바로 뒷편에는 몇 미터 골목을 사이에 두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오래 전부터 신경쇠약 증세를 앓아온 김혜란씨 또한 이곳에서 작은 상가를 겸한 주택에서 팔순 어머니와 단둘이 30년째 살아 오고 있다.

김씨는 당시 교회 증축공사와 철야예배에 따른 소음으로 증세마저 악화되고 주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우려되자 순복음교회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가 지난 해 9월 말.

교회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주민들이 교회 불법 증축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중단을 요구하자 지난 해 10월, 순복음교회 당회장인 조용기 목사의 방문을 앞두고 경찰 입회하에 주민들의 땅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양 측이 협상국면에 접어든 것도 잠깐.

교회측은 증축공사가 끝난 이후 "언제 매입하겠다고 했느냐"며 매입의사를 철회했고 교회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민을 폭행하기 까지 했다.

심규상
김씨는 "교회신도들이 민원을 제기한 주민이 운영하는 미장원을 찾아와 기물을 부수고 폭행하는 등 지금까지 법원에 보낸 폭행 피해에 대한 고발장 및 탄원서만 해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혀를 찻다.

김씨는 "함께 민원을 제기하며 항의하던 인근 주민 대부분은 교회측의 대응에 질려 싸움을 포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교회측은 공사가 끝난 이후 방음벽 설치 등으로 더 이상 주민피해가 없고 때문에 인근 주택가의 피해를 보상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배때 마다 주택가 불법주차는 물론 이에 따른 소음피해, 재산가치 하락 등 직.간접적 피해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형종교시설이 들어선 근처에는 이사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5일, 조용기 목사의 방문에 맞춰 또 다시 '집 값 똥값으로 만든 순복음교회는 보상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회측은 시위를 벌이기 몇 일전 신도를 내세워 백일 후에 매입해 주겠다며 시위 계획 철회를 요구했으나 주민 김씨가 확인서 등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해 또 다시 항의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거짓 약속을 하려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심규상
김씨는 "평생을 고생해 장만한 집이 대형교회의 그늘에 가려 장사도 안되고 집값도 헐값이 됐다"며 '당장 뭘 해서 어떻게 벌어 먹어야할지 가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서부경찰서 종교담당 관계자는 "사정을 들어보면 주민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며 "교회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 쌍방 합의를 도출하려 하는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 십억을 들여 주택가에 초대형 교회를 짓고 늘릴 것이 아니라 그 그림자에 가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기울이는 것이 성전을 짓고 지키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의무 아니냐"며 "보상 여부를 떠나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교회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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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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