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그리고 삶은...> <이지연의 그리스·로마신화...> <오노 요코>

등록 2003.06.04 14:25수정 2003.06.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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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네팔에서 뭘 보고 왔을까?
- 전경린의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이가서
여행은 사람을 키운다. 육체가 아닌 정신의 키를 키운다. 소설가 전경린 역시 그러했다. 예컨대 이런 진술들.


'여행뿐 아니라 삶 전체가 우연을 넘어 조악한 허위이거나, 가벼운 오해 혹은 누명인 것처럼 비루하고 억울하고 서러움이 사무쳤다. 세상에… 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갇힌 것이 포박의 고통이 아니라, 응시가 없음이 고통이구나…'

<열정의 습관>과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작가 전경린이 최근 출간한 산문집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이가서)는 "여행은 보통의 인간을 철학자로 만든다"는 고래부터의 전언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책이다.

등단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여온 전경린은 '열정을 퍼 낸 후 다시 고이는 적요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고단하지만 높은 정신적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의 나라 네팔을 여행했다.

책은 그녀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가감없이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보태진 전경린 특유의 민감하고, 예민한 문체. 근자에 보기 드문 좋은 기행문이다.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에서는 네팔의 풍속과 풍광 등 이방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40대 중반의 여성이 가지기 마련인 결핍과 허무의 풍경까지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네팔의 카트만두와 훼아 호수,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에서 소설가 전경린은 무엇을 보고 왔을까? 헛헛한 가슴과 이뤄지지 않는 헛된 욕망 탓에 나날이 일상에 넌더리를 내며 또 다른 곳으로의 떠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신화(神話)를 통해 영어를 배운다
- <이지연의 그리스·로마신화로 배우는 영어>



<이지연의 그리스·로마신화로 배우는 영어>
<이지연의 그리스·로마신화로 배우는 영어>문화산책
신화가 단순히 남의 나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소설가 이윤기 등이 번역한 <그리스·로마신화>를 통해 보편화된 사고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예측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신화가 우리에게 주는 종요로운 선물이다. 그렇다면 이 신화를 학습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까? <이지연의 그리스·로마신화로 배우는 영어>(문화산책)는 바로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토마스 불핀치의 원작을 자신의 스타일로 변용해 책을 출간한 이지연은 법률사무소 통역원과 라디오 방송 영어코너 진행자, 토익·토플 강사, 로이터통신 월드컵 취재본부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실전영어의 베테랑.

이씨는 이미 1년 전부터 '신화라는 매개체를 통한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에 관련된 책을 준비해왔고, 신생 출판사 문화산책은 영어학습서 기획단계에서 운 좋게도 이지연을 만났다.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됐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각 장마다 흥미로운 신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신화 속의 기원' '등장인물 소개' '원문 코너' 등을 배치, 주목도를 높였다. 영어학습서를 통해 만나는 마이더스 왕과 헤라클레스, 오이디푸스와 판도라는 또 다른 재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이란 게 출판사가 내세우는 책의 장점이다. 판매되는 책에는 테이프 2개가 포함돼있다.

신화를 읽는 것은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재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글로 된 번역서건 영어로 된 학습서건 신화를 읽은 이유는 바로 그 '삶의 현재성'을 제대로 직시하기 위한 것이 아닐지.

비틀즈를 망친 악녀? 혹은 전위예술가?
- 클라우스 휘브너의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오노 요코'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 '비틀즈'와 '존 레논'이다. 지금까지 오노 요코는 멀쩡히 잘 살고있는 존 레논을 조강지처 신시아와 이혼시키고, 비틀즈의 명성을 등에 업어 자신의 이름을 높이려했던 철없는 페미니스트정도로 사람들에게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클라우스 휘브너의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솔·장혜경 역)는 위의 언급이 상당 부분 왜곡됐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휘브너는 요코를 반전의 메신저이자,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 자유를 갈구했던 전위예술가로 정의하며 오해에 둘러싸인 '이 여자'의 삶을 조명한다.

요코는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부자였던 부모를 둔 탓에 일찍부터 다양한 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었고, 이는 요코의 정신세계를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바로 그 풍성해진 정신세계가 그녀를 권위적인 질서와 경직화된 사고체계가 지배하는 일본에서 살지 못하게 만든다. 남편과 딸을 두고 일본을 떠나는 요코. 이후 그녀의 삶은 자유와 예술에 대한 도전으로 점철됐다.

그 역시 유부남이었던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과의 결혼. 둘이 함께 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들은 전세계를 경악케 했고, 요코는 질투와 시기심에 눈먼 사람들에게 갖은 모욕과 손가락질을 당한다. 하지만, 매도자(罵倒者)들이 본 것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의 가장 큰 미덕은 편견과 오해에 매몰됐던 한 여자의 숨겨진 진실을 보여준다는데 있다. '비틀즈를 망친 악녀'가 아닌 '반전과 자유를 갈망했던 전위예술가'로 만나는 오노 요코는 독자들 가슴속에 또 다른 영웅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솔출판사, 2003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지음,
이가서, 2003


이지연의 그리스 로마신화로 배우는 영어

이지연 지음,
문화산책,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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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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