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수는 5%...재소자의 교도관 폭행 우려"

[교도관 집단인터뷰] "진정·고소·고발 너무 많아...자위수단 필요"

등록 2004.08.13 08:35수정 2004.08.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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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들앞에 앉은 교도관들이 업무수행과정의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들앞에 앉은 교도관들이 업무수행과정의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교도관들은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공개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치자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광주교도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조아무개 교감(6급), 24년 근무한 김아무개 교위(7급), 최아무개 교사(38세. 8급), 이아무개 교도(32세. 9급) 등 직급별로 4명이 참석했다.

인터뷰 장소는 조사실 구조였다. 물어봤더니 조사실이 맞았다. 재소자들의 진정과 고소·고발 사건이 많아 아예 교도소안에 조사실을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재소자들의 잦은 진정과 고소·고발이 가장 힘들며, 재소자들의 폭언과 때로는 폭행도 그에 버금간다고 밝혔다. 재소자들의 진정과 고소·고발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경우 이에 대해 쉽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소자들을 가혹하게 관리하는 것이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오히려 단계별로 범죄유형별로 관리하고 교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집단인터뷰 내용 요약.

- 가장 힘든 점이 뭔가.
인권위 "과도기적인 상황"

교도관들의 불만에 대해 인권위원회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교도소 관련업무를 맡고 있는 최재경 인권침해 조사 2과장은 "이전까지는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며 "죄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 하지만, 기본적인 인권은 존중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교도관들의 항의와 불만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 인정된다"고 전제하면서 "초기에는 경험부족때문에 '관련자료 일체'로 요청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또 금년 상반기부터 해당시설 제출자료로 처리하는 등 행정절차를 간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부산에 사무소 설치 계획

인권위는 광주·부산에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세부일정은 다 짰고, 예산협의만 남은 상태라고 한다. 각 교도소마다 배치할 수는 없지만, 상당부분 근접해서 일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

최 과장은 이와 함께 "재소자들이 사소한 것으로 진정을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사소한 것을 왜 못해주느냐는 반론도 가능하고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들이 매우 큰 일일 수 있다"며 "각하되는 진정사건들의 경우 사소한 것들도 있지만, 오래된 사건이거나 갇힌 자들이 밝혀내기에 한계가 있는 사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육성철 인권위 공보담당 사무관도 "인력과 시설 부족은 그 자체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문제이지, 교도소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재소자의 인권을 축소시키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설이 안 따라주고 근무자 방어막이 없다는 점이다. 근무 중에 재소자 두 명이 딱 잡아버리면 속수무책이다. 혼자 200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전교도소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제는 100명 정도인데 이들을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다."

- 사동 복도 같은 데 CCTV가 없나.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것은 전체과정을 잡지 못한다. 촬영하는데 0.5초가 걸려 덤벼드는 장면은 못 잡고 제압하는 장면을 잡게되기 때문에 그렇다. 예산문제도 있고, 사생활침해라는 반발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CCTV를 전면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


- 올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는데.
"일근자가 있고 야근자가 있다. 야근자는 1·2·3부 당번 근무체제다. 오전 9시에 나와 다음날 10시까지 25시간을 근무한 뒤 하루를 쉰다. 다음날 아침 9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일요일 없이 근무하면 사흘에 34시간, 1주일 근무가 80시간에 가깝다. 주5일 근무는 먼 얘기다."

- 교도관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들도 있나.
"필요성은 있으나 업무특성상 힘들다. 보안업무가 중심이기 때문에….그런 얘기는 많이 한다."


-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나.
"한달 반 정도 전에 폭행을 당할 뻔했다. 환자사동에 있던 수용자인데 복도에 나와서 소리를 지르기에 제지를 했더니 식기를 깨서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보자'며 자기를 먼저 긁고 내 머리를 찍겠다고 덤빈 일이 있었다. 수용자가 죽거나 폭행당했다면 장관이 옷 벗고 난리가 났을 거다."

