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요지경 '뇌물장부'...33명 사법처리

군청·농기공·기자 등 8천여만원 수수...사장 잠적

등록 2004.06.30 19:24수정 2004.07.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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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발주 공사와 관련 수백만원씩 뇌물을 주고 받은 공무원과 지방일간지 주재기자, 농업기반공사 전현직 간부 등 33명이 사법처리됐다.

30일 전남지방경찰청은 "화순군 소재 건설사 뇌물장부에 대한 수사결과, 공사편의 제공 관련 뇌물을 받은 공무원과 공여자 3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건설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주재기자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법처리 대상은 뇌물을 건넨 전남 화순군 소재 ㅌ건설사 직원 4명과 ㅅ건설사장, 농업기반공사 화순지사 전현 임직원 8명, 감리 1명 등이다. 화순군청 직원 11명, 강진군청 직원 1명 등 공무원 12명. 한국도로공사 광주지사 직원 4명, 건설사 감리 1명과 일간지 화순 주재기자 3명 등도 역시 사법처리됐다.

공사착공 등 시점에서 건네져...업체 대표, 비자금 조성도

이들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받아온 뇌물은 8천여만원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돈을 받아 챙겼다.

김진희 전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뇌물 수수 시점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중간 기성금을 받을 시점, 공사 착공시점과 중간 점검에서 뇌물이 건네졌다"면서 "한 차례씩이 아닌 개인당 수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ㅌ종합건설 사장 김씨는 2001년부터 2003년 12월까지 관급공사와 관련 현장 점검 등이 있을때 집중적으로 돈을 뿌렸으며, 대부분이 정기적으로 전달됐다.


경찰에 따르면, 화순군청 공무원 김모(42)씨는 공설운동장 공사와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ㅌ종합건설 사장 김모(62)씨로부터 480만원을 받았다. 또 지난 2002년 2월 8일 강진군청 경지정리 사업 감독공무원 김모씨는 ㅌ종합건설이 시행하는 사업과 관련 공사 편의 및 중간 기성금을 빨리 지급받게 해달라는 명목으로 현장소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공사현장 감리를 맡은 이모씨는 450만원을,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송모씨 부인은 5차례에 걸쳐 1000만원, 농업기반공사 화순지사 전직 간부 정모씨는 930만원, 농업기반공사 화순지사 박모 과장도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꽃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송모씨 부인은 1000만원에 대해 "꽃값을 받았을 뿐"이라며 공사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화순군청과 강진군청 직원들은 '뇌물수수죄', 농기공과 도로공사 직원의 경우 '배임수재와 배임증재죄'를 적용했으며 주재기자들은 '공갈죄'를 적용했고,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청 엄격한 인사조치 있어야"

한편 핵심적인 뇌물 제공자인 ㅌ종합건설 사장 김씨는 잠적한 상태이며 경찰은 김씨가 3억7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행정기관 등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이 김씨의 신변을 확보해 뇌물장부 상 김씨가 챙긴 것으로 보이는 3억7000여만원의 출처가 확인될 경우, 혐의 사실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뇌물장부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관급공사와 관련 공무원과 업자간의 유착관계에서 나온 관행적인 행태의 뇌물이고,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주재기자 1명 외에는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남경찰청 한 관계자는 "뇌물로 받은 액수가 적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변동철 광주경실련 조직부장은 "국민들 법 감정상 이들의 사법처리 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 집행보다는 제도적인 대안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뇌물장부 사건은 관급공사의 수주, 공무원과 업체사이의 유착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부장은 "이러한 유착관계와 비리를 없애기위해 전자입찰제의 확대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며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해당 관청의 엄격한 인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물장부 어떻게 작성됐나
비자금 추정액, 총 6억여원...뇌물 확인 액 8천여만원

전남 화순군 소재 ㅌ종합건설과 ㅅ건설사의 뇌물 장부로 인해 33명에 이르는 공무원 등이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그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돈이 더 많다.

전남경찰청 수사2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ㅌ건설 장부상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비자금)의 액수는 총 6억여원이다. 이러한 비자금들의 장부상 용도는 '공사 자재대금'으로 기록돼 있다. 물론 액수와 날짜는 기록돼 있으나, 그 옆에 '암호'로 뇌물을 준 대상이 적혀있다.

이 같이 적혀있는 돈이 총 6억여원이고 이 중 2억3000여만원을 ㅌ종합건설 경리과장 김모씨와 현장 소장 등이 뇌물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있으며 나머지 3억7000여만원은 수배주인 사장 김모씨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뇌물을 전달한 대상을 '경', '문', '군', '송' 등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경'은 경리 관련 부서, '송'은 공사 현장소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록하면서 어떤 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2000여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자재대금은 3000만원으로 기록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전남 화순군 소재 ㅌ종합건설과 ㅅ건설사는 화순군청과 농업기반공사 관련 사업과 공사를 주로 해왔으며, 대표 이사 명의는 각각 최모씨와 김모씨로 되어있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수배 중인 김모(62)씨로 알려졌다. ㅅ건설사 대표 김모(32)씨는 김씨의 조카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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