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김 법무관리관의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 | | 참여연대 "감사원, 부패척결 외칠 자격 있나" | | | | 참여연대는 8일 논평을 통해 "감사원이 김창해(국방부 법무관리관) 준장의 감사 결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면서 "감사원이 김 준장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도 그 책임에 걸맞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감사원은 '김창해 준장이 예산을 편성 목적대로 집행하지 않았으며, 본인의 항변과 달리 이를 공적인 용도로 집행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김 준장의 법 위반 행위들을 모두 밝혀내고서는 정작 이에 대한 처분으로서 파면요구나 고발조치가 아니라 감사 결과를 단순히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국방부에 통보하는 식의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감사원은 군사법계 수장의 총체적인 부패와 비리를 드러내놓고도 정작 이에 대한 책임추궁을 소홀히 함으로써 '공직비리 근절'이라는 권한을 포기했다"면서 "비리 군인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감사원이 부패척결의 구호를 외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김병기 기자 | | | | |
결국 감사원은 김 법무관리관이 수사관 활동비 등을 '공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장부가 파기돼 김 법무관리관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 법무관리관이 공적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의 일부가 이미 다른 예산으로 중복집행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일부 공금이 개인통장으로 들어갔다는 것도 계좌추적을 통해 입증했다.
"...군검찰 수사관 활동비 등 1억2785만원(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부분) 가운데 8334만원을 법무병과 관련 경비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액 4451만원도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8334만원의 집행내역을 확인한 바 그중 2366만원은 육군본부 예산처 등에서 지원한 각종 행사비용의 집행내역과 중복되고 나머지 금액 5967만원도 그 집행내역을 기재하였다는 통합장부를 2002년 2월경 자신이 폐기했을 뿐만 아니라 병과 관련 경비 집행내용을 입증할 증빙자료도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특히 "1억2785만원을 재원으로 하여 발행된 10만원권 자기앞 수표 112매 가운데 14매가 김 법무관리관의 개인예금 계좌에 입금된 사실에 대해 김 법무관리관은 운영비를 자신이 갖고 있던 돈이나 카드로 먼저 계산하게 되는 경우 운영비 중에서 수표는 사용되지 않고 자신의 개인 돈이나 사용분으로 보충되다 보니까 간혹 운영비에서 발행한 수표 중 일부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되는 경우가 있다고 변명한다"고 적시했다.
결국 감사원은 김 법무관리관이 '변태적인 회계처리'로 개인에게 돈을 지급한 것처럼 꾸민 뒤 이를 인출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고, 김 법무관리관이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부분도 상당부분 '거짓'임을 밝혀낸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김 법무관리관에 대해 소극적인 결정을 내렸다. 다음은 이 자료의 끝부분에서 밝힌 '조치할 사항' 내용이다.
"김 법무관리관의 행위는 군인사법 제56조의 규정(징계 사유에 대한 근거조항)에 해당하나 이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하니 국방부장관은 김 법무관리관의 징계 여부를 자체 결정하여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이같은 조치와 관련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은 이미 1차 수사를 거치고 고발자(참여연대)가 이에 불복, 재정신청을 해 받아들여졌다"면서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을 또다시 고발하면 불필요한 행정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김 법무관리관이) 잘못했지만, 그 사람 재임기간에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적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면을 바로 요구하면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그래서 감사권으로 판단하기 보다 인사권자인 장관이 판단하도록 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방부에서 인사조치를 안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것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장유식 변호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사실상 횡령 혐의, 즉 범죄 혐의를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장관이 알아서 징계를 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