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불안감이 부시 승리 원인

[분석] 지지자 85% 테러위협 중시... 두 후보 단결 호소

등록 2004.11.04 07:39수정 2004.11.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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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일 워싱턴 시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당선 연설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와 딕 체니 부통령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3일 워싱턴 시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당선 연설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와 딕 체니 부통령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케리 진영이 오하이오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 당선자 확정에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됐던 미 대선이 케리후보가 3일 오후 1시 경(현지 시각)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해 부시의 재선이 확정되었다고 AP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케리가 이처럼 빨리 패배를 시인하게 된 것은 일단 부시와의 표차이가 너무 커 만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빠른 패배 시인, 큰 표차와 부정적 여론 예측 때문인 듯

더구나 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시비가 벌어지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미국식 민주주의가 도마 위에 올라 다시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경우의 부담감도 케리로 하여금 빨리 패배를 시인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대선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동에서는 선거가 끝난 후 35일간이나 당선자를 내지 못하다가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정으로 부시가 고어에 537표 차이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당시 고어 진영은 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법정 투쟁을 계속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으나, 여론의 흐름이 크게 좋지 않자 이를 포기한 바 있다.

3일 플로리다 지역의 ‘올랜도센티널’은 한 지역 정치분석가의 말 을 빌어 "이번 오하이오 케이스는 (지난 대선의) 플로리다 케이스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면서 "케리 진영의 이의 제기는 열혈 당원들 외에 그다지 큰 지지를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부시는 3일 오후 3시 현재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아이오와(7명)와 뉴멕시코(5명)를 제외한 나머지 주들에서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에 4명이 초과한 274명을, 케리는 252명을 얻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지지율에서도 부시가 51%를, 케리가 48%를 얻어 부시가 케리에 3%P 앞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총 득표수는 부시 58,882,920명, 케리 55,327,125명으로 부시가 케리에 약 355만표 정도 더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리의 막판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부시가 이번 대선에서 전체 지지율에서나 선거인단 모두에서 케리에 승리를 거둔 가장 큰 요인은, 9.11테러 이후로 조성된 미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민의 안보 불안감, 부시 승리의 주원인


실제로 AFP 통신이 3일 미국 신문매체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대선에서 부시 지지 유권자의 85%가 테러리즘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 때문에 부시에게 투표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해 주고 있다.

3일치 미국의 언론들과 정치 분석 분석가들도 한 목소리로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하게 된 이유를 미국민의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꼽았다. LA타임스 등 일부 언론들은 이같은 불안감 때문에 투표에 대한 관심이 커 투표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하는 일반적 예측이 이번에는 그대로 들어맞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한편 케리는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를 시인하는 전화를 한 후 보스톤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가진 연설에서 "선거기간 중에 극도로 분열된 국민들을 단결시킬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면서 "우리는 분노와 후회, 비난의 감정을 없애고 단결과 온정을 회복하는 일에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는 특히 이날 연설에서 "(선거) 결과는 법적인 과정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해 더 이상 이번 대선 결과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케리 "결과는 법적 과정에 의해 나오는 게 아니다"

이날 케리가 부시 대통령에세 패배시인을 하기에 앞서 러닝메이트인 에드워즈와 케리의 측근들은 임시투표자가 최대 30만명까지 이르게 될 지 모른다며 개표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패배를 시인하지 말도록 케리에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케리의 패배 시인이 있은 지 두 시간 후인 오후 3시 백악관에서 가진 승리 연설에서 "나는 이 나라를 더 강하고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케리후보를 지지한) 여러분들의 지지가 필요하고, 나는 이를 위해서 열심히 일할 것이다"면서 "이제 선거는 끝났고 미국은 자신감과 믿음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부시는 경제와 사회복지문제 등 국내 현안들과 더불어 이라크와 아프간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대테러 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부시는 아직 혼미 속에 빠져 있는 이라크 사태와,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으로 약화된 동맹관계, 부시 행정부 들어 가중되어온 테러위협, 북핵문제는 물론, 높은 실업률 및 고유가, 재정결손, 세금정책, 건강보험 등 대내외적으로 산적해 있는 난제들을 계속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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