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경제, 카드 부실에 발목잡히나

[전문가 진단] 해결 못하면 경제회복 요원

등록 2004.01.05 17:44수정 2004.01.1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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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발 금융위기'가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 부실 문제가 올해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카드 사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4개 금융기관의 공동관리 방안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인 16개 금융기관(10개은행과 6개 보험회사)의 상당수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 지원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16개 금융기관 중 한곳이라도 이번 공동관리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나 청산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LG카드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산업·국민·우리·농협 등 4개 은행이 지게될 부담도 만만치 않다.

LG카드 청산시 대우사태 능가하는 충격 받을 것

엘지강남타워에 있는 LG카드본사
엘지강남타워에 있는 LG카드본사오마이뉴스 조호진
만약 발행한 카드채만도 22조원대에 달하는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에 미칠 충격은 지난 1999년의 대우사태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31일 이와 같이 보도하면서 "LG카드의 막대한 부채를 감안하면 파산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한국 금융권은 엄청난 부실채권의 홍수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전업 신용카드사 대부분의 1개월 이상 연체율(11월 기준)은 전달보다 1.8%포인트 상승한 13.5%(잠정)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6.6%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또 카드사 연체금액은 총 7조7069억원으로 카드사별 연체금액은 LG카드가 3조3483억원, 삼성카드 1조7003억원, 우리카드 1조5591억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회계장부상 부실로 잡히지 않는 전업 카드사의 대환대출의 경우 그 규모(작년 10월 말 기준)가 14조6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40% 정도가 다시 연체돼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DTOP@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카드사 부실

지난달 2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의 2003년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적자 폭도 1분기 9500억원, 2분기 1조6400억원, 3분기 1조5400억원 등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카드업계 부실의 가장 큰 요인인 연체율이 올해도 하락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4일 KBS의 시사프로그램 <일요 진단>에 출연한 김진표 부총리가 "작년 4.4분기부터 카드사들의 신규 연체자가 줄고 있고 올 상반기에는 신용불량자가 감소세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유동성 위기로 카드사들이 현금 서비스 한도를 줄이면서 오히려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10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돌려막기' 회원들 중 상당수가 3개월 후면 신용불량자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와있다.

신용불량자 회생시켜 카드사 연체율 낮춰야

전문가들은 카드사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을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카드 문제를 해결하려면 카드사들의 연체율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36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간과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신용불량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해 돈을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심리가 회복이 안되고 수출이 호조인 상황에서도 내수는 침체되고 있어 경제 전체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안연대회의 조복현 교수(한밭대 경상학부)도 "현재 카드사들이 새로운 출자로 자본확충을 해도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연체율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신용불량자들을 회생시키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현재 국회에서는 정부가 작년 2월에 제출한 '통합도산법'과 11월 천정배 우리당 의원이 제출한 '개인채무자 회생법안'이 장기간 계류된 채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개인 채무 회생제도란 법원이 신용불량의 원인과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회생의지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안을 만들어 회생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부실에 대한 책임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물어라

또 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암울할수록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의 문제를 은폐하지 말고 정공법을 써야한다는 주문도 있다.

지난해 정부가 '5조원 브릿지론 조성' 등 카드사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 쪽은 정부가 카드사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정부의 역할은 최종 대부자 기능이지 지불불능 상태의 부실금융기관을 채권단의 팔을 비틀어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며 "LG 카드처럼 부실이 심각한 카드사에 대해서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에 의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부실의 원인을 조사한 뒤 대주주,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부실채권처리 등의 회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부실에 대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TOP_1@
불완전성이 큰 금융시장 적절한 규제와 건전성 감독은 필수

카드사의 부실을 막기위한 건전성 규제와 감독의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이번 LG카드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과 대주주들에게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재경부, 금감위와 금감원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

조복현 교수는 "경영개선권고 및 경영개선요구와 같은 적기시정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서비스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등 규제를 푼 것은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규제 강화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2002년 카드발급기준 강화와 수수료율 인하, 대출서비스 비중의 50% 유지 등의 규제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가 작년에 대출서비스 50% 한도 준수를 오는 2007년까지 미루는 등 한 발 물러선 것은 자칫 규제 강화가 카드사의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례로 카드사들이 대출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면 돌려막기 회원들이 한꺼번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려 다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조복현 교수는 "카드사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연체율을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치금융 청산해야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일 발간된 '금융안정과 금융시스템 관련 공공기관의 역할'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카드사 부실 등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재경부의 관치금융과 금감위와 한국은행의 유명무실했던 견제·감독 기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카드 부실과 신용불량자 양산 등 가계부채 문제는 무리한 내수경기 부양책을 펴온 재경부의 '관치금융'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2차 책임은 재경부의 눈치를 보고 끌려다닌 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은행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한국은행이 재경부를 정점으로 한 기존의 위계에 순응하던 모습을 버리고 각각 독립적 공공기관으로서 서로 견제하고 자신의 정책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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