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과 北-대만 교환 가능성"

이라크전쟁 후 미국의 '동북아 시나리오'...리영희 선생 주장

등록 2003.04.10 19:55수정 2003.04.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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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거리에서 이라크전 파병 반대 발언을 하고 있는 리영희 선생.
지난 3월 28일 거리에서 이라크전 파병 반대 발언을 하고 있는 리영희 선생.오마이뉴스 남소연
한양대 명예교수인 리영희 선생은 10일 한국정치연구회가 주관한 '파병안 국회 통과와 반전평화 긴급토론회'에 참석, 이라크전쟁 직후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아래 <기조발제> 요지 참조).

리영희 선생은 현재 미국의 이라크침공이 91년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의 '신세계질서'를 이어받은 정책을 배경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패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영희 선생은 또 "이번 전쟁으로 심각한 굴욕을 당한 아랍 인구들은 미국과 심각한 대립을 일으킬 것이고, 앞으로 치열하고 비참하게 피를 흘리게 되는 종교전쟁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며 "실제 미국은 아랍의 통치를 위해 이스라엘의 소제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침공 이후 한반도 정세에 관해 리영희 선생은 "한-미-일간 공격적 군사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리영희 선생은 대만과 북한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거래를 하는 '동북아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리영희 선생은 "미국의 중장기적 목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고 "금세기 초반의 중국 목표는 대만을 수복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넘겨주고 대만을 접수하려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교수협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리영희 선생의 기조발표 후 이삼성 한림대 교수와 정영태 인하대 교수의 주제발표, 각계 참석자들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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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리영희 선생의 기조발표 요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리영희 선생.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리영희 선생.사이버 참여연대
1991년 지금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의 '신세계질서(New World War)'는 과거 미국에 도전했던 구소련과 구소련권 세력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는 (세계에) 비자본주의적 국가가 나타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미국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그룹, 이를테면 이란, 이라크, 쿠바 등 중소국가들을 단시일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처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그렇지만 미국은 단일한 군사력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다. UN의 동의를 가급적 얻으려고 하겠지만, 지금 실제로 미국은 단일한 군사력으로 행동하고 있다. (위와 같은)이런 것들이 91년 아버지 부시의 신세계질서였고 지금도 되풀이해서 반복되고 있다.

미국이 현재 하고 있는 것은 과거 로마와 영국이 하지 못했던 패권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아랍과 기독교 세력을 양분하려는 미국의 이라크침공은 13세기 십자군 전쟁과 닮아 있다.

실제로 이제 세계평화, 민주주의, 인권 등 이상을 위해 전진해 왔던 유럽과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 돌이킬 수 없는 패권의 길을 가려고 한다.

이라크전으로 종교전쟁 일어날 수도…이스라엘, 소(小)제국주의 강화

이번 전쟁으로 심각한 굴욕을 당한 아랍 인구들은 미국과 심각한 대립을 일으킬 것이다. (이번 전쟁은) 특히 미국적 유일신을 절대화하는, 이른바 타의 일체의 종교와 신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치열하고 비참하게 피를 흘리게 되는 종교전쟁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 미국은 아랍의 통치를 위해 이스라엘의 소제국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아랍에 대한 지배를 확대하려 할 것이고 이는 실제 이스라엘을 통해서 가시화될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석유 확보함으로써 미국은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석유를 지배하게 됐다.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고 아프가니스탄, 키르키스탄 등 북쪽 흑해연안의 과거 소련연방을 구성했던 4개 국가를 사실상 지배해 세계 석유자원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는 21세기 미국의 엄청난 단독지배 체제를 형성하고 세계 경제적 질서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로 초점을 옮겨 보면 현재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의 타협, 교섭에 의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다급한 위기 상황이 우리 주변에 형성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20, 30년후 혹은 50년 후의 중장기적 목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고 전세계 전략의 중심문제는 동북아지역이다.

미국은 중국을 지배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군사적으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강행하려고 할 것이다. 금년 가을 일본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미-일 군사동맹 가이드라인은 대소련, 대중국, 대북한의 포위, 압박, 봉쇄, 군사전략의 직접적 최전방 네트워크다.

비록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도 핵무기니 대량살상무기니하며 전쟁의 구실을 붙였듯이 동북아에서도 북한을 빌미로 한-미-일간 실질적, 공격적 군사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도 보도됐듯이 이미 많은 미국 정책고위관리들이 북한과의 협상은 필요없고, 이제 행동만 남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간에는 솔리드(Solid, 단단한)한 군사 관계가 없었다. 이전 한-일 군사관계가 점선이었다면 이제는 굵고 단단한 라인인 실선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미-일 3개국의 군사동맹은 강화될 것이다. 그것이 미국이 원하고, 또 하려는 일이다.

