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호남 민주당 후보들..."이젠 각개약진"

[현지분석] '마지막 카드' 추미애 효과 물 건너가 "안타깝고 답답"

등록 2004.04.01 23:56수정 2004.04.0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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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마지막 카드라고 불리우며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을 되돌려 놓을 것으로 기대됐던 추미애 의원. 하지만 '개혁공천'이 수포로 돌아가고,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했던 선대위가 별다른 힘을 받지못하고 있어 호남의 민주당 후보들은 속이 타고 있다.

a 추미애의 개혁공천 무산과 당 내홍 등으로 민주당 호남후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당은 믿을 수 없다. 각개약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3월27일 조순형 대표 체제의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광주공원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장면.

추미애의 개혁공천 무산과 당 내홍 등으로 민주당 호남후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당은 믿을 수 없다. 각개약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3월27일 조순형 대표 체제의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광주공원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장면. ⓒ 이광재

탄핵 이후 민주당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면서 호남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추미애 체제'를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해 왔다. 또 '개혁공천'이라는 극약 처방전이 최소한 입을 다물고 있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을 재결집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위 '3·30 거사'도 수포로 돌아가면서 '지지율 반등'이라는 효과를 바랄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의 선대위와 비대위의 갈등 양상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정찬영 조선이공대 교수는 "물갈이가 총선민심인데 공천과정에서 민주당은 물갈이 0%다"면서 "추미애 의원 중심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변화하려는 시도도 한편의 코미디로 막을 내렸다"고 비꼬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 맥빠진 민주당 후보들의 출정

1일 민주당 전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한 데 이어 광주시당과 전남도당도 선대위 발족은 물론 광주전남지역 공약발표를 서두르고 있지만 맥이 빠진 상태다.


민주당 후보들이 처한 저간의 사정에 대해 전북도당 이무영(전주 완산갑 후보) 선대위원장은 "추 위원장이 개혁공천이라도 해서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는데 그것은 옳은 일이었다"면서 "당권파들이 그렇게(반발)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선대위원장은 "오늘(1일) 선대위가 출범했는데..."라며 "안타깝다. 유감이다"는 말을 연이어 쏟아냈다.

이어 그는 "중앙당이 지구당 걱정해야 하는데 지구당이 중앙당 걱정하고 있으니"라며 "계백장군이 황산벌에 나선 심정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날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최경주(광주 북을) 후보는 "지금까지 조순형 대표, 당권파가 수 개월 동안 한나라당과 있을 수 없는 공조를 했기 때문에 버림받은 것이다" 면서 "지금도 정신들을 제대로 못차렸다"고 힐난했다.

또 최 후보는 "중앙당의 안정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시민의 여망에 부응해 선택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광주 광산에 출마하는 전갑길 의원은 "당연히 추미애 단독 선대위장 체제로 가기로 했으면 모든 권한을 줘야한다"며 "선대위가 발족됨으로써 대표 권한은 상실된 것이다"고 조순형 대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심지어 그는 "조 대표는 (대구에서) 선거나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고 목청을 높이며 조 대표 퇴진과 관련 "두말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운태 민주당 사무총장 역시 광주 남구에 후보로 등록했다.

a 1일 망월동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 이들은 "시민들의 준엄한 질책을 뼈저린 반성으로 환골탈태하겠다"면서 "비대위는 모든 기득권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영진, 전갑길, 강운태, 김상현, 김대웅, 최경주, 장홍호 후보.

1일 망월동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 이들은 "시민들의 준엄한 질책을 뼈저린 반성으로 환골탈태하겠다"면서 "비대위는 모든 기득권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영진, 전갑길, 강운태, 김상현, 김대웅, 최경주, 장홍호 후보. ⓒ 오마이뉴스 이승후

"중앙당? 이제 믿을 수 없다... 각개약진 뿐"

강 의원 역시 "우여곡절 끝에 조순형 대표, 추미애 단독 선대위장 체제로 가자는 것을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면서 "당시 추미애 의원에게 선거기간 동안 모든 전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고 "원래부터 대표는 대표직을 가지고 대구로 가게 되어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 북갑에 출마한 김상현 의원은 추미애 선대위장의 행보를 안타까워 했다.

김 의원은 "전권을 위임받았다 하더라도 공천권 박탈 같은 중대한 문제는 당 대표와 상의를 해야하는 것이다"면서 "결국 당이 평지풍파에 휘말리는 근원을 제공했다"고 아쉬워했다. 탄핵 역풍을 맞으면서 '석고대죄'를 하며 단식농성도 해봤지만 중앙당 차원의 '극약 처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무기로 '각개약진'한다는 방침이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평화중도개혁당'이라는 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최경주 후보는 이에 대해 "선거에서 중앙당의 잘못된 행태를 극복하는 게 후보자로서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자신이 정치신인이라는 점과 함께 정책을 제시하며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의원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솔직히 이런 상황을 맞기 전에는 인물론을 큰 전략으로 삼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너무 심해 홍보의 중심을 당이 아닌 인물에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무영 전북도당 선대위장은 "중앙당, 이제는 믿을 수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면서 "열심히 발로 뛰고 석고대죄하면서 각개약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선대위장은 호남지역의 우리당 지지세에 대해 "인물중심 선거, 정책 선거가 돼야한다"면서 "묻지만 지지와 투표는 정치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미애 효과? 이런 상황에선..."

민주당 후보들은 탄핵 이후 실시된 각 언론사들의 선거구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는 여론조사 결과가 맞지 않게 나온다"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3월 30일까지 발표된 언론사들의 선거구별 여론조사 결과, 광주지역 7개 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여유롭게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1개 선거구가 있는 전북지역 민주당 후보들의 고전이 가장 심하다. 대체로 전북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3명-4명을 제외하면 10%대에도 이르지 못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남지역에서 한화갑 의원은 무안신안서 박빙우세로, 담양곡성장성의 김효석 의원 등 3곳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빙 약세로 조사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추미애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사분란한 민주당 중앙당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서 또 다른 내분만 양산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광주일보> 여론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광주일보> 여론조사 기간은 추미애 의원이 단독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힌 이후 '공천취소' 논란이 벌이지던 상황에서 실시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도 역시 민주당 후보들은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광주지역 7개 선거구는 모두 우리당 우세로, 전남지역 13개 선거구 중 3곳은 민주당 후보가 박빙 약세로,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가 '초'박빙우세로 나타난 지역은 무안신안 선거구 뿐이었다.(*아래 관련기사 참고)

관련
기사
- <광주일보> 여론조사, 광주 우리당 우세...전남 5곳 박빙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미애 선대위장 출범이 시간적으로 너무 늦어졌고 별다르게 기대할 만한 것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크게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제 더 이상 중앙당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인물론이나 정책중심의 선거를 강조하고 있지만, 표심이 이를 얼마나 받아 줄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편 1일 박상천 의원은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호남 민심이 탄핵역풍이 정점에 달했을 때보다는 훨씬 호전됐다"며 "이 상태로라면 호남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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