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을 잘 쓰게 하는 책들

[테마칵테일 17] <우리 말 살려쓰기> 외

등록 2004.11.05 14:44수정 2004.11.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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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이라는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떼어 놓으면 '인(人)+간(間)'이 된다. 우리말로 풀자면 '사람과 사람의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개념은 각 사람의 개인성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 사이의 관계, 곧 관계성이 더 우선시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인간'이라는 개념은 사회를 이루고 나서야 획득한 개념이다. 사회를 벗어나서, 사회 속의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벗어난 '인간'이라는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여러 가지 것들 가운데 하나가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를 온전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의사소통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남의 생각을 전달받는다.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은 곧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을 뜻하는 '방법'이라는 말은 요령이라는 뜻과 관련이 깊다. 무슨 일이든 요령을 터득해서 능숙하게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요령이 없어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우선 그 일에 능숙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이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말하고 글쓰기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몇 가지 지침서들이 있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문장기술
문장기술랜덤하우스중앙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않고 '글쓰기'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학생 때는 일기, 독후감, 글짓기 숙제, 그리고 대입을 위한 논술, 대학을 다닐 때는 각종 리포트, 직장인이 되고 나니 보고서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 글쓰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나마 인문학 쪽을 전공한 사람들의 글쓰기가 조금 나은 듯도 하지만,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것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배상복은 책 <문장기술>(랜덤하우스중앙)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막막해 하는 제일 첫째 원인은 교육의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우리 나라의 문장 교육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명문에 대한 지나치게 강조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명문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이 오늘날의 문장이라 말하는 저자는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중복을 피하라', '호응이 중요하다',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띄어쓰기를 철저리 하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등 문장의 십계명을 통해 쉽고 정확한 문장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신문기자답게 문장을 꾸미는 것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쓰는 것에 우선을 두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쓰기가 버거운 글쓰기 초보자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평범한 글쓰기
평범한 글쓰기우리교육
논술시험, 심층면접의 점수 비중이 입시에서 커지면서 청소년들의 글쓰기도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글쓰기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어두워진다고 한다. 컴퓨터 앞에서 활발하고 재기발랄하기까지 한 아이들에게 막상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주면 한숨만 쉰다고 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쓸거리가 없다고 걱정한다고 한다. 영상매체나 인터넷의 발달이 주된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는 것에는 글쓰기의 참 재미를 알려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글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쓰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얽매이고 잘 알아듣지도 못할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한다는 선입견을 심어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반성해야 한다.

<평범한 글쓰기>(우리교육)는 이러한 반성에서 시작해서, 글쓰기란 그리 어렵거나 복잡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 만큼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히 전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나치게 이론만을 내세우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이 글쓰기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문장기술>이 일반인이 대상이었다면 <평범한 글쓰기> 청소년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사나 부모에게도 도움을 준다.

글쓰기는 곧 삶을 쓰는 것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보리
우리 말글살이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이오덕 선생님이 바로 그 분이다. 거의 평생을 글쓰기 교육과 우리 말 살리기에 보내신 선생님 덕택에 우리 말글살이가 올바르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출간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보리)는 그러한 대표적인 책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이미 20년 전에 나와 글쓰기 지도서의 고전이 된 책이다.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간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글쓰기보다 더 나은, 아이들을 지키고 가꾸는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쓰기는 단순한 교육과정의 하나가 아니다. 글쓰기는 아이들을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는 으뜸이 되는 교육이다. 글쓰기는 바로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일이다. 따라서 단순히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법을 가르치는 글쓰기 교육은 영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글짓기와 글쓰기를 명확히 구분하신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삶이 녹아있는 글보다는 기교 있는 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바른 삶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그런 기존의 글쓰기 교육을 비판하면서 학부모, 교사들이 아이들의 글을 보는 눈을 바로 새울 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말 살려쓰기
우리 말 살려쓰기아리랑나라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미처 내지 못한 원고들을 책으로 펴낸 <우리 말 살려쓰기>(아리랑나라) 역시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두어야 할 책이다. 각각 '사람을 살리는 글쓰기'와 '겨레를 살리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말 살려쓰기-하나>와 <우리 말 살려쓰기-둘>은 선생님께서 늘 강조해오던 우리 말글쓰기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선생님은 좋은 문장이란 우리말로 써야하고, 평소 말하는 대로 써야하며,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다양한 예를 통해 잘 나타내신다.

