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을 세우기 위해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전희식
굴뚝이 좋아야 방이 따뜻한 법이다. 작년에 지붕 처마를 늘여내면서 어쩔 수 없이 굴뚝도 앞쪽으로 더 끌어내야 했는데 겨울동안에는 공사를 벌이지 못하다가 봄이 활짝 펼쳐진 날 공사를 시작했다.
더구나 새날이와 새들이가 둘 다 집에 와 있는 때에 공사를 벌이게 되서 나는 잘 됐다 싶었고 새날이와 새들이는 이게 웬 날벼락이냐 싶었을 것이다. 새벽부터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먼저 새날이가 컴퓨터 좀 하겠다고 얼굴을 빼끔 내 밀었다가 방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고 새들이는 혹시라도 자기가 일어난 게 알려질까봐 숨도 안 쉬고 이불속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틈틈이 방문을 들여다보고서는 언제쯤 아빠 일 좀 도와 줄 거냐고 물었고, 이 녀석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근 두어 시간 만에야 목장갑을 끼고 작업복 차림으로 투덜대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물론 처음에 나는 얘들이 거절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부탁 예컨대 물 한잔 떠 달라든가 사진 한 장만 찍어 달라든가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뻔히 내 속셈을 안 이들은 결국 일터로 나서게 되었다.
방 창문을 가리지 않게 하면서 늘여 낸 처마를 뚫고 지붕 위쪽까지 굴뚝을 세울 것이기 때문에 구둘 개자리에서 굴뚝 위치까지 골을 파내는 일도 일이려니와 연돌을 세우고 주위로 벽돌을 수직으로 근 3미터 가량 쌓아 올리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굴뚝 밑자리가 여간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굴뚝 끝에 여닫이 차단판을 붙여서 방 구둘 보온조절장치까지 할 계획이어서 여러 가지로 궁리를 했고 간단한 스케치까지 해 두었었다.
특히 굴뚝 밑쪽에는 목초액을 받아 낼 장치를 만들 작정이어서 보통 굴뚝하고는 여간 다르지 않은 <생태유기농자재 생산굴뚝>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특별한 굴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