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늘 합장의 아름다움을

등록 2003.01.08 07:17수정 2003.01.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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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중세기의 교회 분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하며 그것을 오늘에도 계속적으로 교회 쇄신의 주요 동기로 승화시키고 있다. 2000년의 교회 역사 속에서 신의 이름으로 자행한 여러 가지 오류적 사건들에 대해 세계교회가 참회를 하기도 했다.


'대희년'이었던 2000년 3월 12일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느님과 세계인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가톨릭 사상 최초의 '참회미사'를 집전했던 일을 나는 즐겁게 기억하고 있다.

교회의 그런 일은 오히려 신자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교회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했다. 교회도 잘못할 수 있다는 사실, 교회도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참회할 수 있다는 사실, 갖가지 수많은 역사체험과 신앙체험과 지혜의 축적 속에서 교회도 변모하고 발전하고 끊임없이 쇄신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신자들이 추구할 수 있는 참다운 영성의 길과 완덕의 길은 늘 성령의 교회 안에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신자들에게 좀더 겸손한 마음과 남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소망하고 확신한다.

2003년 새해가 시작된 오늘 나는 다시 한번 겸허의 세계를 생각한다. 나의 겸손과 남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이 사회의 공동선을 키우는 일에 좀더 효과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음을 다시 헤아린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올 한해도 좀더 열심히 기도하며 살고자 한다. 기도를 하되 가능하면 합장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합장을 하되 제대로 잘 하려고 한다.

합장은 '기원'의 가장 확실한 모습이다. 그것은 물론 사람에게 두 손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지만, 사람이 기원을 할 때 두 손을 합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 손으로 기원을 하는 법은 없다. 한 손으로는 타인이나 공중에게 인사와 약속과 선포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이 기원을 할 때 합장을 하는 것은, 두 손이 화합하고 일치해야 제대로 기원이 된다는 뜻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합장은 화합과 일치와 겸손의 표시이기도 하다.

기원을 제대로 하려면 합장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합장 기원을 하면서 두 손을 각기 높낮이가 나게 맞추는 사람은 없다. 깍지를 끼는 형태는 있을지언정, 두 손이 서로 어긋나는 형태를 하고 기도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그런 형태는 우선 부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합장 기원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합장 기원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절절하기도 하다.


합장의 모습은 내게 사람 인(人)자의 뜻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 인자는 작대기 두 개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 형상이다. 사람은 서로 의지해서 살아야 하고, 서로 협동하며 살아야 사람이라는 뜻이다.

작대기 두 개가 서로 의지한 형태라 해서 두 사람만을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과 사회 공동체까지 의미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의지하여 살되 각자 각자가 사회 공동체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까지 암시하는 것이다.


사람 인자의 넓은 의미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인간 사회의 조화까지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의 조화를 해치지 않고 기여를 한다면, 그는 그것 자체로 세상을 바르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일 것이다.

세상의 조화를 해치지 않고 기여를 하려면 우선적으로 그 조화를 긍정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 독선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나의 자부심과 신념만큼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것은 아름답다. 우리에게 형형색색의 풍요로운 풍경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자유롭게 탐구하고 심취할 수 있는 갖가지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그리스도교만 존재할 수도 없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무지이고 어리석음이며 비극이다. 그리스도교와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가 공존하기에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조화롭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합장을 하고 하늘에 기원을 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겸손해야 한다. 늘 화합과 일치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일치는 둘이나 여럿의 합이다. 조화의 형태다 그것을 생각하며 합장을 하는 사람은, 기원의 맨 앞에 자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남을, 이웃을, 다른 것들을 위해 기도한 다음 맨 나중에 자신을 위해 기원을 드려야 한다. (천주교는 기도에 있어 감사, 찬미, 참회, 청원 등 네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불교는 복을 빈다고 하지 않고 빚는다고 하고, 선업을 쌓는 것이 첫째라고 한다.)

무릇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합장을 많이 해야 한다. 자기 믿음의 대상에게 합장 기원을 할 때는 합장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합장의 모습, 합장의 의미와 걸맞은 기도를 해야 한다.

무릇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앞장서서 세상의 조화와 성숙을 위해 일해야 한다.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부터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타종교와 화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과 나눔과 선행을 위해 부름을 받아 종교인이 되고 신앙인이 된 사람들이 아닌가.

무릇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여, 올해부터는 더욱 열심히 합장 기원을 하자. 다 같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자. 사회의 갖가지 갈등과 반목의 해소를 위해서 기도하자. 적(敵)을 찾고 규정하고 싸우기 위해서보다는, 내가 그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하자.

그런 기도를 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세 번이나 제자들에게 선언하신 사랑의 '새 계명'을 명심하자.

