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여사가 옛 사진을 보이며 말을 건네보지만 김 옹은 대답이 없다.김범태
지난 99년 옥중에 있는 아들을 면회한 후 지병인 심장병에 뇌졸중이 겹쳐 병석에 누운 김옹은 그간에도 이미 10여 차례나 쓰러져 가족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 달에는 폐렴증세까지 겹쳐 위독했으나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겨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김옹은 이날 부인 황태남(83) 여사의 목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오후에는 지인이 방문했지만 겨우 눈만 마주칠 뿐 급격히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황 여사는 “(남편이) 이제 더욱 쇠약해진 상태”라며 “돌아가시기 전에 부디 채곤이가 사면되어 아버지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게 했으면 좋겠다”며 인생의 마지막 소원을 되뇌었다.
한편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그간 김 씨의 구명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고 로버트 김의 조속한 사면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네티즌 이혁씨는 “요즘 친일을 논하고 반 역사성을 논하면서도 진정 조국을 위해 애쓰신 분들에 대한 호의는커녕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듯 보인다”며 정부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이정표씨도 “조국을 위해 애쓴 애국자를 구출 운동은커녕 부모의 임종까지도 보지 못하게 하는 불효의 한을 심어주려 하느냐”며 김옹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아들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 로버트 김 어머니 황태남 여사 인터뷰 / 김범태 기자 |
| | 로버트 김 부친, 김상영 옹은? | | | 한국은행 부총재 등 경제계 원로 ... 병세 악화돼 사경일로 | | | |
| | | ▲ 로버트 김의 아버지 김상영 옹. | | 미국 국방기밀을 한국정부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 중인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의 부친 김상영(91) 옹은 1914년 11월 26일 전남 여수 출생으로 부산상고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33년 조선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후 한국은행 부총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부회장, 한국산업정책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낸 경제계와 금융계의 원로다. 8,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가훈 아래 근면, 성실, 노력을 생활신조로 가족들에게는 늘 정직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해 왔다.
1921년 9월 7일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부인 황태남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채곤씨를 비롯해 4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의 찬가> <민족의 수레> 이외 여러 권의 번역본이 있으며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3년 전 로버트 김을 면회갔다 충격으로 쓰러져 휠체어로 귀국한 후 뇌졸중과 지병인 심장병이 겹치며 수차례 사경에 처해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들을 그리며 초인적 투병의지로 생명의 끈을 이어왔다. / 김범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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