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임 법무장관 '고비처 기소권·국보법 폐지' 반대

중수부 기능 일부 축소 시사...폐지는 반대

등록 2004.08.09 15:47수정 2004.08.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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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9일 밤 9시 45분]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신종철
"기소권은 준 사법기능의 하나로 예측가능성, 안정성,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검찰) 두 군데로 나눠져 있으면 우리 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국가보안법의 문제점과 운영과정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할지 각계에서 의견을 내고 국회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도 필요한 의견을 내겠다."

"중수부 기능을 일부 축소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의 기소권 부여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 신임장관은 또 최근 정치권에서 법 개폐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 사실상 개정쪽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송광수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반발했던 '중수부 폐지'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사기능 축소는 가능하지만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김 장관은 9일 오후 법무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특수수사는 경력 10년 이상에,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맡아야"


이날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공직을 떠나 있던 1년 5개월 동안 밖에서 생활한 것이 장관직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존중 △대 국민서비스 강화 △계속적인 법무·검찰 개혁 △법질서 확립 등 4가지의 중점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장로답게 "옛적 일을 기억하지 말라, 내가 새 일을 이룰 것이다"는 성경을 인용하면서, "6개월 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장관의 모두발언.


공직 떠나고 1년 5개월 동안 밖에서 생활한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다. 인간존중 인간배려를 법무행정에서 실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변호사 생활하면서 어떻게 하면 법무·검찰이 신뢰, 존경받는 기관이 될까, 경찰서 수사현장, 교도소 등 관계기관과 재판에 직접 가보면서 인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기업가 조사하는 데 있어 '기업가가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 많이 하고 세금 많이 내면 애국자 아닌가', '업계에서 성공한 사람 아닌가' 이런 부분을 인정해주면서 수사할 수 있다. 정의와 사랑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의와 자비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세로 법무행정을 한다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체험했다.

두 번째로 법무검찰 행정은 서비스라는 정신을 갖고 임하겠다. 국가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국민의 의식도 높아졌기 때문에 국민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우리가 과거에 잘못된 관행들은 새로운 눈으로 봐서 진취적이고 선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전임 강금실 장관께서 많은 개혁과제를 발굴하고, 외부인들 참여시켜서 새로운 눈으로 보고 혁신하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과제를 이어받아서 선후경중을 가려 급한 것부터 하겠다.

네 번째로 법질서 확립에 최대의 노력을 하겠다. 경찰관 두 명이 검거과정에서 죽었고, 교도소 직원이 재소자에게 맞아서 사망했다. 파출소에서 공무집행하는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리는 해이된 준법의식과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법치국가답게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수 있도록 하겠다.

성경에 '옛적 일을 기억하지 말라, 내가 새 일을 이룰 것'이란 말이 있다. 6개월 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요약이다.

-고비처에 기소권 부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비처 신설문제는 부패척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학계, 언론계, 정계에서 부방위의 안에 대해 여러 가지 지적을 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리들은 그 안이 헌법의 원리와 사법체계 시스템에 맞는지 검토를 해서 그런 지적이 최소화되도록 의견을 내려고 한다.

기소권은 준 사법기능의 하나로 예측가능성, 안정성,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두 군데로 나눠져 있으면 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사회보호법 폐지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대체 입법없이 폐지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청송보호소의 흉악범 220여명이 그대로 풀려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사회보호법 폐지문제는 법무부 정책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개혁적 차원에서 검토해 권고한 내용이 있다. 인권침해 소지 등 여러 문제가 지적돼 정책위원회에서 범위를 축소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부에서 대체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국가존립을 파괴하려는 세력이 있으면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법적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것을 '안보형사법'이라 말할 수 있다. 위험이 높아지면 강화하고 위험이 적어지면 약해지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안보시스템을 공고히 가져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문제점과 운영과정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할지 각계에서 의견을 내고 국회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도 필요한 의견을 내겠다."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를 하다보면, 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닌가. 수사와 인권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정의와 사랑은 같이 가야 한다. 정의는 실현돼야 할 가치이지만 사랑과 같이 가야 한다. 엄격한 증거와 진지한 노력을 하는 가운데 사람에 대한 배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사과정에서 인권보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경찰국가에서 경찰수사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독일과 프랑스에서 검찰이 생긴 것이다."

-교도관 처우와 업무환경 개선 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변호사 시절 교도소 현장 방문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교도관 대 재소자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최악이다. 올해 교도관을 7∼8백명 정도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계속해서 3천명 정도 증원할 생각인데, 국무회의에서도 협조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은 교도관들이 반 재소자다. 여러분들의 많은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

-신용불량자가 370∼380만을 넘어섰다. 법무부가 재경부와 함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인간을 배려하는 수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예를 들면, 특수수사 부서에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검사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 생각을 바꿔 가면 가능하다고 본다."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수부 기능을 일부 축소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대형사건에 대한 대처를 위해 전국을 통괄하고 지휘할 수 있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인사권, 감찰권 등으로 전임 강금실 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과 충돌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나는 화합을 중시하고 강조한다. 그런 문제에서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본다. 충분히 얘기 듣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체질적으로 개혁적"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나.
"뭘 바꾸고 개선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좋아한다. 내가 기관장으로 있을 때 기획담당 부서 사람들이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런 과정을 모아놓은 책이 있다. 개혁이 뭔가.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고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스스로를 개혁적이라 믿는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국민여론도 절반 정도로 갈려있다.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문제다."

-법무부가 정부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로펌 역할을 할 계획이 없나.
"고마운 질문이다. 법무부의 고유기능 중 하나가 정부정책의 컨설팅 기능이다. 그 동안 법무실 예산 부족 등으로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살펴볼 계획이다. 각 부처의 법률자문이 왔을 때 충분한 인원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수수사에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들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불거진 자살사건 등의 원인이 수사검사들의 인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건가.
"실력도 갖추고 인품도 갖춘 사람들이 수사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특수수사 맡으려면 10년 정도 경력이 있고, 검증된 사람들이 한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런 사람들을 뽑을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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