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함께 즐길수 있는 축제돼야"

[인터뷰] <예술축제 FAM>의 김혜옥 위원장

등록 2003.04.04 15:44수정 2003.04.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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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이름의 지역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이 지역 축제들이 준비 부족과 전문인력 부재로 큰 성과를 못 이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3회째를 맞는 <예술축제 FAM>은 축제의 모범이 될 만하다.

음악, 미술, 무용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 축제인 <예술축제 FAM>은 국, 내외의 최고 수준의 공연단이 꾸준히 참여하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5월 13일부터 22일까지 국립극장 전체에서 열리는 올해 축제에는 영국의 현대 클래식 앙상블 고그마곡스의 <점보검보>와 아르헨티나의 엔리케 쿠티니 오케스트라의 <탱고이모션>이 메인으로 참여한다.


지난 3월 28일 이번 축제를 기획한 <예술축제 FAM>의 김혜옥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a 김혜옥 위원장

김혜옥 위원장 ⓒ 한상언

- 기악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다. 어떤 악기를 다뤘나?
"비올라를 전공했다."

- 악기를 전공하다 어떤 기회에 축제 프로그래머가 되었는가?
"대학 때 연극반에 들어갔다. 대학 서클이라는 것이 들고나기를 많이 한다. 지금 생각하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도 않은데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한다. '지금은 앞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돼, 연극은 좋아하지만 안돼.'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한다. 나는 인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3학년 때 괜히 책임감이 있어 보여 회장이 됐다.

정기공연이 1년에 총 3회가 돌아간다. 대학생들에게 큰 공연이다. 정기공연 때 회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기획도 해야 했다. 해보니까 기획이 제일 재미있었다.

졸업을 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기획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주변에 배울 수 있는 기획자가 누군가 수소문을 했다. 제 레이더에 걸린 분이 강준혁 선생님이다.


강 선생님은 그때 조그만 사무실에서 축제 자문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대단한 예술가분들을 많이 만났다. 사무실에 단 둘만 있으니까 강 선생님 안 계시면 무조건 내가 접대를 했다. 커피 타드리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까 예술가 분들이 고집도 세고 나름대로 예술관도 있고 참 훌륭하더라. 그런데 난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이 그냥 욕심만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소양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선생님께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러고 대학원에 들어가 예술경영을 전공하게 됐다."

- <예술축제 FAM>이 3회째를 맞았다. FAM은 어떤 행사인지 설명해 달라.
"FAM은 이 시대에 가장 탁월한 것을 보여주고자 해서 만든 축제이다. 연극, 무용, 음악 하나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고 이 모든 장르의 대표선수들만 모아 놓은 것이다. "


- 전통과 현대(Fork And Morden)가 축제의 이름이다. 왜 전통과 현대에 주목하게 됐는가?
"지역도 나타내지 않고 국제적일 수 있는 이름의 축제를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세계 무슨 축제라고 이름짓고 싶지 않았다. 자체로만 세계적 축제이고 싶었다.

전통과 현대라는 것을 이름으로 선택한 것이 남들 보기에 굉장히 건방져 보일 것이다. '이런 거대한 주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생각 할 것이다. 또한 굉장히 구태의연한 제목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제가 공연장을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추리한 옷을 입고 비닐봉지에 빵을 싸와서 공연장에 앉아 보고 계셨다. 그분들이 연극을 보고, 발레를 보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현대적인 느낌의 클래식 공연을 봤는데 그분들이 또 앉아있었다. 전통이라는 것이 사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표구나.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영국에 세계의 민속 음악, 무용, 공연예술이 오는 축제가 있다. 거기에 우리 나라 대표선수가 초대가 됐다. 저도 우리 것이니까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갔다. 한국에서 본 공연이었다. 가서 실망했다. 아무런 맨트 없이 지루하게 두 시간을 넘게 공연했다.

그곳이 바비칸 센터의 굉장히 큰 메인홀이었다. 처음에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 한 2-30분 지나니까 나가기 시작했다. 끝날 때쯤 보니까 한국 사람만 듬성듬성 있었다. 자리를 지켜줘야겠다는 그 의무감 때문에 있었던 것이다.

이후 전통이라는 것에 더 관심이 갔다. 전통을 얼마만큼 지금에 맞게 우리가 잘 구성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해야할 것은 전통을 지금 우리한테도 그렇고 외국인에게도 보여주고 잘 보전하는 일이다. 그래서 축제를 기획하게 됐고 대중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

a 김혜옥 위원장

김혜옥 위원장 ⓒ 한상언

- 다양성, 실험성, 접근성을 축제의 주제로 삼고 있다. 축제의 포커스를 그렇게 맞춘 이유는?
"보통 전통이라는 것은 보고싶지 않은 것, 나와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꼭 봐야한다고 의무감을 부여해 줄 필요가 전혀 없다. 관객은 그런 의무가 없다. 내가 보기 싫으면 안보는 것이다.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성, 실험성,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 국립극장을 축제 장소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 나라에서 공연장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1, 2회 때까지는 문예회관에서만 했다.

