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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 줄기 ⓒ 김규환
말라 시들은 오동나무와 오동나무씨
70년대까지만 해도 딸을 낳으면 누구 아버지나 혼인 가구로 장롱을 해주시려고 오동나무를 하나 심었다. 두꺼운 싹이 땅을 박차고 나와서 "주인님, 저 써 주시렵니까?" 해도 첫해와 이태 째는 반드시 잘리고 만다. 3년 차에 나온 걸 길러야 곧게 크며, 나무 심재 부분이 단단하고 목재 한 가운데 '스펀지'처럼 자리 잡고 있는 구멍을 줄여 좋은 가구 재료를 생산할 수 있다. 스무살 이전에 혼기가 다들 찼으니 딸 낳으신 아버지의 소중한 몫이었다.
'딱다구리'가 제 집 짓느라고 두 개나 구멍을 뚫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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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서걱거리는 고사리 눈맞다. ⓒ 김규환
나무그늘에서 잘 자라는 고사리
고사리는 양치 식물이라 포자로 번식한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산림이 울창해져서 볕이 거의 들지 않아 오히려 생육환경이 좋지 않다고 한다. 한국전쟁을 겪고 남벌을 일삼던 6-70년 대가 고사리가 제일 많았던 시절이다. 6.25 이후 불타고 난 자리에 가면 고사리가 "드글드글" 했다. 고사리 천지였다. 말라비틀어진 고사리 줄기가 더욱 겨울을 을씨년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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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담초 ⓒ 김규환
눈 속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골담초(骨擔草)
풀이 아닌 나무에 가깝다. 쇠 젓가락 보다 가는 것이 가시를 덕지덕지 붙이고 산다. 아낙들을 위한 약재다. 가시 있는 식물 치고 약 아닌 것이 없다 한다. 꽃은 노오랗게 봄에 핀다. 밭가에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다. 한방에서 말린 뿌리를 골담근(骨擔根)이라 하는데 진통·통맥(痛脈)의 효능이 있어 해수·대하·고혈압·타박상·신경통 등에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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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덮일 위기의 질경이 ⓒ 김규환
파묻히지 않고 빼꼼 얼굴을 내민 질경이
질경이로 나물을 해먹었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신작로에 자리를 틀고 앉아 누가 이기는가 시합을 하였다. 질경이 잎은 관심없고 오로지 꽃대를 타고 질기에 올라온 늙은 것을 골라 양 손에 잡고 걸어 쭉 당기면 하나는 어김없이 끊어지고 만 추억의 놀이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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