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부 조카, 꽃동네 땅 상속받아
"아버지 땅으로 알고 대출받았다"

법조계 "사실상 개인재산화 됐다고 봐야" 지적

등록 2003.03.05 13:54수정 2003.03.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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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1일 충북 음성 소재 사회복지법인 '꽃동네'의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후원금 횡령 및 부동산투기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오 신부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특별취재팀을 구성, 현장취재와 분석을 통해 이번 사안의 실체에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에 꽃동네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은 오 신부와 주변 몇 사람들에게 한정된 문제라고 판답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놓고 검찰의 수사나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봐온 '꽃동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독자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초기화면 왼쪽에 마련된 '기사제보'를 이용해 주시기바랍니다....<편집자 주>


최기동 할아버지 동상앞에 선 오웅진 신부
최기동 할아버지 동상앞에 선 오웅진 신부연합뉴스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조카인 정모씨가 꽃동네 소유의 토지를 상속받아 담보 대출을 받고, 가압류도 당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MBC 'PD수첩'(CP 최진용)은 지난 4일 밤 11시5분 꽃동네 관련 프로그램 '꽃동네. 거지 신부님의 진실'(연출 이우환·박건식 PD)을 방영하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 보도했다.

클릭! PD수첩 다시보기
'꽃동네, 거지신부님의 진실

PD수첩팀이 제작한 '꽃동네∼' 프로그램에 따르면,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매형인 정모씨의 아들 정씨가 지난 1989년 꽃동네에서 아버지 정씨 명의로 사들인 충북 청원군 꽃동네 농장의 땅 일부를 상속받았고, 그 땅을 담보로 외환은행에서 2500만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정씨는 한때 자동차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이 땅을 '가압류' 당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 신부의 매형인 정씨는 이에 대해 "그것은 아들이 사업을 하다 잘못돼서, 그 때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잠깐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신부의 조카인 정씨도 "그 땅이 아버지의 자산이고, 아버지의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의성이 있든 없든 간에 꽃동네 소유의 토지를 오 신부의 친척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꽃동네측 변호인인 손광운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간 꽃동네측은 토지매입에 형제들 명의를 빌리기는 했지만, 오 신부나 형제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꽃동네 땅의 일부에 대한 '불법상속' 사실이 확인되면서 꽃동네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의 대표인 최재천 변호사도 이날 방송에 출연해 "토지가 상속되고 담보 대출까지 받았다면 사실상 개인재산화 됐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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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당시 보좌관, "너 하나쯤 공천에 영향줄 수 있다" 협박 받아

98년 국감 당시 이동석 보좌관은 꽃동네측에 집요하게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너 하나쯤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협박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보좌관이 작성한 보고서.
98년 국감 당시 이동석 보좌관은 꽃동네측에 집요하게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너 하나쯤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협박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보좌관이 작성한 보고서.
그동안 꽃동네측은 "개인소유의 토지는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날 방영된 PD수첩에서는 또 다른 토지문제를 제기했다. 꽃동네가 개인 명의로 사들인 토지 중 일부가 올해 1월 28일이 돼서야 청주교구 유지재단 앞으로 근저당 설정이 된 것이다. 이는 검찰이 공식적인 수사착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다.

PD수첩은 이 외에도 지난 98년 국감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과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뒤인 지난해 후반기 등 꽃동네측이 수사를 비껴가기 위해 개인소유 토지를 집중적으로 근저당 설정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PD수첩이 방영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이미 <오마이뉴스>가 꾸준히 보도해 왔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PD수첩팀은 ▲무차별적인 확대 ▲태극광산 폭력사태 ▲수용자 인권문제 ▲사적 계시 ▲부정 투표 의혹 등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덧붙여가며 심도 있게 조명했다.

"조카가 상속한 부동산은 수만평중의 일부"
꽃동네측 손광운 변호사, 해명글에서 밝혀

꽃동네 변호인인 손광운 변호사는 MBC 'PD수첩'을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에 입장을 밝혀왔다.

