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영화·자동차 '호황산업' 그림자 까발린다

김영주 의원의 '비정규직 국감보고서 시리즈' 눈길 끌어

등록 2004.10.10 20:52수정 2004.10.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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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점유율 58%에 이르는 한국 영화 전성기. 하지만 현장스탭의 연봉은 비정규직의 51% 수준. 지난 7일 관객 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운 불꽃놀이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관객점유율 58%에 이르는 한국 영화 전성기. 하지만 현장스탭의 연봉은 비정규직의 51% 수준. 지난 7일 관객 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운 불꽃놀이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정민규
이번 국정감사의 특징 중 하나는 정책자료집이 의원들 현장질의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적당한 '말빨'로 버무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던 구태에서 벗어나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자료집을 바탕으로 피감기관장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경우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삼성 SDI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낸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우 의원은 '근로시간을 통해 나타난 우리나라 노동 현실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과제’정책보고서를 통해 월 노동시간이 무려 312시간에 이르는 삼성SDI 한 직원의 사례를 고발했다.

김영주(환경노동위원회)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한 주제로 정책보고서 시리즈를 내고 있다. 그 테마는 '호황 속에 가려진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 이와 같은 주제로 각 산업의 비정규직 문제에 꼼꼼히 천착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조선산업'편. 조선업은 2004년 1∼3월 기간 세계시장 수주량의 55%를 우리나라가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세계 1위 산업. 동시에 사내하청(비정규) 노동자들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 현재 40%를 차지하지만 산업재해 처리에 있어서는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사망, 부상 등 눈에 띄는 산재는 적용을 받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질병의 직영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격차는 현격하다. 사망의 경우 직영:하청의 비율은 2003년 기준 100: 88, 부상재해의 경우는 100:61로 사망, 부상 재해비율은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질병재해 비율은 100: 7, 100: 16 등으로 차이가 심하다. 하지만 최근 급증추세인 근골격계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병은 단순 반복작업, 중량물 취급 등 선박제조과정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직영이건 사내하청이던 질병이 걸린 확률은 동일하다. 더욱이 직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수가 더 많은 대우조선, 현대삼호, 삼성중공업 등에서는 직영노동자의 질병재해 건수가 더 많았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지난 주 노동부 국감에서 "사망이나 부상 등 확연히 눈에 보이는 산업재해는 산재로 처리되지만, 고용안정성이 낮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질병재해에 대한 산재보험을 신청할 경우 해고 등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신청조차 하지 못한 것"이라고 노동부에 관련 대책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직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의 질병재해 차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심층보고서로 조용한 질타...뼈아픈 행정부


그에 이어 김 의원은 '호황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실태 보고서' 2편으로 '영화산업'의 그림자를 집중 조사했다. 현장스탭의 노동조건 실태에 관한 것. 배우와 감독이 아닌 현장스탭들의 열악한 처우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김영주 의원은 꼼꼼한 실태조사 외에도 계약방식의 문제와 해외사례를 통해 대안제시를 한 점이 눈에 띈다.

연간 평균 작품편수와 작품당 평균 수입을 감안한 현장스탭들의 연간 평균수입은 640만원. 비정규직의 평균연봉 1236만원과 비교할 때 51.3%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의 노동시간은 13∼16시간 이상이 40%에 달하고 16시간 이상인 경우도 35%에 이르러 스탭들의 노동강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 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경우는 10%도 안된다.

4대 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거의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건강보험은 24.8%, 산재보험은 19.1%, 고용보험은 3.8%에 불과했다. 임금체불이나 미지급 등 임금관련 피해사례를 경험한 비율이 72%에 달한다.

김영주 의원은 이와 같은 처우문제의 개선으로 작품계약, 도급계약으로 이뤄지는 계약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주·월·일 단위로 '기간계약'을 하고 있고 임금지급도 이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소위 '통계약'으로 감독이나 포스트스탭(제1조수급)에 묶여 계약하는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고용의 주체가 불분명해 분쟁의 소지를 유발해 왔다.

또한 70% 이상의 스탭들이 '작품계약'별로 계약하는 임시직. 따라서 평균 실업기간이 6개월 이상이 됨에도 55%에 달하는 스탭들이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작품계약으로 이뤄질 경우 다음 작품 일정을 계획하기 어려우며 임금의 분할지급방식(계약금-중도금-잔금 3단계)은 4대 보험료의 산정이 어렵다.

