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퍼 주고, '부당요금'은 눈감고

[고발] 장흥군, 웃돈 받아온 버스회사에 7억여원 지원 드러나

등록 2004.06.03 17:34수정 2004.06.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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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고된 장흥교통 노조원들이 음독자살 진상규명과 사업주 구속수사, 부당요금 비리 규명 등의 요구를 내 걸고 1일부터 장흥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된 장흥교통 노조원들이 음독자살 진상규명과 사업주 구속수사, 부당요금 비리 규명 등의 요구를 내 걸고 1일부터 장흥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국언

전남 장흥군이 한해 7억여원에 가까운 군민들의 혈세를 지역 버스회사에 지원하고도, 부당요금 징수에는 눈감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실제 부당요금을 징수해 온 기간도 버스회사가 주장한 것과는 달리 지난 2000년 10월부터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장흥군의 유일한 대중교통 버스회사인 '장흥교통'(대표 이상일)의 부당요금 징수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 1월말. 장흥교통 전 직원인 김 아무개씨가 장흥교통이 실제 인가 요금보다 버스요금을 높게 받아 온 사실을 군청에 알리면서부터다.

장흥군이 당시 밝힌 바에 따르면, 부당요금 징수기간은 1년여가 조금 못된 326일간. 요금인상으로 새 요금표가 정해진 지난해 3월 8일부터 부당요금 징수 사실을 신고한 지난 1월 27일까지였다. 군은 장흥교통이 총 59개 노선에서 50원∼300원씩을 인가요금보다 더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장흥교통, 2000년부터 인가 요금보다 웃돈 받아 와

군은 곧바로 해당 버스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3월 7일 장흥교통은 부당 요금을 받아온 해당 노선에 대해 같은 기간(2004.3.7∼2005.1.27일)만큼 부당 징수한 요금만큼 인하해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부당 징수는 최소한 개정요금이 적용된 지난 2000년 10월부터 이뤄져 왔으며, 이는 장흥군과 해당 버스회사가 주장한 것보다 2년 이상이나 앞서는 셈이다.

a 조합원들이 뒤죽 박죽 여러차례 바뀐 버스 요금표를 찾아 비교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뒤죽 박죽 여러차례 바뀐 버스 요금표를 찾아 비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2000년 10월 1일 장흥군이 인가한 개정요금에 따르면, 기본요금 구간인 장평발 진산 노선의 경우 700원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장흥교통은 지난해 3월 새 요금표가 적용되기까지 이 노선에 대해 인가요금보다 400원이 높은 1100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3월 기본요금이 750원으로 인상되자, 이미 부당요금을 징수해 왔으면서도 100원을 다시 올려 1200원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 장흥군이 인가한 버스요금과 달리 실제 웃돈을 받아 온 노선은 이 외에도 관산대덕선, 유치선, 상발선, 수문선 등 여러 노선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장흥교통은 이 기간 일부 노선에서 50∼100원의 부당요금을 받아왔고, 일부 노선의 경우 많게는 400원까지 부당 요금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해당 버스업체 관계자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와 관련 사실을 고백하기까지 한 해 7억여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하고도 1년 동안 부당요금 징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인가한 요금과는 달리 거의 모든 노선에서 버젓이 웃돈을 받아 온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이후에도 정확한 실태조사 한번 나서지 않았다.


매년 혈세 지원하고도 실태조사 한번 없어

장흥군이 지난해 장흥교통에 지원한 정부보조금은 6억9300만원. 2001년 5억2600만원, 2002년 5억4800만원에 비해서는 대폭 늘어난 수치다. 벽지노선 손실 보상금과 학생할인 보상 등의 명목이다. 이중 국비 14%를 제외하면, 나머지 86%는 군민들의 혈세였다.

군은 뒤늦게 이 버스회사에 '2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군 관계자는 "장흥교통이 2003년 이전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 그 전에도 부당요금 있었는지는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부당요금을 모두 1건으로 처리하다 보니 규정상 2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며 "혹시 전년도에 부당 사실이 있었더라도 과징금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a 장흥교통 비리 문제는 부당요금 징수 고발과 노조설립으로부터 빚어졌다. 노조원들중 6명이 해고되고 8명은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다. 밤샘 농성 현장의 모습

장흥교통 비리 문제는 부당요금 징수 고발과 노조설립으로부터 빚어졌다. 노조원들중 6명이 해고되고 8명은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다. 밤샘 농성 현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이국언


a 지난 4월 23일 버스 노조원들이 운행을 거부하며 군청 앞에 차량을 집결 비리와 관련된 장흥군청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버스 노조원들이 운행을 거부하며 군청 앞에 차량을 집결 비리와 관련된 장흥군청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장흥군의 안일한 인식은 부당요금이 드러난 지난 1월 이후에 취한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흥교통은 부당요금이 밝혀진 이후 곧바로 부당요금 만큼 내려받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는 시정조치 발표 이후에도 부당요금이 징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 '2000원' 공금횡령?
장흥교통, 노조원 무더기 해고

장흥교통 노조 간부들이 공금횡령 혐의로 무더기 해고를 당했다. 횡령했다는 공금은 안준성(36) 지부장 2000원과 이영복(28) 부지부장 1000원. 또 노조원 14명중 6명이 해고되고 나머지 8명은 징계대상에 올라있다.