- 처벌했나.
"처벌 못했다. 70년대 80년대는 구타도 있고 해서 규율을 잡았는데. 환자는 사실상 손을 못댄다"

한 교도관이 재소자들과 걸어가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 교도관이 재소자들과 걸어가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재소자들이 교도관이 관련규정 더 잘 알아, 교도관들이 모르면 당해"

- 사동 직접 근무자로서 애로가 있다면?
"내가 데리고 있는 수용자 중에 100여건 진정한 사람이 있다. '답답하니 문 좀 따달라', '따뜻한 물 좀 떠달라', '밖에서 빨래를 하게 해달라' 이런 요구들 거부하면 진정하고 고소하는 것이다."

"6건 700여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우가 있다. 행형법, 소송법 등 자료 다 복사해 줘야한다. 며칠동안 아무 일도 못한다. 이런 것과 불만성 민원제기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고소를 해서 판결을 받아볼 생각도 있다. 한 번 하려다가 중지한 적이 있다.

인권 향상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고무적인 거다. 그런데 이것을 서포트할 수 있는 제반조치는 미비하다. 한 사람이 수 없이 민원,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제어하거나 악용했을 경우 제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직원의 수당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도 있다. 법률공부 2∼3년은 해야 '문제수'가 된다. 교도관들 공부 안하면 당한다. 재소자들은 실전으로 배운 것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보다 이것저것 훨씬 많이 안다."

- 인권위를 싫어할 것 같은데.
"법무연수원 교육받을 때 인권위에서 온 사람들에게 야유를 보낸 경우도 있다. 인권위 게시판에 제일 많이 문제제기 하는 게 우리다. 불만 많다."

"인권위는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수용자 진정 몇 천 건 중에 실제 인권위에서 인정된 것은 몇 건 안 된다. 인권위도 일에 지장이 많을 거다." (2001년 118건이던 인권위 진정건수-서면·면전 진정포함-는 올해 6월 30일 현재 2763건이다. 고소고발 건수도 증가추세다. 2000년 86건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는 200건이다.)

"인권위 사람들이 상주하면 좋겠다."

- 교도소별로 인권위 직원이 배치돼있으면 어떨까.
"그게 좋을 것이다. 겪어보면 금방 깨달을 거다."

- 재소자가 자살시도하면 이를 발견할 수 있나.
"운에 따라야 한다. 야간에 한 바퀴 도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목매단 뒤 숨떨어지는데 4분 걸린다."

- 수용자들이 협박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인가.
"나가서 보자는 얘기 많이 한다."

- 출소 이후 재소자들이 찾아온 일이 있나.
" 얼마 전에 출소자가 찾아온 일이 있다. 무릎꿇고 빌라고 하더라. 또 사고쳐서 기소중지되면 교도소 들어오기 전에 당신 찾아오겠다, 가족 몰살시킨다, 이런 소리를 한다. 전화번호 바꾸고 이사도 여러 번 갔는데, 지금은 상당히 무뎌졌다. 그런데 대전 사고 이후 경각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계별로 범죄유형별로 교정 프로그램 있어야"

- 재소자들을 엄하게 다루면 해결될 문제로 보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인권 중시하는 시대추세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6만여명의 재소자 중에 문제수는 5% 정도인데, 이들을 별로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된다고 본다.

각 단계별로 범죄유형별로 교정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법무부 산하교정국으로는 안된다. 교정청으로 가야 한다. 일반직이 아니라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해 특정직으로 되고, 교정공무원법 제정돼야 한다."

- 현재 수감시설의 수준은 감옥인가, 교정기관인가.
"감옥수준 아니다. 옛날처럼 격리 구금만 시켜놓고 했다면 대전 같은 사건 안 일어났을 것. 그냥 가둬놓고 들여다보면 이런 일 있겠나. 그런데 외부의 시각은 일제시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제 친구들도 우리가 묶고 때리고 담배 팔고 하는 것으로 안다."

- 상담 전문가들이 있나.
"교회사들도 있고 간부교육 중에 상담사 교육과정이 있다. 유독 교정공무원은 가둬놓고 바라만 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별다른 교육이 없이 투입된다. 법무연수원에서 4주 교육받고 바로 배치, 그 뒤 보수 교육을 받는다. 교도소가 사람 다시 만드는 곳이 돼야 하는데, 누범이 되면 가족들이 등을 돌린다. 막막한 상황에서 상담소가 있어도 재소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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