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이번엔 베일 벗을까

경실련 '거품빼기 운동' 돌입... 정부 '주공' 건축비 공개 추진

등록 2004.02.12 18:09수정 2004.06.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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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실련은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2일 경실련은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2일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공식 출범시키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공공택지의 공급가격을 공개하겠지만 아파트 분양원가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천명하고 나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서울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으로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은 절망하고 있다"며 “‘제 2의 토지공개념운동’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아파트값 거품 빼기를 위한 시민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출범취지를 밝혔다.

경실련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서울시도시개발공사의 원가공개로 입증된 현재의 아파트 거품을 제거하지 않으면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제2의 토지공개념운동' 각오로 아파트 거품 뺄 것"

경실련은 우선 현재의 ‘복권추첨식’ 택지공급체계를 개선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아파트가격 거품의 대부분이 개발된 택지를 민간업체에 분양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시세차익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실련은 “택지개발사업은 토지를 강제 수용하여 진행되는 공공성을 지닌 사업임에도 현재 주택업체는 복권추첨식으로 토지를 낙찰받아 평당 수백만원의 폭리를 취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복권추첨식 택지공급체계를 전면 개선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택지개발과 아파트 분양까지를 모두 지자체가 담당하는 공영개발방식을 검토해 볼만한 대안으로 제안했다. 공영개발방식이 시행되면 민간건설업체는 경쟁입찰을 통해 단지 아파트 건설만을 담당하게 택지분양만으로 폭리를 취할 수 없게 된다.

김헌동 운동본부 본부장은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민간업체가 아니라 공공부문이 하게 되면 분양원가 공개와 개발이익환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밖에 공기업 및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 분양원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자체적으로 택지개발지구 분양원가를 검증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분양원가 공개 운동이 닻을 올린 가운데 같은날 정부는 공공택지의 공급가격 공개를 의무화하고 상반기 중에는 주공아파트의 건축비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가격과 건축비 공개가 시행될 경우 이는 사실상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효과가 있어 향후 주택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택공사의 공공택지 공급가를 공개하고 건축비 공개를 추진하기로 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주택공사의 공공택지 공급가를 공개하고 건축비 공개를 추진하기로 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오마이뉴스 윤성효
건설교통부는 이날 청와대 업무 보고를 통해 택지 및 주택공급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금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가 마련한 안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의 공급가격 공개 의무화, 주공아파트의 건축비 공개, 공공택지 개발이익 환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주공 건축비 공개와 개발이익 환수 추진

건교부는 우선 현재 단순 총액만을 공개하는 공공택지의 공급가격을 평당 가격까지 밝혀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건교부는 2월중으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공공택지 공급가격 공개 의무화 제도를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건교부는 또 주공아파트에 대한 건축비 공개와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환수를 위한 채권입찰제 도입을 상반기 중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채권입찰제는 개발이익 중 일부를 채권 발행을 통해 환수하는 것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건설업체들이 개발이익 독점은 불가능해진다. 건교부는 개발이익 환수금은 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목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공택지 개발이익환수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복권식 추첨을 통해 택지를 싼값(감정가)에 공급받고 있음에도 분양가를 주변시세와 비슷하게 책정해 공공택지 개발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해왔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 개발이익환수제가 포함된 것은 건교부도 사실상 건설업체들이 공공택지 분양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작년 건설업체의 폭리가 발생하는 택지공급체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건교부는 “건설업체들이 과다한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기위해 개발이익환수방안을 검토하게 됐다”며 “특히 공기업으로서 공공성과 건설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주택공사가 선도적으로 건축비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다만 건축비 공개와 채권입찰제 시행 등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시민단체와 전문가 15인이 참여하는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회'를 구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검토위원회에는 건교부 방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인사를 동수로 구성할 예정이어서 시민단체와 건설업계의 치열한 의견대립이 예상돼 정책 도입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토위를 통해 마련된 안은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6월중 정부방침으로 최종 확정된다.

"눈가리고 아웅 식 원가공개... 정부 정책 의지 의심스러워"

하지만 건교부는 민간업체의 분양원가 전면공개는 가격안정에 효과가 없고 건설사 수익성 악화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공급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때문에 정부가 서울시도시개발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로 높아진 건설사 폭리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 주공아파트 건축비 공개 추진 방침을 내놓았지만 시민단체들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

택지공급가격만 공개되고 조성원가는 공개되지 않으면 개발이익이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것. 또 주공 건축비 공개를 6월로 미루며 ‘여론수렴’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총선을 앞둔 비난여론 무마용으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박완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공공택지 공급가 공개는 사실상 이미 공개되고 있는 것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것은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는 것이고 주공아파트 건축비 공개도 6월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채권입찰제 도입을 통한 개발이익환수제도 택지개발지구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양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도 “원가공개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한가하게 검토위원회를 구성, 검토해야 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공공택지 공급체계도 채권입찰제 정도가 아니라 분양받은 공공택지용지를 되팔아 전매차익만을 취한 업체에 대하여는 공공택지용지를 환매하고 차후 공공택지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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