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형 장관, 법무·검찰개혁 이룰까?

개혁 강조하지만 검찰 의견과 상당부분 같아

등록 2004.08.09 18:46수정 2004.08.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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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법무장관이 9일 법무부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승규 법무장관이 9일 법무부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신종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9일 과천 법무부청사 대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김승규 장관이 임명 당시 정치권에서 안정적이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금실 전 장관이 추진해 온 법무·검찰개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향후 법무·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김 장관은 개혁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평가를 일소하기 위해 취임식부터 지속적인 법무·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을 강조했기에 그가 취할 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치성이 있는 사안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신중함을 보였고, 검찰과의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는 화합을 중시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개혁보다는 안정과 화합이 담긴 메시지가 주류를 이루었다.

김 장관 간담회에서 뭘 얘기했나?

김승규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개혁은 계속되고,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데 과거 잘못된 관행들은 새로운 눈으로 봐서 진취적이고 선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강금실 장관이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발굴한 많은 개혁과제를 이어받아 일의 경중을 가려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개선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좋아하는 점에서 개혁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와 감찰권 이양문제와 관련해 강금실 전 장관이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기억을 상기하면 이날 김 장관은 발언은 다소 소극적인 개혁 마인드로 평가된다.

김 장관은 인사권·감찰권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의 질문에 “나는 화합을 중시하고 강조한다”고 전제한 뒤 “그런 문제로 (검찰과) 충돌은 없을 것이며, 검찰의견을 존중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화합론’을 내세운 검찰 껴안기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또 다른 핵심으로 부상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과 관련해 개혁정당으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개혁적 시민사회단체 등도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고비처 신설문제는 부패척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기소권은 준사법기능의 예측가능성, 일관성, 안정성,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두 군데로 나눠져 있으면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한 곳에 줘야 한다”고 검찰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개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대통령으로부터 장관과 검찰총장이 ‘경고’까지 받았던 대검 중수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서도 “중수부는 대형사건에서 전국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부서이며, 상징성도 있어 중수부 기능을 일부 축소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혀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비껴갔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각계에서 의견을 내고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필요한 의견을 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특수부 조직개편·법무실 기능강화 예고

한편 김승규 장관은 인권을 존중한 수사와 법무부의 법무실 기능강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인격을 존중하면서 인격적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정의와 자비, 정의와 수사는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10년 정도 경력이 있고 검증된 후 특수부 수사검사로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맡게 된다”며 “우리도 실력과 인품을 갖춘 검사들이 수사하는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특수부의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김 장관은 법무실의 기능을 강화할 뜻이 있음을 내비쳐 주목된다.

김 장관은 “법무부의 고유기능 중 하나가 법률에 대한 컨설팅 기능인데 법치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과거 법무실이 예산과 인력부족 등으로 충분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상당한 관심을 가져 각 부처에서 법률자문이 왔을 때 충분히 답변할 수 있도록 인원과 능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법무부의 법률자문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법무실은 대통령·국무총리와 행정 각 부처의 법령에 관한 자문을 하는 법무심의관을 비롯해 법무과, 국제법무과, 송무과, 인권과, 특수법령과, 법조인력정책과 등 1심의관 6개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승규 장관은 검찰과 맥락을 같이 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6개월이나 1년 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 대목에서 법무·검찰개혁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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