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석굴암, 관리는 주먹구구?

예불과 습기 문제로 훼손 우려

등록 2005.02.12 02:17수정 2005.02.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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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본존불
석굴암 본존불추연만
습기와 예불로 석굴암이 훼손될 위기에 놓여 이를 보완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0시경, 석굴암 안쪽 유리벽에 습기로 인한 '성에'가 가득 찬 것이 목격됐다. 그러나 석굴암 관리소는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판단, 감독관청인 문화재청이나 경주시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취재과정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관계당국은 “이번 일을 단순한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석굴암 측에서 임의적으로 조치한 일을 은폐해 버리면 우리는 알 길이 없다”며 석굴암에 대한 관리 실태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2일 '석굴암 습기문제'를 목격한 한 관광가이드는 “석굴암 유리창 안쪽에 습기가 꽉 차서 안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석굴 안쪽에 있던 보살에게 습기(성에) 제거를 요구하였고 보살은 수건으로 습기를 여러 번 제거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그 때 석굴 안에는 스님과 불자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었으며 유리창 밖에는 여러 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30분 관람시간 동안 습기는 계속되었다. 수십 번에 걸쳐 석굴암에 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석굴암 관리소는 “추운 날씨와 예불을 고려해 '자동시스템'을 수동으로 조작해 석굴 안 온도를 높였다. 그래서 차가운 유리창에 성에가 끼었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련기관의 보고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관리소는 “빠른 시간 내에 조치했으며 특별히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대답하며 “작년에 새로 설치한 기계를 시험 가동하는 중이었으며 예전에도 습기는 조금씩 찬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재청 건조물과 관계자는 “석굴암의 ‘온·습도 자동 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당시의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 사후에 관련기관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나 석굴암은 사찰재산으로써 보존관리는 전적으로 석굴암 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하고 감독하는 관계라기보다 상호 협의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석굴암 측에서 임의적으로 조치한 일을 은폐해 버리면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석굴암 측과 관계기관의 반응에 대해 경주의 한 문화단체 간부는 “석굴암 관리의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사실을 은폐한 석굴암 측도 문제이지만 관계기관들도 문화재 관리에 책임성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화재 전문가들도 석굴암 측의 관리책임을 지적하며 석굴암 보존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석조물 보존학'을 전공한 경주대학교 도진영 교수는 "석굴암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불을 하는 것은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등 석조물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과 같은 항온, 항습 기능을 유지하는 한, 석굴내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진단하며 "유럽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상주한다. 우리나라도 '문화재 관리사' 제도를 도입해 정기적인 모니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주대 문화재학부 이강근 교수도 "석굴암 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기능을 하는 인력이 상주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석굴암 기계실의 인위적인 조작을 제어하고 이상적인 환경을 점검하는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불국사 박물관은 석굴암 보존에 많은 연구기능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학을 전공한 연구 인력은 반드시 확보해야한다. 그러면 박물관이 석굴암 보존을 위한 상주 연구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대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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