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생의 '골든벨', 파주가 들썩들썩

43회 수상자 지관순양 동네의 마을잔치 "이런 경사가..."

등록 2004.11.08 23:51수정 2004.11.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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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이런 경사가 있겠습니까? 정말 큰 경사지요."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퀴즈 프로그램인 KBS의 '도전! 골든벨'에서 43번째 골든벨을 울린 지관순(파주문산여고 3)양이 사는 파주시 문산읍 운천2리에서 7일 동네 잔치가 벌어졌다.

잔치가 벌어진 운천리 노인회관
잔치가 벌어진 운천리 노인회관한성희
골든벨 소식을 듣고 동네 잔치를 하자고 했더니 지양의 아버지 지의준(60)씨가 자신이 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지양 가족 모르게 잔치를 준비했다는 유기덕 운천2리 이장은 연신 큰 경사라고 입이 함빡 벌어졌다.

조용한 농촌마을인 운천 2리에는 곳곳에 골든벨 축하 펼침막이 내걸렸고 동네 사람 모두 축하잔치에 참석했다.

동네 청년회에서 돼지 2마리를 잡고 안병숙(65) 노인회장이 손수 만든 두부를 부조했으며 운천리 부녀회원들은 국수와 떡, 보쌈, 과일을 비롯해 푸짐한 음식을 내왔다. 노인회관은 계속 찾아오는 축하객으로 북적거렸다.

"관순이가 어릴 때 동네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싸움이 벌어지면 그 집 몰래 가서 밀린 빨래를 들고 나와 빨아주던 애에요. 형편이 어려워도 엄하게 교육시켰어요."

지의준씨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 이 동네에 정착한 게 17년인데 생활이 어려워 주민등록을 만들지 못해 초교를 보내지 못했다"며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까와 길가에 버린 책을 주워다 주고 헌책을 빌려주었는데 그것을 열심히 봐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된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월세방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지의준씨는 거동이 불편한 동네 독거노인 여장록씨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등 남을 돕고 있다고 유기덕 이장은 알려준다.

기쁨에 넘친 아버지 지의준씨가 기념촬영을 기자에게 부탁했다. 앞줄 가운데 지양의 오른쪽이 유화선 파주시장, 뒷줄 오른쪽 끝이 지의준씨.
기쁨에 넘친 아버지 지의준씨가 기념촬영을 기자에게 부탁했다. 앞줄 가운데 지양의 오른쪽이 유화선 파주시장, 뒷줄 오른쪽 끝이 지의준씨.한성희
초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할 정도로 가정이 어려웠던 지양은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며 틈틈이 독서를 즐기는 학구파 학생이다.


"대학에 가면 부상으로 받은 유럽배낭여행을 갈 거에요. 1학년 때는 대학에 적응하고 배낭여행에 대한 지식을 쌓고 공부를 한 뒤에 2학년이 되면 여행을 가보려고 해요."

골든벨을 울린 소감을 밝히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지양은 부모님이 자신보다 더 기뻐한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해맑은 얼굴에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그가 골든벨을 울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독서의 힘이다.

"중3 때 자기 키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번 재 봤더니 내 키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책을 읽은 거 같아요."

지양의 담임선생님인 김진희 교사는 "(관순이가) 심성이 깊고 문학과 역사를 좋아해 골든벨을 울린 것 같다"며 학교성적도 좋은 편이라고 일러준다.

골든벨을 울린 후 학교에서 만난 지관순양.
골든벨을 울린 후 학교에서 만난 지관순양.한성희
역사 소설을 좋아한다는 지양은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해 사학자가 될 꿈을 갖고 있다.

지의준씨와 곽계숙(45)씨의 자매 중 맏딸인 그는 이번 골든벨에서 100명이 출연해 41번부터 독주에 나섰다. 한 때 경제철학자 존 듀이의 이름을 묻는 48번 문제로 위기를 겪었지만 도우미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해 골든벨을 울리게 됐다.

지양은 "결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골든벨을 울리게 한 친구가 고맙다"며 도우미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취미로 영화를 즐기고 시간을 낼 수 없으면 비디오로 영화를 본다는 평범한 10대 여고생인 관순이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이 날 저녁에 방영하는 골든벨을 보려고 마을사람들은 노인회관에 새로 유선을 달았으며 기산종합건설에서는 29인치 대형 TV를 동네에 기증했다고 유기덕 이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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