만들려는 축제가 공연만 보고 가는 형태가 아니다. 워크샵을 통해서 참여하고 야외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큰 모습이다. 공연 하나만 실내에서 보는 것 말고 다른 것들도 체험해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축제를 하자는 것이 제 컨셉이다.

그래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밖에 없었다. 그 중 예술의 전당은 밀집되어있지 않고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에 예산도 많이 편성이 되고, 오는 동선이 너무 길어서 우리 축제에 들어왔다는 것을 관객이 잊어버리기 쉬운 장소였다. 이에 비해 국립극장은 너무 좋은 공간이었다. 대극장이 있고 야외 광장이 있고 옆에 소극장이 모여있고. 충분한 로비도 있고. 축제의 장을 만들기 너무 좋은 공간이었다. 비교적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 관객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가장 쉽게 접근한 것이 예술적이지 않은 장터이다. 장터를 만들어 먹거리도 만들고. 살수도 있고, 쇼핑도 좀 하면서 공연도 보고. 이것이 내가 생각한 능동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인형공방이나, 마임공방, 악기공방도 있다. 무료로 들어와서 가족끼리, 연인들끼리 직접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폐막 개념으로 레이블 파티, 디제이 파티를 넣었다. 실내에 들어가면 참여가 안 되고 보게 된다. 그래서 하늘극장이라고 지붕 없는 극장을 택했다. "

a 김혜옥 위원장

김혜옥 위원장 ⓒ 한상언

- 외국에 이와 비슷한 축제가 있으면 설명해 달라.
"좋아하는 축제가 있다. 워매드(World Of Music And Dance)라는 축제이다.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축제의 모습이다. 실내외를 다 한다. 세계 각 나라에서 민속적 요소들이 다 온다. 영국에서 발생했는데 호주에서도 하고 미국에서도 한다. 일년 내내 워매드가 전세계에서 하고 있다. 한국에서 워매드 축제를 유치하고 싶다.

그 축제에는 가족 나들이 개념이 많다. 실내는 세계 각 나라의 민속공연을 한다. 그거야말로 국제적이다. 자기 나라 것을 마음 것 뽐내고 간다. 여기 앉아서 컬렉트 한 공연을 다 보면서 세계 문화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야외의 경우 사람들이 편안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 대부분이 관객에게 의무감을 준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여기 와서 이만큼 봐야돼. 그런데 워매드는 그렇지 않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놔둔다. 그런 축제를 만들고 싶다. 세계 다양한 문화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편안함도 주고. 예술이 나와 멀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

- 지방마다 그 지역의 이름을 걸고 하는 축제가 많다. 그런데 성과를 얻고 있는 축제는 드문 실정이다. 그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있다면?
"일단 만드는 동기가 투명하지 않다. 만드는 동기 자체가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화 될 수밖에 없다. 대형화되면서 돈은 많고 장소도 굉장히 널려져 있는데 이걸 다 채워 넣지 못한다. 축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과 노력과 사람이 필요한데 너무 단시간에 하려고 한다.

또한 축제의 프로그래밍이 됐던 사람을 운용하는 것이 됐던 전문가가 붙을 수 없는 구조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떻게든 통제하고 싶어한다. 예술가들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식이다. 믿을 수 없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 혹은 예산을 헛되게 쓸 수 있다 의심한다. 그런 걱정 때문에 조직 내에 너무 깊이 개입되어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행정가들이지 예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예술 하는 사람들을 컨트롤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가 영입이 될 수 없고 영입이 되더라도 받아드리지 않고. 언어가 서로 맞지 않다. 그러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차라리 전문가 집단이 스탭으로 싹 들어가고 최고 의사결정까지도 할 수 있어야지 특색 있는 각자 다른 성격의 축제가 만들어 질 것이다."

a 김혜옥 위원장

김혜옥 위원장 ⓒ 한상언

- 예술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예술가 중에 자기가 이것을 통해서 돈을 벌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때문에 이 사람들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방법이 서툴다. 예술가들이 대중에 다가가려고 하면 사람이 이상해지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

예술가들을 관객에게 다가가게 해주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다. 관객에게는 예술을 통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제안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라에 대해서는 국민이 사는데 예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얘기해주어야 한다."

- 바쁜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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