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빛나는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반짝반짝 빛나는>

등록 2003.04.30 08:21수정 2003.04.30 14:43
0
원고료로 응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중 하나는 반짝반짝 이라는 표현이다. 반짝반짝, 어떻게 들으면 동화에 나올듯한 이 맑은 단어는,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중 하나인 듯 하다.

a

ⓒ 곽진성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사랑이 있어야 자주 만나듯, 그녀가 늘 가슴에 담고 있는 반짝반짝 이라는 표현은 그녀의 사랑을 듬뿍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해결해 주는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첫 느낌이 참 맑은 책이다. 하지만 은사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게 되는 책의 내용은 이런 맑은 분위기와는 다른 한가지씩의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우리시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신적인 병을 갖고 살아가는 쇼코, 동성애라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야만 하는 무츠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무츠키의 동성애 애인 곤.

어쩌면 그런 아픔들은, 우리사회의 사람들에게 동화처럼 미화되고 되도록 기억에 담으려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엄연히 존재하고 또 소수의 사람들이 그런 외면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은 에쿠니 가오리의 일본이거나, 한국이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아픔들은 우리 현대인이 겪고 있는, 모두가 만연해 있는 하나의 공통적 병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동성애자가 사회의 따가운 눈을 이기다 못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사회의 따가운 눈, 그것은 어쩌면 엄연한 현실속에 하나의 고통이라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은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은, 한편의 동화처럼 독자들에게 반짝반짝 빛난다. 에쿠니 가오리의 맑고 단아한 문체는 책의 주인공들의 아픔을 살며시 안아주고 있다.


그녀는 책의 주인공들과 함께 소설속에서 살아 숨쉰다. 무츠키가 전해주는, 그리고 쇼코가 말하는 반짝반짝 속에는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맑은 꿈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사람들도 저마다의 아픔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그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성인병처럼 어쩌면 당연시 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마법, 어쩌면 그것을 치료하는 방법은 소설 속의 그들을 치료하는 언어의사 에쿠니 가오리처럼, 맑고 소중한 반짝반짝 빛나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저마다 작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는 생각을 담으며 글을 줄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
소담출판사, 200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