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노부모의 뼈저린 ‘망자한’

병세 차도 없어 앞날 불투명 ... 시민들 “이제라도 사면운동 나서야”

등록 2004.02.05 11:46수정 2004.02.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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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받고 있는 김상영 옹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부인 황태남 여사.
진료를 받고 있는 김상영 옹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부인 황태남 여사.김범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경을 헤매는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의 아버지 김상영(91)옹을 진료하고 있는 에덴요양병원(병원장 박종기) 담당 의사는 “언제 운명할지 모를 위중한 상태”라고 병세를 전했다.

에덴요양병원 박종기 원장은 4일(수)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뇌졸중과 심장병(불안정협심증)이 악화된 김옹의 치료를 위해 “혈전의 생성을 막기 위한 중풍 예방약과 심장 안정제를 투약하고 있으나 언제 또다시 나빠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김옹은 이전에도 심근경색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수술이나 여타의 치료법을 취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폐렴증세까지 나타난다면 앞으로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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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특히 “김 옹이 지금까지 생명을 지탱하는 것도 아들을 보기 위한 열망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며 로버트 김과의 상봉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원했다.

의식마저 희미한 김옹은 현재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못해 호스에 미음을 넣어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황 여사가 옛 사진을 보이며 말을 건네보지만 김 옹은 대답이 없다.
황 여사가 옛 사진을 보이며 말을 건네보지만 김 옹은 대답이 없다.김범태
지난 99년 옥중에 있는 아들을 면회한 후 지병인 심장병에 뇌졸중이 겹쳐 병석에 누운 김옹은 그간에도 이미 10여 차례나 쓰러져 가족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 달에는 폐렴증세까지 겹쳐 위독했으나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겨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김옹은 이날 부인 황태남(83) 여사의 목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오후에는 지인이 방문했지만 겨우 눈만 마주칠 뿐 급격히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황 여사는 “(남편이) 이제 더욱 쇠약해진 상태”라며 “돌아가시기 전에 부디 채곤이가 사면되어 아버지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게 했으면 좋겠다”며 인생의 마지막 소원을 되뇌었다.

한편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그간 김 씨의 구명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고 로버트 김의 조속한 사면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네티즌 이혁씨는 “요즘 친일을 논하고 반 역사성을 논하면서도 진정 조국을 위해 애쓰신 분들에 대한 호의는커녕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듯 보인다”며 정부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이정표씨도 “조국을 위해 애쓴 애국자를 구출 운동은커녕 부모의 임종까지도 보지 못하게 하는 불효의 한을 심어주려 하느냐”며 김옹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아들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로버트 김 어머니 황태남 여사 인터뷰 / 김범태 기자


로버트 김 부친, 김상영 옹은?
한국은행 부총재 등 경제계 원로 ... 병세 악화돼 사경일로

▲ 로버트 김의 아버지 김상영 옹.
미국 국방기밀을 한국정부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 중인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의 부친 김상영(91) 옹은 1914년 11월 26일 전남 여수 출생으로 부산상고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33년 조선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후 한국은행 부총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부회장, 한국산업정책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낸 경제계와 금융계의 원로다. 8,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가훈 아래 근면, 성실, 노력을 생활신조로 가족들에게는 늘 정직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해 왔다.

1921년 9월 7일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부인 황태남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채곤씨를 비롯해 4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의 찬가> <민족의 수레> 이외 여러 권의 번역본이 있으며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3년 전 로버트 김을 면회갔다 충격으로 쓰러져 휠체어로 귀국한 후 뇌졸중과 지병인 심장병이 겹치며 수차례 사경에 처해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들을 그리며 초인적 투병의지로 생명의 끈을 이어왔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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