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이 올해 4월 실시한 재향군인회 감사결과 자료.오마이뉴스 이성규
▲ 형평성 상실한 계약 체결... 특혜의혹 시비
특혜 의혹을 낳을 만한 계약체결 방식도 금년도 보훈처 감사를 통해 지적됐다.
재향군인회 회관사업본부는 매년 금전적 어려움에 시달린다면서도 지난해 8월 22일 향군회관 지하식당 운영권을 그랜드볼룸쪽에 월임차료 없이 보증금 13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탁했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향군회관 1층 본관 예식장도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볼룸쪽은 평일에는 직원식당으로, 토·일요일에는 수익용 식당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며 수익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반면 회관사업본부는 바로 옆에 있는 동일한 규모(213평)의 식당과는 이보다 세 배가 넘는, 보증금 5798만원에 월 임차료 600만원이라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즉 동일한 평수, 동일한 용도임에도 계약조건은 천양지차였던 것. 국가보훈처는 감사를 통해 "앞으로 직원식당의 수익실태를 분석해 적정한 임대료 징수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만 했다.
이에 대해 재향군인회 회관사업본부 총무과장은 "보훈처가 감사할 때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무과장은 "어느 단체나 위탁 줄 때 임대료를 높게 받지는 않는다"면서 "지적이 아니라 개선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향군사우나, 엘그린 골프클럽, 연리지 예식홀 등은 최대 5년 11개월 동안 임대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쪽은 임차계약을 어긴채 이들 업체에 대해 임대관리비 납부독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감사자료에서 드러났다.
홈페이지 구축 등 자체사업을 입찰에 부치면서 일반경쟁입찰 원칙을 어긴 사례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재향군인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특정 2개 업체에만 입찰권을 부여했다. 3000만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일반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그룹웨어 구축계약을 진행하면서도 3개 업체로 경쟁을 제한하고 이들에게만 입찰참가를 통지하기도 했다. 결국 홈페이지 및 그룹웨어 구축은 모두 A업체 몫으로 돌아갔다. 국가보훈처는 계약원칙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향군인회 행정관리실 직원 2명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 부실한 예산 처리·계약방식 재향군인회 전체 부실로
| 재향군인회 산하 수익사업체 현황 | | (03.12.31 현재 / 금액단위 : 백만원) 회사명 | 설립일자 | 업종 | 인원 | 부채 | 자본 | 중앙고속 | 71.3.9 | 고속운송 | 1040 | 34416 | 2475 | 향우산업 | 76.9.17 | 철도객차 청소용역 | 1159 | 4088 | 1673 | 향우실업 | 78.3.8 | 군,미군 불용품처리 | 40 | 2223 | 1282 | 향우종합관리 | 86.12.9 | 경비 및 청소용역 | 1476 | 1805 | 842 | 통일전망대 | 87.3.25 | 관광이용 | 55 | 2385 | 2509 | 충주호관광선 | 88.4.1 | 내륙수상 운송사업 | 60 | 9562 | (-)6469 | 호남규석광업 | 65.4.22 | 광산업 | 24 | 1698 | 2188 | 직 영 사 업 | 회관사업 | 88.1.1 | 향군회관 운영사업 | 80 | 14219 | 16634 | 제조사업 | 94.12.5 | 군·관납 제조판매업 | 12 | 236 | 1736 | 용역사업 | 00.12.1 | 지하철·건물 청소용역 | 1606 | 3835 | 559 | 휴게소사업 | 00.12.1 | 고속도로 휴게소 | 123 | 8217 | 15 | 계 | | | 5675 | 82738 | 23421 |
| ⓒ 출처 : 국가보훈처 2004년 5월 감사보고서 |
|
결국 재향군인회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이에 따른 예산 낭비는 재향군인회 산하기관 전체의 부실화를 불러왔다. 단적으로 재향군인회의 11개 산하기관 중 자본비율(자본/자산)이 50%를 넘는 곳은 통일전망대, 호남규석광업 등을 포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중앙고속은 자본비율이 6.7%에 불과했고 재향군인회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휴게소 사업은 0.2%에 불과했다. 자본을 다 까먹은 곳도 있다. (주)충주호 관광선의 부채는 95억원이었지만 자본은 -64억원. 자본비율은 -211.8%로 경영의 한계를 이미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충주호 관광선을 살리기 위해 '알짜배기' 업체인 중앙고속이 무리하게 지원하다 동반 부실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앙고속은 빌려준 빚마저 갚지 못하는 (주)충주호 관광선에 2002년 채무보증까지 서주기도 했다.
형편이 이런데도 재향군인회쪽은 전문 CEO를 영입한다든가, 자체 감사를 강화한다든가 하는 등의 응급조치마저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향군인회쪽은 "우리쪽 예산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것 없지 않느냐"며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 산하업체의 감사문제와 관련, 하복만 재향군인회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산하업체는 상법에 의한 회사"라며 "상법에 의한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되는지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재향군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한 인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내 자신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적자구조를 타파해 나가겠다고 공약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선출된 회장이 산하기업체장을 논공행상으로 앉혀왔던 관행 때문에 전문 CEO를 영입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업종이 부적합하거나 수익금이 적은 업체 등은 통폐합해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의 경영혁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가 관행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거대 공룡' 재향군인회의 부실문제는 좀체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 52년 설립, 회원 700여만...12개 산하업체 거느린 '공룡' | | |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는 어떤 단체인가 | | | |
| | | ▲ 이상훈 현 재향군인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는 지난 52년 2월 1일 제대장병 3만여명을 회원으로 창설된 전역군인 친목단체다. 1953년 11월 17일 사단법인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로 이름을 바꾸고, 1957년 1월 17일 대한민국참전전우회와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를 통합해 대한상무회로 개칭했다.
1961년 5월 10일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이 공포되면서 법적 단체로 승격됐으나 5·16군사정변으로 잠시 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12일 재건총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였다.
재향군인회는 현재 13개 시·도회 224개 시·군·구회 3446개 읍·면·동회의 산하조직과 72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의 대다수(630만명)는 일반 사병 출신이다. 미국의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하와이를 비롯해 일본·타이완·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 등지에 해외지회도 설립돼 있다.
또한 재향군인회 산하에는 71년 설립된 중앙고속과 철도객차 청소용역업체인 향우산업, 군·미군 불용품 처리 업체인 향우실업, 경비 및 청소용역업체 향우종합관리, 통일전망대, 충주호 관광선 등 12개 사업체가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 회장은 육사 11기 출신으로 노태우 정권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상훈씨이다.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엉터리 회계관리에 특혜·혈세낭비 10년째 감사원 감사 없는 '사각지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