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향군 '정부지원 없음-정치활동 금지'

[집중해부-'공룡' 재향군인회 ⑥·끝] 외국은 어떻게 운영하나

등록 2005.01.06 12:37수정 2005.01.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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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들의 친목단체로 매년 거액의 국고를 지원 받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와 감사자료 등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수의계약으로 특혜시비를 빚고 있으나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부실한 재정관리와 산하기관들의 부실경영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거대공룡' 재향군인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해부하는 한편 바람직한 예비역 단체의 모델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a 지난 2003년 열렸던 재향군인회 주최 이라크파병 관련 집회 모습. 재향군인회 어깨띠를 두른 참가자들의 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반반 정도 혼재돼 들려 있다.

지난 2003년 열렸던 재향군인회 주최 이라크파병 관련 집회 모습. 재향군인회 어깨띠를 두른 참가자들의 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반반 정도 혼재돼 들려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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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1] 엉터리 회계관리에 특혜·혈세낭비...10년째 '감사 사각지대'

재향군인회 주도로 열리는 몇몇 행사장을 가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참가자들의 상당수가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었지만 다른 한 손으론 성조기를 흔들곤 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 가운데 더러는 대형 성조기를 자랑스럽게 흔드는 회원들도 있다.

지난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사건'을 비롯해 최근 주한미군의 잇따른 사건-사고와 불평등한 미군기지 이전 요구 등으로 우리사회 일각에 반미여론이 적잖은 것이 사실이다. 진보진영에서 여중생 추모행사를 개최하자 뒤이어 보수진영에서 '반핵반김' 집회를 열었는데 그 때도 성조기가 등장했다.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 군대가 있고, 그들이 제대한 뒤 가입하는 재향군인회 역시 대부분의 나라에 결성돼 있다. 우선 미국 향군의 경우 자발적 가입에 회원 회비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등 한국 재향군인회와 운영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 대부분 나라의 향군은 미국처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국의 재향군인회는 친목단체 이상의 수준을 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10여개의 산하기관을 거느린 거대공룡이자, 내면적으로는 '친미-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보수성향의 정치단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최근 수의계약으로 특혜시비를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간 수 백억원대의 정부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면서도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산하에 10여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어 더이상 향군을 친목단체로만 보기 어렵다는 주장과 함께 예산을 보훈사업 쪽 보다는 조직관리 등 경상비 지출에 절반 가량을 쏟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예산을 지원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해외 각국 향군의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 향군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등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미국 향군, 자발적 가입·정치활동 철저히 금지


미국을 대표하는 향군단체는 '미국 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로, 1919년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역장병들에 의해 결성된 전국 조직이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6·25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한 예비역들도 가입이 인정됐는데, 본부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하고 있다.

2004년 현재 미국 재향군인회 본부의 정규 직원은 약 300여명이고, 지부는 미국 전역에 약 1만 5천여개에 달한다. 회원은 약 400만명. 미국에는 이밖에도 '해외참전향군회'(Veterans of Foreign Wars of the U.S), '한국전참전향군회'(Korean War Veterans Association, INC. U.S.A) 등 예비역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재향군인회와 한국의 재향군인회는 군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두 단체의 구체적인 내용, 즉 ▲예산 구성 ▲회원가입 방식 ▲정치활동 여부 ▲사업방식 및 규모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한국의 향군은 민간단체라고 하지만 매년 정부로부터 400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어 재정운용 측면에서 보면 정부 산하기관과 유사한 형태다. 이밖에도 한국의 향군은 몇몇 '특혜성 사업'을 통해 나머지 재원을 충당하고 있으며, 실속 여부를 떠나 문어발식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재향군인회는 정부의 지원을 전연 받지 않는 자립·자활 단체로 자리매김해 있다. 종신회비와 연회비 등 회원의 회비가 전체 예산의 40%~50%, 즉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은 기부금을 비롯해 기금운영 수입, 기념품 판매, 보험·광고사업 등의 잉여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해외 재향군인회 예산운용 현황

미국,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

대만, 태국

주요재원

회비(종신회비, 연회비)

기부금

기금운영수입

기념품판매수입

보헙사업, 광고사업 수입 등

정부지원금 및

사업체 운영수익금

(국가보훈처기능 공유)

회비

연회비 : 군계급 상관없이 동일

종신회비 : 연령별로 차등 부과

 

ⓒ 국가보훈처
해외 재향군인회 설립목적 및 회원가입 절차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

대만, 태국

조직형태

자립자활단체

정부지원단체

설립목적

안보, 복지, 친목

애국, 복지, 친목

회원가입절차

자의에 의한 가입

전역과 동시 자동가입

 

