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은 억대 횡령해도 옷벗으면 그만?

군 검찰, 4성장군 A씨 입건... 국방부 " 소환조사 계획없다"

등록 2004.05.03 12:06수정 2004.06.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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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방부 건물.

국방부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군(軍)내 대대적 사정의 신호탄인가.

최근 들어 국방부 시설본부장(준장)의 뇌물수수와 특전사령부 군납비리가 터진 데 이어 군검찰이 억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현역 육군 대장 A씨를 입건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육군대장 A씨의 사법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군검찰 사이에 이견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방부는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까지 한 A씨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환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군검찰은 A씨가 지난 99년 11월부터 2년여 동안 야전부대에서 근무했을 당시 1억원대의 돈을 횡령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군검찰은 야전부대의 한 복지회관 관리관이 수익금을 빼돌려 A씨에게 1000만원-2000만원 정도 상납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지난 3월 말경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군검찰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이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끝에 이같은 제보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고, 이밖에도 그가 2년여 동안 1억원대 이상의 공금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군검찰은 A씨를 지난주 토요일에 횡령혐의로 입건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육군대장 사법처리된다면 창군 이래 처음


현역 육군대장의 이같은 혐의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A씨는 구속수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현역대장의 사법처리는 창군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군의 대대적 사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직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A씨의 혐의내용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또 횡령혐의로 입건까지 한 그에 대해 "소환조사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그의 사법처리와 관련, 국방부와 군검찰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A대장과 관련해 지금까지의 관행처럼 현역군인의 비리가 밝혀지면 군복만을 벗기는 '인사조치'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방부 내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일부 언론은 A씨의 문제를 '유용 또는 전용'으로 규정하고, 그 금액을 1천여만원 정도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2일 국방부의 남대연 공보관도 브리핑을 통해 "1천만원-2천만원 정도 유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군검찰은 99년 11월부터 2년여 동안 A씨의 주변 등을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의 횡령 금액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검찰은 '유용 또는 전용'이 아니라 횡령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옷만 벗길 것인가, 구속수사할 것인가... 국방부-군검찰 이견

일부 언론들은 계속해서 그의 '인사조치' 가능성을 군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1억원대 이상의 자금을 횡령했다면 '옷만 벗기는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방부가 A씨의 혐의내용을 '횡령'이 아니라 '유용 및 전용'으로 흘리면서, 인사조치 정도로 그치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군검찰은 그가 착복한 돈이 이미 억대를 넘어섰고, 수사가 그의 최근 행적으로까지 확대된다면 불법적으로 착복한 금액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군 내에서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불법 혐의자에 대해 옷을 벗는 수준에서의 인사조치만을 취하고, 민간검찰에게 그의 사법처리를 맡긴다는 주장은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처리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비리혐의로 군복을 벗고 나간 사람들을 민간검찰에서 제대로 사법처리한 예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인사조치에 그친다면 결국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차 지휘관 결재 받아야 하나"... 군사법제도 정비 시급

그는 또 "군사법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관할권이라는 게 있는 데 이 사건의 경우도 지휘관인 국방부장관이 결재를 하지 않는다면 소환조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관할권은 입건뿐만 아니라 영장청구 여부, 기소여부 등 광범위하게 걸쳐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군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 남대연 공보관은 국방부와 군검찰간의 '마찰' 주장과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수평적인 관계라면 몰라도 국방부 예하의 검찰이고, 지시를 받는 수직관계의 검찰과 '마찰'하고 있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혹시 군검찰이 A씨에 대한 소환조사와 관련 장관께 결재를 올렸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구체적으로 소환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남 공보관은 또 "A씨는 지금 답답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문제된 혐의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A씨에게 혐의 내용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비리혐의 군장성들은 '옷벗으면' 사실상 사면?

지난 2월 국방부 인사소청위는 개인비리 혐의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지난해 말 사실상 '불명예' 전역한 전 육군 장성 4명을 명예전역자로 결정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지난 2월10일 국방부 인사소청위원회에서 명예전역자로 결정된 인사는 김창해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 예편), 위성권 전 육군 법무감(준장 예편), 이정 전 국방부합동조사단장(소장 예편), 이길재 전 육군 헌병감(준장 예편) 등이다.

이들 4명의 전역 군 장성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각각 군의 '사법·헌병 수뇌'로 군 사정기관의 최고책임자로 복무하면서 개인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지난해 9월 25일 동시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었다. 비리 혐의자들을 '옷을 벗기는' 인사조치로 군 밖으로 방출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중 민간검찰이 기소한 인물은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 뿐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13일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51만여원을 선고했다. 3명의 다른 전직 군 장성들은 별다는 법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방부는 1억여원의 횡령 혐의로 입건된 육군대장 A씨에 대해 그간 '관행'처럼 인사조치에 그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군의 사정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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