지난 1월 29일 장흥교통은 버스기사인 안준성씨에게 승무정지를 명령했다. 안씨는 이 회사 초대 노조 지부장. 노조설립 신고를 마치고 난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회사는 곧바로 안씨를 공금횡령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손님이 부탁한 물품 탁송료 2000원을 횡령했다는 것. 회사는 부당해고 판정이 나자 다시 이 사건을 중앙노동위에 제소한 상태다.

다음 달 이영복 부지장도 승무정지와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고됐다.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준 뒤 1000원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것. 버스 안에는 CCTV가 설치 돼 있었지만 경찰조사에서는 일단 무혐의 처리된 상태.

지난달 초에는 4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해고됐다. 임금체불과 장흥교통 비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운행을 거부하며 군청 앞 시위에 가담했다는 것. 이 외에 노조원 8명에 대해서는 오는 10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둔 상태다. 노조원들은 "장흥교통 만의 법"이라고 말한다.
기본요금 750원 구간인 대덕-옹암 노선의 경우, 장흥교통은 인가요금보다 450원이 많은 1200원을 받아왔다. 웃돈만큼 내려 받는다면 기본요금에서 450원이 내린 300원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는 750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750원은 정상요금 그대로다.

인하된 요금이 정식 인가요금보다 높은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장평-진산의 경우이다.

장흥교통은 기본요금(750원) 구간인 이 노선을 450원이 높은 1200원을 징수해왔다. 부당 요금만큼 환원하겠다면 300원을 받아야 맞다. 그러나 현재 요금은 800원. 환원조치도 안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정된 요금조차도 50원의 부당요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장흥군과 장흥교통이 최종 수정 요금표를 발표한 것은 지난 4월 1일. 이때까지 무려 6∼7차례의 요금표가 이틀이 멀게 바뀌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날짜에도 서로 요금이 틀린 경우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시정을 요구한 후 대조해 보니 일부 틀린 곳이 있었다"며 "나중에 실측을 거쳐 전면 수정했지만 애초 회사측이 제시한 자료가 틀려 실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당국과 유착 없이는 불가능한 일"

지난 1월 부당요금 징수 사실이 드러난 이후 장흥교통 사태는 더욱 혼미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4월23일에는 노조원들이 군청 앞에 버스를 집결시켜 운행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 하면, 이 문제로 노조간부 등 6명이 해고되고 8명이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다. 급기야 지난달 26일에는 버스기사인 정상국씨가 음독 자살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장흥민주연대와 민주버스노조 장흥교통 노조원들은 "행정 당국과 유착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부당요금 징수 규명 ▲사업주 구속 수사 ▲정상국씨 음독자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버스 공영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1일부터 군청 앞에 철야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안준성(36) 장흥교통 노조 지부장은 "장흥교통이 수년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기행각을 벌여왔다"며 "버스가 멈추고 버스기사 자살까지 불러왔는데도 장흥군은 사건 무마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흥교통 측은 요금 산정이 잘못된 일부노선에 대해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당요금 징수가 2000년부터 진행돼 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사 기간만 차량 들어간 마을 있다"
벽지노선 교통량 실태조사 논란

"교통량 조사라는 것이 웃기다. 봄·가을 교통량 조사가 나오면 평소에 다니지 않는 노선을 실사 기간만 들어간다. 시간이 안 됐는데 일찍 출발시키기도 한다. 도착 시간에 맞춰 승강장에 기다린 사람은 자연히 차를 탈수 없게 된다. 승객 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벽지 노선 운송객을 파악하기 위한 교통량 조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장흥군은 3∼4월, 9∼10월경 년 2회에 걸쳐 벽지노선 교통량 조사에 나선다. 정부보조금의 70%는 벽지노선 손실 보상금이다. 군은 운송객 규모를 파악해 적자분만큼 손실금을 보상하고 있다. 당연히 승객규모는 보상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군은 평일과 장날, 휴일이 고루 배치되도록 해 5일간 조사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공익요원들이 대부분 수행해 오던 것을 부당요금 논란이 된 올해의 경우 공무원들이 직접 나섰다. 버스 기사들은 지난 가을까지 이 교통량 조사 과정에 탑승객을 줄이기 위한 조작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 노조원은 "심지어는 먼저 차를 보내 손님을 한 차례 싣고 간 경우도 있다"며 "이미 손님을 싣고 갔기 때문에 뒤차에 있는 조사요원이 볼 때는 자연히 승객이 적게 보인다"고 말한다. 이 노조원은 "어이 없어 하면서도 주민들은 코스를 잘못 알고 들어 온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들이 증인이다"고 말한다.

노조원들이 실사기간만 운행한다고 주장하는 코스는 장흥-송암, 장흥-포곡-용산, 대덕지선 내저마을. 송암의 경우 실사기간만 운행하고 용산의 경우 원래 종점인데도 포곡까지만 운행한다는 것. 내저마을은 왕복해 들리도록 한 것을 한번만 들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흥교통측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군 관계자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벽지노선 손실보상금은 벽지노선의 손실에 대한 지원금이지, 장흥교통 전체적 수익에 의한 적자 지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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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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