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의 어머니 황태남 여사김범태
“내 아들 채곤이의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보고 눈 감을 수 있다면….”
지난 96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국가기밀 누설 간첩죄'로 체포돼 펜실베이니아 앨런우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된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
그의 아버지 김상영(91)옹은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길을 힘겹게 걷고 있다.
아들이 외부접촉이 조금 자유스러운 수감생활을 하게 됐고 오는 7월이면 출감하게 된다는 소식에도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다. 뇌졸중과 심장병 등 지병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김옹은 그간 수차례 사경에 처했지만, 그 때마다 아들을 그리며 초인적인 투병 의지로 생명의 끈을 이어왔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3일(화)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에덴요양병원(병원장 박종기) 301호 병실에서 만난 김옹은 식사는커녕 의식마저 가물가물해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8월 혼수상태에서도 아들이 보내온 육성테이프를 듣고 의식을 차린 그는 평소 “우리 착한 아이가 어쩌다 이런 기구한 운명에 다다랐는지 모르겠다”며 “부디 건강하게만 있다 나오라”고 노심초사 하면서 아들의 건강을 염려했다고 한다. 또 금방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한스러운 세월을 곱씹었다는 것.
이미 알려진 대로 로버트 김 역시 아버지의 건강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조금만 더 나를 기다리셔서 임종하실 때라도 곁에 있고 싶다”며 이역만리에서 눈물어린 ‘사부곡’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아침 부인 장명희씨에게 “아버지에게 너무 고통을 주지 말라”며 애틋한 심경을 전해왔다.
현재 김상영옹을 간호하고 있는 부인 황태남(83) 여사는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답답할 뿐”이라는 목소리에는 한스런 세월의 흔적이 녹아 있었다. 팔순 노인의 입술은 이내 파르르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