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되고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두 번째 책 <제비꽃 편지>

등록 2003.10.21 13:47수정 2003.10.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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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비꽃 편지>
책 <제비꽃 편지>현대문학북스
이 책은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데에 목적을 두는 시인과 작곡가, 가수들의 모임인 '나팔꽃'의 두 번째 책과 음반이다. 이들은 10대 취향의 스타들이 완전히 점령해 버린 노래답지 않은 노래가 판을 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시를 노래로 부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서정적 효과에 주목하여 시노래 모임을 결성하였다.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창남씨는 이 책에서 현재의 한국 대중 음악 문화가 지닌 불모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10대 취향의 댄스와 발라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음반시장에서는 비슷한 가수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음악인은 없고 엔터테이너만 있는' 음악계의 편중된 현상이 극심해진 것이다.


김창남씨는 현재 음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음악시장에서 시노래 모임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언급한다.

"'나팔꽃'의 관심사는 노래 그 자체에 있다. '나팔꽃' 동인들은 노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노래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TV를 통한 홍보도 아니고 수천명이 환호하는 체육관도 아니다."

이 모임의 동인들은 한 달에 한 번 시노래 모임을 열어, 시정신과 노래정신의 결합을 추구하고 관객과 객석이 하나가 되어 시노래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시노래 모임에 대한 설명과 시에 대한 이야기, 시인에 대한 이야기, 노래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공통적인 정신이란 바로 시는 곧 노래이며, 아름다운 운율과 언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인지 수록된 시며, 노래들은 모두 서정적이면서 삶의 아름다운 가치를 전한다.

특히 이 두 번째 책에서 특집으로 다루어진 시인 안도현은 시라는 짧은 형식을 통해서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전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어떤 명칭보다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한다는 안도현의 고백 속에는 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아름다운 풍경처럼 고즈넉이 살아가는 행복을 전한다.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뒷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 안도현의 <철길>


안도현의 시뿐만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시인들의 시 또한 맑고 건강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노래를 들으면 마음 한 구석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바람 부는 날 내 마음 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 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배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 속에 있는 걸 (후략)" - 유종화의 <바람 부는 날>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유행가 가사들 또한 시적 요소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적인 이미지와 운율이 노래로 거듭났을 때에 더욱 큰 아름다움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팔꽃 동인들은 책의 마지막에 나팔꽃 모임이 지향하는 바와 시와 노래의 만남이 갖는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방으로 밀려나던 시가 새롭게 존재 의의를 찾으며 대중을 만나는 작업이며, 신세대 문화의 홍수 속에서 본래의 노래다움을 잃고 있는 노래가 새로운 시정신으로 무장하여 서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시와 노래는 한 몸, 시는 시집 밖으로 걸어나와 자연과 인간의 친구가 되는 노래가 되어 우리 삶 속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노래는 많이 듣지만 시집은 거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시라는 문학 장르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며, 시와 노래는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시노래 모임 '나팔꽃'이 지향하는 가장 궁극적인 바일 것이다.

제비꽃 편지 - 시노래 모임 나팔꽃 BOOK-CD 2

나팔꽃 동인 지음,
현대문학북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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