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회, 지방선거 준비 첫 삽 뜨다

여성정치 세력화 위한 후보자 양성 수련회 진행

등록 2004.11.02 13:31수정 2004.11.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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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회에서 주최하고 여성부가 후원한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후보자 양성 워크숍'
대구여성회에서 주최하고 여성부가 후원한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후보자 양성 워크숍'허미옥

대구여성회가 2006년 지방선거에 대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여성회는 여성부 후원으로 지난 30-31일, 경주에서 '대구의 변화, 그 주역은 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후보자 양성 워크숍'(이하 후보자 양성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향후 대구경북지역에서 '괜찮은' 여성후보를 발굴하고 선거기획, 홍보 등 정보를 공유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30-31일 양일간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후보자 양성 수련회에는 대구경북지역 여성 30여 명이 참석해 고양시 김유임 의원의 '선거참여에서 의정활동까지' 강연을 듣고,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김희정 사무국장이 이야기하는 '지역예산 분석을 통해 본 지역정치의 변화'와 더불어, 아이지엠 국정경영원장의 '선거경영, 즐거운 예술선거'를 수강한 후 3개 조로 나눠 모의선거 전략을 수립, 조별 발표를 진행했다.

첫 강의를 맡은 김유임(고양시)의원은 "한국사회 여성관련 법률은 선진적이지만, 아직까지 문화, 의식이 그를 따라가지 못해 성문법만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삶의 경험에 따라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여성들이 기초의회에 진출 생활정치영역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원 "세금의 합리적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김유임 고양시 의원
김유임 고양시 의원허미옥
또 "공무원들은 이미 마련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쓸 것인가' 즉, 지출만을 고민하겠지만, 여성들은 가정생활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시민의 세금에 대해 합리적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젊은 여자가 뭘 할 수 있어?'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내는데 동네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위험지역에 횡단보도를 설치해달라며 동네 주민들이 서명운동까지 진행하면서 호소했지만, 고양시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며 "하지만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위험을 공무원들이 직접 조사하게 하고 시내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꾸준히 요구한 결과 그 지역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게 되었다"는 것.

한편 김희정 사무국장은 '지역예산을 보면 공약이 보인다'는 주제로 서울동북여성민우회가 지난 몇 년 동안 도봉구청 예산안 사례와 더불어, 이것이 지역정치,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서울동북 여성민우회가 예산낭비사례를 적발하고, 그 정책까지 바꾼 대표 사업은 여성 주간에 하는 형식적인 행사를 '평등걷기대회'로 바꾼 것.

예산, 정책, 조례를 통해 지역정치를 읽는다


서울동북 여성민우회 김희정 사무국장(좌), 이종훈 아이지엠 국정경영원장(우)
서울동북 여성민우회 김희정 사무국장(좌), 이종훈 아이지엠 국정경영원장(우)허미옥

김 국장은 "7월 1일부터 1주일 동안 진행되는 여성주간에 각종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지만 그 시기가 구청장 취임식(7월 1일)과 겹치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이 △ 실내에서 진행하는 시상중심의 행사 △ 식사 등으로만 구성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주민들이 가고 싶어하고,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기획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몇 차례 문제제기 끝에 도봉구에서는 기존의 여성주간 행사자체를 전면 수정해 '평등걷기대회'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으로 모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예산서 분석을 통해 예산낭비사례를 적발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소개하면서 "예산은 지역정책을 움직이는 손과 발이며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조례"임을 강조하고, 그동안 어렵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예산, 정책, 조례'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실제 선거에 돌입할 때 어떤 내용과 기획으로 시민들을 만날 수 있을지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이종훈 아이지엠 국정경영원장은 "2006년 대구경북선거 경영을 제안한다"며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연대선거운동 전략,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인용한 담쟁이 전략, IT인프라 구축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사업을 기획ㆍ진행했던 대구여성회 윤정원 정책위원장은 "기초의회 선거에 소신있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보수적 대구사회가 양성평등,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여성들의 힘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릴때부터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 토론해야"
- 대학생 2명이 말하는 현실 정치 이야기 -

▲ 좌 : 조윤희, 우 : 최혜은 학생
후보자양성 수련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강생은 대구대 사회학과 2학년 여학생들이었다. "1박 2일의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강좌를 통해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조윤희, 최혜은 (이하 조, 최)두 여학생을 만났다.

- 수련회에 어떻게 참석하게 되었나?

"조: 아르바이트 하던 중에 남자들끼리 모여서 '우리가 정치를 바꾸자'라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을 봤다. 그 옆에서 여성분들은 계속 밥, 술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도 배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이 수련회에서는 '정치 = 남자들만의 소유물'이라는 공식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최: 정치에 대해 관심도 많고, 꿈도 정치인이다. 항상 남자들만 정치를 하는 것 같다. TV토론프로나, 뉴스 등을 보면 주요한 정책결정에는 주로 남자들의 역할만 부각되는 것 같다.

- 수련회 전체 프로그램을 평가한다면?

"조: 언론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명인사들을 만난 점이 좋았고, 더군다나 교과서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들었던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최: 고양시의원님의 강의가 좋았던 것 같다. 결혼한 주부, 엄마의 지위였지만, 여성으로서 자부심, 지도력 등이 무척 부러웠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

- 청소년단계에서부터 정치를 접하고 공부하면 좋을텐데?

"조: 맞다, 우리나라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은 아주 낮은 점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토론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을 어릴때부터 체험할 수 있다면, 보수적인 대구도 많이 바뀔 것이다."

"최: 일단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도 좋지만 그 전까지는 학교 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중고등학교까지는 신문도 제대로 보기 어렵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이 부분은 설명해주는 것은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1,3학년때 사회선생님으로부터 당시에는 교과서에도 없었던 'NGO'등을 알게되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관점도 바뀌게 되었다" / 허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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