김영주(환노위) 열린우리당 의원.
김영주(환노위) 열린우리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미국 할리우의 경우 감독급 스탭들은 수입과 책임의 공유대상이 되기 때문에 작품당 계약을 하고 있지만 제1조수급 이하의 스탭들은 노동의 제공과 그 대가의 지불이라는 고용의 개념 속에서 기간이나 회차계약이 이뤄져 주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노동자성의 인식 부족으로 감독급과 같이 작품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영화 현장스탭들의 '근로자'(근로기준법상)로서의 인정에 대해 "선례가 없고 노무제공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김 의원은 "제작사·감독급 스탭과 조수급 스탭과의 관계를 기술전수의 목적을 중요시하는 도제적인 관계로 보았을 때는 그렇지만 엄격한 지위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고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는 이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유사한 대법원이 판례도 제시했다. 지나 87년 이미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인 실습생을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된 바 있으며, 인턴이나 수련의의 경우에도 인정되었다.

또한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누가 교섭 상대인지 여부에 대해서 김 의원은 "감독급 스탭은 중간관리자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통해 현장스탭을 고용하고, 지휘감독하는 제작사가 교섭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노동부측에 "현장스탭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이들이 받고 있는 임금체불 등의 부당노동행위, 근로시간을 설정하지 않는 등의 근로계약서상의 법적 문제점에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감 뒤에도 국감 정책보고서는 계속된다?

김영주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국감보고서 시리즈 제3탄은 '자동차산업'. 국내 수출의 2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산업'편이다. '호황 뒤에 가려진…' 국감보고서 시리즈의 궁극적인 타깃은 비정규직 문제. 노동계의 주장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날로 증가해 56%에 육박하고 있지만 재계와 정부는 '경기악화'라는 내세워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산 넘어 산인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김영주 의원은 "잘 나가는 산업분야의 비정규직 문제를 통해 당장 개선 가능한 것들부터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경기가 좋은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경기가 좋은 산업도 이 정도인데 안 좋은 산업은 얼마나 더 열악하겠냐"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70쪽에 달하는 정책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은 3개월. 김 의원측은 국감 뒤에도 '호황 뒤에 가려진…' 시리즈는 계속된다고 말한다. 김영주 의원의 사례를 본다면 국정감사가 굳이 20일 동안으로 한정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라는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에서 본다면 국감은 일년 12달 계속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얼마나 안낳고 왜 안낳고 낳아도 죽는" 저출산 구조 다각도 접근
장향숙 의원 '저출산 사회' 실태점검 시리즈 1·2·3탄

10일 장향숙(보건복지위) 열린우리당 의원은 저출산사회 실태점검 제 2탄을 내놨다. 지난주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읍면동 늘어난다"는 주제로 전국적인 저출산 실태를 보고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낮은 혼인율과 높은 이혼율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2000년 대비 현재 혼인율은 8.7% 가량 줄어든 반면, 이혼율은 39% 증가했다"며 "아이가 태어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혼인가정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시도별로는 전라남도의 출생률 감소폭(2000년∼2003년)이 가장 높은 29.4%고, 혼인율은 광주가 18.8%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이혼율의 증가폭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로 60%나 증가해 전국 최고의 이혼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30대 이상의 기혼여성 중 아이가 없는 경우는 80년 당시 27.3%였던 것이 2000년에는 49.4%로 20년 동안 약 20% 증가했다. 아이가 한 명인 경우도 35%에 불과했던 것이 71.3%로 크게 증가해 전반적인 노령출산과 다자녀 기피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장향숙 의원은 "혼인기피와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는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중 하나"라며 "결손가정이나 모부자가정 등에 한정된 가복족지제도를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한 복지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중앙정부가 출산정책을 일괄적으로 내놓는 것이 아닌 시도별 실태에 따라 지자체에서 보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사회 실태점검' 후속탄으로 장 의원은 '아이 낳아도 죽는다'는 주제로 아이를 낳아도 안전사고, 질병, 유기 등으로 사망하게 되는 양육환경 실태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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