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들이 알고 있는 미국에 대한 오해

(1) 미국은 한국에 비하여 물가가 싸다?

등록 2003.03.06 03:59수정 2003.03.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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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들 특히, 미국으로의 유학이나 이민을 갈망하는 드리머들에게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란 것이 있었다.


그 아메리칸 드림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드라이브가 한창이던 70~80년대, 독일에 광부로 간 이들, 중동지역에 건설노동자로 간 이들의 신념이나 야망보다 더 짜릿한 인생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진짜 꿈이었다. 마치 골드러쉬에 편승하여 캘리포니아로 질주하였던 토박이 아메리칸 드리머들처럼…

거의 3년 반이란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서도, 아직 그 아메리칸 드림은 유효하다. 그런데, 막연하게 미국에 입성하려는 불특정 다수가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오해를 몇 가지 풀어주고자 한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는 워낙 큰 영토와 다양한 문화들이 아우러져 있는 곳이기에 나 같은 전직유학생의 국지적 안목에 한계와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는 점 인정하고 들어간다. 그래도 나름대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충고를 할 테니 잘 참고하기 바란다.

첫번째 오해 – 미국은 물가가 싸다!

먼저 천만의 말씀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경제와 비교해서 말하자면, 미국에서 싼 것이라고는 자동차 기름(car gas)뿐이다. 여기에는 일반화의 오류가 거의 없다. 미국의 52개 주마다 물론 조금씩 편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인터넷 마켓과 마찬가지로 각 주별 혹은 전 주에 걸쳐서, 프랜차이즈 마켓이 있기 때문에 유통되는 생활용품이나 가격대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월마트(Walmart)는 각 주의 도시들에 거의 있다고 보면 된다. 베스트바이(Bestbuy), 써킷시티(Circuit city)같은 대형전자제품마켓도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됨).

그럼, 구체적으로 물가가 어떠한지를 보자. 내가 살던 곳은 미국남부의 플로리다주의 주정부(조지부시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가 있는 탈라하시(Tallahassee)라는 도시였다. 플로리다 주의 주도이자,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가 있는 소위 캠퍼스 도시이다.


다른 주에서 유학 온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일반적으로 주립대학이 있는 중소도시치고는 물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 곳 탈라하시보다 편차가 확연하게 날 정도로 물가가 싼 도시는 미국상에 없다고 보면 된다. 즉 미국 중도시의 평균치로 보면 된다는 소리다.

식료품 가격을 보면, 아마도 가장 싸다고 할 수 있는 코카콜라의 경우, 12개들이 캔 한 박스가 3불대에 팔리고 있다. 간혹 가다가 이벤트의 일환으로 2불대까지 가격이 다운되기도 하지만 3.50불이 거의 평균가격이다. 달러당 1200원으로 환산해보자. 약 4,200원이다. 12개들이니까, 개당 350원이다. 그런데, 하나 빠트린 것이 있다. 세금(TAX)이다.

미국은 세금과 팁의 나라다. 모든 물품이나 음식값에 각 주에서 정한 %의 세금을 내야 한다. 플로리다주는 7%다. 아시다시피, 구매가가 높을수록 세금이 커지니까 소비자들에게 매우 과중한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다. 마켓에서 기본가격만 보고, 이것 저것 마구 집는 것은 재미있다. 그런데, 막상 계산대에서 세금이 부가되면, (예를 들어, 200불어치에 대해서 14불이 붙는다) 그 기분이 마치 속은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콜라의 예는 비교적 싼 식료품 대열에 속한다. 유사한 것들로, 계란, 감자 등이 싼 편인데, 놀랍게도 과일, 주스, 치약, 비누 심지어 고기 등의 가격은 한국의 대형식료품점과 같거나 조금 비싼 편이다.

쇠고기의 경우, 물론 미국이 한국보다 싼 편이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의 입맛을 끄는 질 좋은 등심 같은 부위는 맛이 좋은 만큼, 가격이 비싸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막연히 미국은 농축산물 자원이 풍부하니까 질좋고 가격싼 물품이 널려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데, 바로 그 점이 오산이란 점이다.

식료품은 그렇다치고 일반 음식점은 어떠한가? 한국에 돌아와서 깜짝 놀란 것이 있다. 맥도널드의 콤보가격이 미국보다 싸다는 사실이었다. 맥도날드에서 콜라와 햄버거 그리고 프렌치프라이드 콤보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세금까지 합쳐서 약 4불이 넘는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그냥 머리 속으로도 5000원짜리 지폐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간식으로 생각하는 햄버거세트 하나 먹는데, 거금 5000원이 나간다는 소리다. 이는 비단 맥도날드의 경우가 아니다.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주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어느 업소든간에 거의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는 어느 유학생이나, 고국의 모교 앞의 3000원짜리 박리다매 백반정식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뱃 속에서 소화되는 것들만이 아니다. 가장 만만한 월마트에 가보면, 통기타부터 화단용 자동 물주기 장치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즉, 의식주에 관한 모든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당연히, 가구나 액자 같은 것들도 대량으로 쌓여져 있다.

그런데,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이러한 물품들은 중저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정을 둔 미국의 중산층은 월마트의 생활용품들을 가난했던 청년기 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그러한 중저가이기에 사실 디자인이나 내구성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 아주 촌스럽지는 않은, 깔끔한 정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와서 또 놀란 것은, 내가 미국에서 별 불만 없이 사용하였던 가구, 침구 등이 그 디자인이나 가격면에서 매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장에 서울의 아현동이나 이마트, LG마트 같은 곳에 가봐도 품질, 가격대비 면에서 훨씬 월등한 제품들이 진을 치고 있다.첫 번째 오해에 대한 끝맺음을 이렇게 하고자 한다.

미국에 곧 장기 입성할 분들이여!

그대들이 만약 작금의 한국의 경제난을 못이겨 탈출하려는 일환으로 미국을 선택하였다면 한 번 더 제고하시기를! 그래도 단돈 3000원으로 칼로리 700을 넘어서는 맛깔나는 자장면 곱배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여기 한국말고 미국 전역 어디에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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