"나는 여러분에게 새 계명을 줍니다. 서로 사랑하시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시오." (요한 13, 34 : 15, 12. 17)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부터 합장 기원을 제대로 잘한다면, 합장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며 진심으로 기도한다면 이 세상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넘쳐나고 부처님의 자비심도 충만할 것이다. 그리하여 망국병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지역 감정의 폐해 따위도 우리 사회에서 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5회로 나누어진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과 '의견'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하고 좋은 한해가 되시기를 축원하며, 이 말씀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한다.  

지난해 말에 발표한 글 「종교 '합장(合掌)'의 공통점과 의미」에는 꽤 많은 독자님들이 의견을 주셨다. 그 '독자의견'들 중에서 한 분의 글에 대해서만 답변을 드리기로 한다. 

 먼저, '위선적인 불교와 천주교'라는 제목으로 의견을 올리신 분의 말씀 중에 "(천주교는) 바티칸공의회에서 개신교를 갈라진 형제라고 했으면서도 여전히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성체성사에서도 불신자와 동격으로 취급한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겠다.

 천주교는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한다. 개신교 신자였던 분이 천주교로 개종하고 영세를 받고자 할 때 개신교에서 세례 받은 사실을 말하고 그 세례의 유지를 원하면 천주교 사제는 물로 씻는 핵심 예절을 생략하고 도유(기름 바름)예절 등 개신교에는 없는 몇 가지 보례(補禮)만을 행한다. 그러나 그 신자가 천주교 사제로부터 다시 세례 받기를 원하면 물로 씻는 예절까지 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천주교의 '성체성사' 참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에 대한 믿음과 합당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천주교 신자들도, 신자라고 해서 누구나 다 성체를 모실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만 열 살이 되어야 성체성사 교리를 충분히 공부한 다음 '첫영성체'를 할 수 있는데, 이 첫영성체 광경은 아름답고도 장엄하다. 

 누구나 영성체를 하려면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는 '고해성사'로써 가능하다. 고해성사를 기피하고 죄가 있는 상태로 성체를 영하면 '모령성체(冒領聖體), 즉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독한 행위(중죄)가 된다.

 밀떡으로 된 제병(祭餠)과 포도주가 미사 중 사제의 축성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한다는 확고한 믿음과, 예수님의 살을 내 몸 안에 받아 모시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이 전제 조건은 그대로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중요한 제약이 된다. 신자들 중에는 어떤 특수한 사정에 의해 '조당(阻 )'이라는 것에 걸려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 적은 간략한 사항만으로도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의 성체성사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개신교 신자들은 천주교의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성체성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성체성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고해성사를 인정하지 않으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의 성체성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천주교의 위선과 배타성 때문이 아닌 것이다.

덧붙이는 글 5회로 나누어진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과 '의견'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하고 좋은 한해가 되시기를 축원하며, 이 말씀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한다.  

지난해 말에 발표한 글 「종교 '합장(合掌)'의 공통점과 의미」에는 꽤 많은 독자님들이 의견을 주셨다. 그 '독자의견'들 중에서 한 분의 글에 대해서만 답변을 드리기로 한다. 

 먼저, '위선적인 불교와 천주교'라는 제목으로 의견을 올리신 분의 말씀 중에 "(천주교는) 바티칸공의회에서 개신교를 갈라진 형제라고 했으면서도 여전히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성체성사에서도 불신자와 동격으로 취급한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겠다.

 천주교는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한다. 개신교 신자였던 분이 천주교로 개종하고 영세를 받고자 할 때 개신교에서 세례 받은 사실을 말하고 그 세례의 유지를 원하면 천주교 사제는 물로 씻는 핵심 예절을 생략하고 도유(기름 바름)예절 등 개신교에는 없는 몇 가지 보례(補禮)만을 행한다. 그러나 그 신자가 천주교 사제로부터 다시 세례 받기를 원하면 물로 씻는 예절까지 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개신교의 세례를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천주교의 '성체성사' 참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에 대한 믿음과 합당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천주교 신자들도, 신자라고 해서 누구나 다 성체를 모실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만 열 살이 되어야 성체성사 교리를 충분히 공부한 다음 '첫영성체'를 할 수 있는데, 이 첫영성체 광경은 아름답고도 장엄하다. 

 누구나 영성체를 하려면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는 '고해성사'로써 가능하다. 고해성사를 기피하고 죄가 있는 상태로 성체를 영하면 '모령성체(冒領聖體), 즉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독한 행위(중죄)가 된다.

 밀떡으로 된 제병(祭餠)과 포도주가 미사 중 사제의 축성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한다는 확고한 믿음과, 예수님의 살을 내 몸 안에 받아 모시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죄가 없는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이 전제 조건은 그대로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중요한 제약이 된다. 신자들 중에는 어떤 특수한 사정에 의해 '조당(阻 )'이라는 것에 걸려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 적은 간략한 사항만으로도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의 성체성사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개신교 신자들은 천주교의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성체성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성체성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고해성사를 인정하지 않으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의 성체성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천주교의 위선과 배타성 때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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