손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상속한 부동산을 조카가 근저당했던 부분은 수만평의 땅중에 극히 일부분"이라며 "조카가 등기권리증도 없는 상태에서 토지대장 등만을 갖고 사용했던 것이고, 재단의 자산목록에도 누락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손 변호사는 "(PD 수첩에서) 오 신부가 마치 계좌번호를 불러주면서 헌금을 강요하는듯한 내용의 화면은 무척 유감이다"라면서 "(인근 지역의 광산개발의 부당성과 관련) 4억원을 모금하기 위한 것이었는 데, 이 프로는 전후과정을 생략하여 마치 사이비교주가 헌금을 뜯어내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주요한 증언자로 나온 이들은 지난 98년 당시 보건복지부 소속 이성재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꽃동네 국감자료를 준비한 이동석 현 국회의원 비서관과 꽃동네 인권문제를 계속 제기해 온 홍원기씨, 그리고 거창꽃동네 반대 운동을 벌여 왔던 김영식 신부다.

아울러 꽃동네의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는 윤시몬 수녀와 신상현 수사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반론을 펼쳤다.

이동석 당시 보좌관은 우선 98년 국감 당시 꽃동네측에서 자료협조를 전혀 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증언했다. 이 보좌관은 심지어 당시 꽃동네측으로부터 "너희들이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성재 의원)너 하나쯤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협박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이 보좌관은 또 98년 오 신부가 '대형시설 세분화', '재정운영 투명화' 등 4가지 약속을 직접 각서로 써서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속았다"며 "회계는 아직 투명하지 않고, 시설은 아직 분리되지 않고 있는 등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보좌관은 꽃동네 후원금에 대해 "후원금이 사실 천주교로 들어가는 헌금이 된다"며 "절차상으로 헌금을 만들어놓고 그 돈으로 대학 짓고, 땅도 사고, 주유소도 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혀 꽃동네가 사회복지사업법의 맹점을 이용, 편법을 동원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원기씨는 수용자들의 인권문제, 특히 강제 장기기증 문제를 제기했다. 홍씨는 "말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장기기증 서약서를 받느냐고 물으니 '그냥 엄지손가락 끌어다가 찍으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대꾸했다"며 "(이 같은 강제 기증에 동참한)나도 범법자이고,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꽃동네 신상현 수사는 홍씨의 주장에 대해 "꽃동네 수녀들은 10년이고 20년이고 수용자들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그들과 대화가 되고 의사표현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부정선거 의혹, "미사 시간에 공공연히 '1번 찍으라' 강요"
" '사적 계시'는 명백한 이단, 교회가 왜 내버려뒀나"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부정투표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이들의 증언도 방영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김소정 군의원 후보는 "오 신부를 만나러 갔더니 못 만난다고 해서 윤숙자 수녀를 만났다"며 "윤 수녀 하는 말이 '저번에는 민주당이 좋아서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만, 이번엔 우리 마음이 한나라당이라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그게 뭐 잘못됐느냐,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2월말 열린 꽃동네 철야기도회. 오 신부는 여기에서 마귀를 쫓고 장풍을 쏘는 등의 의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른 신부들은 이같은 행위가 '이단적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지난 2월말 열린 꽃동네 철야기도회. 오 신부는 여기에서 마귀를 쫓고 장풍을 쏘는 등의 의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른 신부들은 이같은 행위가 '이단적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홍원기씨 역시 "미사 시간에 오 신부가 공공연하게 '1번 찍으라'고 강요한다"고 밝혔으며, 꽃동네의 토지 문제를 제기한 이관복씨도 "내가 직접 들었다"며 "오 신부는 '내 말한마디면 300만표가 좌우된다, 이 정권도 나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천주교계의 논란이 될 만한 오 신부의 '사적 계시' 주장도 PD수첩팀에 의해 방영됐다. 지난 96년 꽃동네가 거창에 '제2의 꽃동네' 건설을 추진할 할 때, 오 신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어느 날 기도를 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내가 제2의 꽃동네를 알려주겠다. 첫째는 교통이 좋은 곳, 두 번째는 옛부터 물이 많다는 곳, 그리고 그 지형이 다이아몬드형인 곳, 방향은 동북방인 곳. 그런 곳이 나타나면 내가 그곳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정해준 땅이니 그 땅을 차지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천주교 일부에서는 이런 사적 계시를 말하고 다니는 행위가 명백한 '이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 김영식 신부는 이에 대해 "사적 계시란 도저히…(인정될 수 없다). 거의 이단이다. 그런 걸 교회가, 천주교가 묵인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PD수첩팀은 또 지난 2월말 꽃동네에서 열린 철야기도회 장면을 녹화해 방송했다. 여기서 오 신부는 마귀를 쫓는 구마의식을 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꽃동네 25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자에서도 구마의식을 행하는 오 신부의 사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같은 행위 역시 천주교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된다는 것이 다른 신부들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철야기도회에서는 꽃동네 오 신부가 "태극광산과의 싸움에 필요한 돈"이라며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계좌번호를 불러주는 장면도 방영돼 네티즌간 논란이 일고 있다.