'글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을 쓰는 것'이라는 평소 선생님의 생각대로라면 외래어와 한자어에 오염된 글쓰기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삶은 외국 사람이 살아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쓰는 것이 우리글이라면 마땅히 입으로 하는 말을 담아내야 한다. 지나친 문어체의 문장은 살아있는 글이 아니다. 또한 지나치게 화려한 수사나 미사여구를 사용한 문장도 그리 좋은 문장은 아니다.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품위 있고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 사자성어가 순 우리 속담보다 더 깊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여기저기 화려한 수사가 곁들어져 잔뜩 힘이 들어간 문장을 좋은 문장으로 알아왔던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이다. 한길사에서 나온 선생님의 책 <우리글 바로쓰기>, <우리 문장 바로쓰기>와 함께 본다면 올바른 문장을 쓰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소중한 우리 말들

글쓰기 수업 시간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이라며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 바로 그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말은 지극히 원론적이지만 맞는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뭐가 있을까?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름대로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좋은 표현, 문장, 단어 등을 평소에 외워두었다가 상황에 맞게 바꿔 쓰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어휘력과 문장력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휘력이 높을수록 문장을 쓰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라면 알고 있는 어휘가 많을수록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문장이나 단어를 외우는 것은 고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말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도록 하는 책이 절실하다.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예담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 2>(예담)는 늘 우리가 쓰는 단어나 구절들 가운데서 네티즌이 가장 궁금해 하는 우리말 100가지를 풀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선정된 말 100개의 어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를 떼다'에서 '시치미'가 매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이름표였다는 것, 외상은 왜 '하는' 것이 아니고 '긋는' 것이 되었는지 등을 어원을 통해 풀어줌으로써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은 '빈대떡'이 가난한 사람이 먹는 떡이라는 '빈자떡'에서 이름이 변한 것이라든지, '노다지'라는 말이 조선 말, 금광을 관리하던 미국인이 금을 발견하자 건들지 말라고 'NO touch'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그럴 듯하지만 근거 없는 가설을 바로잡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말의 뿌리에 대한 잘못된 유래를 바로잡아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말에 대한 흥미를 높여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이 책의 내세울 만한 점이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하늘연못)는 외래어와 국적불명의 말, 이모티콘 등에 밀려 잘 쓰이지 않는 토박이말을 모아 재미있게 풀이한 책이다. '도사리'란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뜻하는데, 보통 우리는 이를 가리켜 '낙과'라고 한다. 이렇듯 어느 샌가 우리의 말버릇은 토박이말보다 한자, 외래어 더 익숙해져 버렸다. 지은이는 홀대받고 사라져 가는 토박이말들을 갈무리해서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이대로 사라져 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우리말들이기 때문이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하늘연못
말은 그 나라와 겨레 고유의 생각, 감정, 정서 등을 형상화시킨다. 이것은 외국어로서는 도저히 나타낼 수 없는 언어의 공백이 있다는 뜻이다. 가령, 우리의 수많은 색에 관한 표현들과 다양한 비에 관한 표현들을 보라. 여우비, 이슬비, 보슬비, 안개비, 는개, 먼지잼, 못비, 작달비, 소나기 등의 비에 대한 표현과 느낌들을 'rain', 'shower' 등의 몇 단어로 대신할 수 없다.

이 말들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그만큼 준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느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잃지 않도록 토박이말을 보살피고 되살리는 일들은 소중하다. 곁에 두고 보면서 토박이말의 고유의 아름다움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덧말 : 이 책의 대부분은 10월 9일 한글날에 즈음하여 나왔다. 한글날이 있어, 평소 잊고 지내던 한글에 대한 소중함으로 새삼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말글을 아끼고 가꾸는 일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말 살려쓰기 하나 - 사람을 살리는 글쓰기

이오덕 지음,
아리랑나라,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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