ⓒ 국가보훈처

회원 자격과 회비, 가입방식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전역 후 자동가입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미국 향군은 국내외 참전용사 및 군 복무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향군의 경우 회원은 크게 연회원과 종신회원으로 구분되는데, 연회원은 군 계급과 상관없이 각 분회가 회비를 수납해 일정비율을 상급회에 납부하는 형식을 갖는다. 또 종신회비는 연령별로 차등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모든 군복무자는 향군에 자동가입 되며, 이 가운데 회비납부자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미국 재향군인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치활동 금지'를 엄격히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단체가 회원 친목과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보수성향의 정치집회 등에 회원들이 직접 참가하거나 또는 성명 등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한국의 향군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물론 미국도 대선 때만 되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들이 향군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부시와 캐리 후보 역시 각종 재향군인회 집회에 참가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향군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 향군의 경우 회장의 임기가 '1년 단임'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회장의 임기가 3년에다 연임까지 가능토록 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 향군의 경우 회장 등 고위직에 대한 줄서기, 권한 남용 등 병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향군은 한국의 향군과 같은 문어발식 기업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 대개 기념품 사업이나 보험사업 정도를 하고 잇을 뿐이다. 반면 한국의 향군은 중앙고속, 충주호 유람선, 향우산업, 통일전망대, 고속도로 휴게소 등 10여 개 이상의 산하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향군, 86개국 200여개 단체...대부분 가입 자발적, 자체 재원 마련

미국 이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재향군인회가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세계재향군인연맹(World Veterans Federation) 소속 각국 향군 조직은 86개국 200여개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61년 가입했다.

이 중 주요국가들의 재향군인회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한국 향군의 운영실태와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재원 충당 방식.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국가의 향군은 앞서 살펴본 미국의 향군처럼 회원의 회비나 기부금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즉 정부의 재정지원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다. 또 이들은 철저히 회원들의 친목도모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은 회원가입과 회비 문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미국 향군처럼 자발적 가입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 또 향군에 가입한 회원들은 회비 납부의 의무를 지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게 되며, 재향군인회 운영 클럽이용, 회지 무료제공 등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의 향군의 대부분은 회원들간의 친목과 복지증진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 재향군인회는 2003년 지출예산의 3/5정도인 3000만 파운드를 자선봉사와 복지 보조금으로 사용했다. 반면 한국의 향군은 2003년 기준으로 전체예산 244억여원 가운데 9.1%인 22억여원을 회원 복지에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해외의 재향군인회는 정치중립을 엄정히 규정하고 있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는 향군 설립 목적 자체가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증진에 중점을 주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만·태국의 향군과 한국 향군의 같은 점, 다른 점

다만 대만과 태국 등의 향군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정부지원금 및 사업체 운영 수익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태국의 경우 연간 전체예산의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또 회원가입 절차 역시 한국과 같이 전역과 동시에 자동가입토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한국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두 나라의 경우 재향군인회가 한국의 국가보훈처의 기능, 즉 보훈사업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향군이 정부지원을 받는 것은 나름의 명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재향군인회도 한국전쟁 참전군인 초청 사업, 호국용사 묘지 조성 및 관리·운영 등 보훈사업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향군은 2003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예산지출 318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46억원을 '조직관리' 명목의 경상비로 지출했다.

우리 향군 조직의 바람직한 개편과 관련, 표명렬씨(예비역 육군 준장)는 우선 "우리 향군은 박정희 정권이 쿠데타에 협력하거나 적극 가담했던 사람들 중 국가기관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져 엄청난 힘을 갖게 됐다"고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한 뒤 "향군은 안보라는 망상만을 가지고 과거에 불의한 정권을 지지했던 타성으로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이제는 먹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씨는 "왜곡된 정치활동, 재정적인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기들끼리 물려 받기식으로 치러지는 회장선거방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어찌보면 향군을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민주적인 향군'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 장군은 올해 내에 '평화사랑 재향군인회'(가칭)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 모임은 인터넷상에서 회원가입과 기타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참조자료>: 
- 국가보훈처 '외국 향군단체자료'(1996 보완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해외재향군인회 운영 및 예산운용 현황'(2004)
- 세계재향군인연맹 홈페이지(http://perso.wanadoo.fr/fmac/english/default.htm)

덧붙이는 글 <참조자료>: 
- 국가보훈처 '외국 향군단체자료'(1996 보완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해외재향군인회 운영 및 예산운용 현황'(2004)
- 세계재향군인연맹 홈페이지(http://perso.wanadoo.fr/fmac/english/defaul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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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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