"후원금 반환해야 하는지"-"선동적 보도태도 실망"
PD 수첩 방영 놓고 게시판에서 네티즌 논쟁

4일 밤 방영된 MBC PD수첩 '꽃동네, 거지 신부님의 진실'과 관련 , MBC PD 수첩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4일밤 11시 5분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글을 올리기 시작해 하루가 지난 5일 오후 1시30분 현재 465개의 의견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대체로 두 가지 입장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부 네티즌들은 "오 신부에게 실망했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 "MBC의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하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준수'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이 사회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라며 "내가 보태준 후원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이라도 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김남두'라는 네티즌도 "겉으로 드러나는 비리가 저 정도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은 얼마나 썩었을까"라며 "꽃동네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당신들의 돈벌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남기봉'이라는 네티즌은 "비리를 밝혀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할 것"이라며 "오웅진 신부님은 물론 그분을 도와준 많은 후원자들, 우리나라 사회복지 사업을 위해서도 방송에서 떠들며 비판할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남겼다.

'송문순'이라는 네티즌도 "PD 수첩의 선동적인 제작태도에 실망"이라며 "조직이 크다보니 행정가가 아닌 종교인으로서 미숙함도 있었을 테고 알고 보면 속사정도 있었을 터인데 일방적인 매도로 나는 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일의 꼬투리를 잡아 헐뜯기만 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 정정

위 내용 중 'PD수첩 방송내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다음 카페에 안티 MBC 모임방(http://cafe.daum.net/nombc)을 개설'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므로 삭제, 정정합니다.
/ 김영균 기자


대규모 시설 큰 문제, 소규모로 분산해야

PD수첩팀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꽃동네 시설들의 '대형화'가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현대 사회복지 개념과 맞지 않는 대형 수용시설이 오히려 사회복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꽃동네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봉사자는 "꽃동네에서 지내면서 이웃을 사랑한다기보다는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오 신부에게 한번은 제가 식사하며 '신부님은 무슨 사업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동석 보좌관 역시 "시설의 대규모화, 독점화는 후원금의 독점화를 낳고, 성장과 팽창의 독점화로 이어진다"며 꽃동네 시설의 축소를 주장했다. 한 종교학자도 "그런 대형시설이 왜 필요한가"라고 물은 뒤 "(수용자들은) 모두 좋은 일을 한다는 이름의 희생자들"이라고 말해 대형화된 꽃동네 시설의 부적합함을 비판했다.

김정렬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장은 "대형화 시설의 인권과 차별 문제 해결 방책으로 시설을 소규모화해야 한다"며 "시설의 소규모화는 지역사회와 가까이 있다는 말이고, 결국은 사회복지시설도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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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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