"한-미-일 공격적 군사동맹 강화될 것
미국과 중국, 북한-대만 교환 시나리오"


지난 10일 한국정치연구회가 주관한 '파병안 국회 통과와 반전평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한국정치연구회가 주관한 '파병안 국회 통과와 반전평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사이버 참여연대
시야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줄여 동-서로 나누어볼 때 중국은 적어도 앞으로 30년 동안은 미국에 대항하는 노력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을 거부하거나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금세기(21세기) 초반의 중국 목표는 대만을 수복하는 것이다. 1972년 미국의 닉슨과 주은래 사이의 협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속적으로 대만을 중국에서 떼 내려는 노력을 해 왔다. 따라서 미국은 대만을 지속적으로 무장시키려 노력했다. 현재 대만은 사실상 중국이 침략하지 못할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에 예속돼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을 (자신의) 아래에 두려하고, 중국은 대만을 원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넘겨주고 대만을 접수하려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한민족은 이들을 예의 주시하고 통찰력을 가져야 대처가 가능하다. 대만과 북한을 미국과 중국이 맞바꾸는 시나리오, 이에 따라 한반도의 공존, 북한의 생존과 주권, 한반도 세력권의 동향이 결정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미국은 앞으로 (이라크)침략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노무현 정권과 협의하는 척 하면서 알맹이로는 한-일 군사 결속을 강화할 것이고, 실질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에 대응하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한반도에는 주한미군이 증강되고, (남한은) 미국의 대중국 정찰, 포위, 압박 전략에 더 깊숙히 끌려갈 것이다. 여기서 주한미군 증강이란 현재의 전시 작전권, 미군 군사력, 한반도 군사력의 증강 등을 의미한다. 미국이 신무기를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구입하게 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는 전쟁에 미국의 대응역할을 하게 하는 무서운 사태를 맞이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수구적 기독교 세력, 군대와 같은 수구세력 등 전통적 미국숭배 세력에 더 조직적이고 교활한 접근방법을 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30년간 민주화운동으로 겨우 열매를 마련한 현재의 세대, 민주화운동세력들이 앞으로 굉장히 난처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과거 반공에 물들었던 세력, 지금도 미군의 영구주둔과 미국 예속을 원하는 경제, 사상, 종교적 세력들 때문에 이제 남한에서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극도의 대립이 강화되지 않을까 한다.

이라크침공으로 독재정권을 내쫓는다는 미국의 얘기는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 미국은 그동안 계속해서 독재자를 지원해 왔다는 것을 똑똑히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독재정권을 지원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다. 국민소득이 겨우 70불인 니카라과에서 독재자 소모사가 20억불의 미국 경제 지원금을 착복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이 지원했던 국가 중 독재국가, 반인민적 정권, 노예국가가 아닌 적은 한번도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전 미군이 주둔했던 국가는 파나마 등 2개 국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2차 대전 중 미군 주둔국가가 29개국으로 늘었고, 지금은 전세계 69개 국가로 증가했다.

이 군대의 목적은 후세인보다 몇백배 악랄한 반인민적 정권을 세우고, 인민을 탄압하고, 미국에 갖다 바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러면서도 지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후세인을 축출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파병을 승인한 일부 국회의원들, 우익세력들은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동맹'이란 주로 '군사동맹'을 말한다.

모두 6줄밖에 되지 않는 우리와 미국간의 '한미방위조약' 3개항을 살펴보면 첫째, UN정신과 결의에 따라 군사행동을 한다는 것. 둘째, 군사행동은 태평양지역에 국한한다는 것. 셋째, 군사행동은 외부침공이나 위협에 한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파병은 명백한 '한미방위조약' 위반

미국은 또 한미방위조약에 '양해사항'을 포함시켜 남한이 북쪽에 먼저 무력행위를 해서 북쪽이 침공해도 미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는 남한이 먼저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한미방위조약'에는 '태평양지역'이 모두 4번, '외부공격이 있을 때만'이라는 표현이 모두 6번 언급돼 있고 대체적으로 평화적 수단에 호소해야 하며 무력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전문에 명시돼 있다. 그 밖의 한국에 대해 군사적 행동은 책임지지 않는다고도 돼 있다.

지금 이라크전쟁에서 분명한 것은 이라크의 선제공격도 없었고, 태평양지역도 아니고, 남한에 직접 공격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한가지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은 영국에 파병을 요구했다. 영국은 미국과 결국은 같은 핏줄이고, 미국은 망했던 영국을 되살려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영국은 의장대 6명만을 베트남에 보냈을 뿐이다.

이번 이라크 침공이야말로 베트남 전쟁의 재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베트남에 50만을 보내고, 이라크전쟁에 참전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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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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