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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0인 국회보내기 ⑥-끝] 이제 후속작업에 매진할 때

등록 2004.01.07 14:33수정 2004.01.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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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여성 100인 국회보내기 - 정치를 신선하게! 여성이 요리하자!'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오마이뉴스>에 각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아래는 그 마지막으로 정치학 박사이자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의 글입니다.... 편집자 주)


"쓸만한 여성이 없다."

이제 정치권에 여성들이 좀 진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여성들이 요구할 때마다 힘깨나 쓴다는 정치인들에게서 들었던 지극히 모욕적인 대답이다. 아무리 여성을 정치권에 내보내려고 '배려'를 해도 자질이 있는 마땅한 여성이 없어서 내보낼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의 정치행태를 보면 그 자질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심도 들지만, 여성들은 '아, 이렇게 정치권에 여성참여가 적은 것은 결국 우리들의 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로구나' 하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이 여성은 마치 자신들이 대표할 국민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집단인 것처럼 언저리로 몰아가며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던 관행이었다.

이런 탓에 여성운동에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도 항상 주력해 왔던 사업은 여성들을 위한 정치교육이나 유권자운동과 아울러 할당제 등을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활동이었다. 이는 사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바탕사업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바탕이 깔리지 않고는 아무리 좋은 여성들이라도 정치권에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올해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들이 결성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이하 여성네트워크)는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제까지의 여성정치운동의 틀을 벗어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정치를 담당할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 없는지 한번 찾아보자, 찾아서 우리 나름대로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초기의 소박한 목표였다. 사실 말이 좋아서 소박한 목표이지, 요즈음처럼 정치가 썩을대로 썩고 인기가 없는 마당에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정치에 한 번 진출해 볼래?" 하고 말 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한 10년 전만 해도 정치라면 고개부터 절래절래 내젓고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마저 사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물론 아직도 그런 시각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대강 동의하고, 더 반가운 일은 이미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는 점이었다.


준비위원이나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여성들을 찾아보고 추천하는 작업에서 우려한 점은 우리의 레이더망에 걸리는 여성들이 너무 일을 주도했던 준비위원이나 운영위원 부근의 사람들 중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와 일반 언론을 통한 홍보에 주력하고, 일단 개인이 추천하되 한 사람이 최대한 세 명까지만 추천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여성들을 추천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가장 힘든 일은 이 여성들을 심사하는 작업이었다. 심사위원회는 운영위원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한, 가장 공정하고 사회적 신망을 얻고 있으며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하였다.


심사기준은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도덕성과 신망성'을 보았다. 도덕성과 신망성이 없는 여성은 후보추천의 자격조차 없는 것으로 보고 결격 사유가 있을 경우 배제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는 현재의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도덕적으로 투명한 여성후보를 선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국회의원이 될만한 자질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심사하였는데, 자질로는 사회발전과 공익성·전문성·민주적 리더쉽·양성평등 및 시민의식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러한 기준으로 1차 추천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일은 정말로 고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여성의 정치권 진출이라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면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를 깨고 여성들의 권익증진과 정치개혁을 같이 이루어낼 수 있는 주요 동인이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깨끗하지만 과연 이 여성들이 정치권에 들어가서 활동할 때 부패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도 끝까지 심사위원들을 괴롭힌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하튼 여성네트워크는 100여명의 여성들을 찾아내서 심사하여 추천하였다. 새로운 여성들의 발굴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미 잘 알려진 전현직 의원들은 리스트에서 배제하고 각계에 있는 참신한 여성들과 이미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던 여성들을 골고루 대상으로 하였다.

이제 여성네트워크는 각 당에 이 리스트를 보내고 이들이 지역에서 공천받도록, 또 비례대표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도록 후속작업을 해야 한다. 또 여성후보들을 위한 지원금 모으기, 지지 당선운동 등이 후속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다.

지저분한 정치에 여성들까지 참여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충고도 있고 별난 여자들의 나대는 행태라고 욕도 먹지만, 이러한 작업들이 결국은 여성도 제 권리를 찾고 정치도 깨끗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a 조현옥 대표

조현옥 대표 ⓒ 우먼타임스

현재의 부패사슬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여는 대안세력으로 그동안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 부패의 근원이 되는 연고주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여성들을 우리는 추천한다. 여성네트워크를 통해 추천된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해 기존의 부패하고 낡고 남성중심적인 정치의 판을 바꾸고, 정치에 맑고 신선한 물줄기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여성들은 1월 8일 '100인 여성후보 명단 발표'를 시작으로 17대 총선을 향한 운동에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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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100인 국회보내기 ①-유지나씨 기고] '차떼기 정치' 깨뜨리자


빛나는 여성, 내 손으로 정치권에 보낸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여성의 힘으로 위기의 부패 정치를 개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의 새판짜기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을 17대 국회에 진출시키는 운동을 펴기 위해 지난 달 6일 발족했습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지난 해 12월15일까지 약 한달간 17대 총선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개혁적인 여성 후보를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100여명을 선정, 오는 8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추천 명단은 각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정치를 맑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여성이 국회를 들어가야 합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womanpower2004.net입니다. 후보자 명단 및 향후 활동계획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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